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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망원경에도 '천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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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에도 '천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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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번 국도를 따라 제일 정상에 서면 아름다운 휴게소가 발길을 붙들어 둔다. 사람들은 이 휴게소가 오라고 손짓하지 않아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괜히 두리번 거린다. 그냥 지나치면 뭔가 허전하기 때문일까? 양양에서 원통쪽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원통쪽에서 양양으로 향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그건 서울 등지에서 동해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이나 동해바다에서 볼 일을 마친 사람들이 이 휴게소를 기점으로 회한이 겹치는 곳이다. 한계령 정상이다.

그곳에 서면 도회지를 탈출할 때 느낀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다시금 도회지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알지 못할 구속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해방감을 주기도 하고 구속감을 동시에 주는 한계령...그곳에는 신세계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여러대 있어서 먼 발치에 있는듯한 동해를 미리 조망할 수도 있고, 자신들이 떠나온 곳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기도 하다. 현재에 서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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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늘 한계령과 같은 고비를 만나며 회한을 느끼곤 하는데 그때 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지난 시간을 반성하면서 반드시 떠 올리는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 한편 삶 속에서 발생하는 실수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아쉽게도 인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운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우리는 그저 한계령에 올라선 사람들 처럼 알지못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 하나 만으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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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우리가 현재에 살고있는 동안에는 한계령 정상에 늘어서 있는 망원경과 같이 현재의 모습을 잘 들여다 볼 수 있고 보다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망원경은 우리의 제한적인 시야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현미경과 더불어 미시적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데, 한계령을 서성이다가 망원경이나 현미경 때문에 우리의 삶이 보다 윤택해진 것 보다 보다 더 힘들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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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 일이 많이도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진 학교에서 일어난 체벌에 대해서 '차라리 먼저 맞는 게 낫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물론 체벌을 당하지 않으면 괜찮겠지만 체벌을 당하는 입장에서 자신 보다 먼저 체벌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을 보는 순간 체벌을 기다리는 사람의 고통은 그 두려움과 공포감이 배가되어 매가 가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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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사람들의 마음은 강한 것 같기도 하지만 몹씨도 여려서 시각에 등장한 고통스러운 장면 앞에서는 미리 겁부터 먹게 되는데, 이런 일은 체벌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작은 선물 앞에서도 사람들은 치졸할 만큼 간사해지면서 아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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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피하기 위해 고통의 요소를 제거하고 선물을 얻기 위해 세상에 아부해야 하는 운명 따위를 미리 들여다 보지 않으면 고통이나 기쁨이 배가 되지 않아도 세상에 놓여진 그대로 좋고 덜좋은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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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은 한계령에 놓여진 망원경 처럼 미리 자신의 조금 후 미래를 들여다 보며 즐거워 하고 다시금 즐거웠던 조금전 과거를 회상하며 망원경 앞에 서는 것인데,...아뿔사 구름이 낮게 드리운 한계령 정상에는 구름속 짙은 안개로 시야가 불과 20~30m로 극히 제한되어 망원경이 소용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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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천적'이라는 말을 즐겨쓰지만 천적들의 형편을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미래가 궁금하여 만들어 둔 이기 앞에서 스스로를 내 맡기다 낭패를 당하곤 하는데 가끔은 이 천적 때문에 삶이 더 윤택해 지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동물들 중 최상위에 자리잡은 인간들에게 그래서 하늘의 변화무쌍한 변화가 천적인 셈인데 한계령 정상을 뒤덮은 짙은 안개는 조금전 까지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했던 과거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불행한 미래 조차 볼 수 없도록 뽀얀 실루엣으로 세상을 모두 덮어 사람들의 오감 일부를 빼앗아 갔던 망원경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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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천적으로 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오히려 그 자유 때문에 방종하게 되었고 성스러운 자연의 기운을 무시하며 인간의 천적은 인간이라며 스스로 규정짓는 우를 범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한계령 휴게소 앞에서 덩그러니 쇳덩어리로 방치된 망원경을 보니 인간은 자연의 조그만 변화 앞에서 쪽도 쓰지 못하는 소경이 되고만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구속하는 이기를 만들며 시간의 포로가 되어 그냥 지나쳐도 될 고개 꼭대기에서 서성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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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번 국도를 따라 한계령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한계령 곁에는 선녀들이 목욕하는 옥녀탕과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로 손꼽하는 높이 88m의 대승폭포가 있고, 장수대와 소승폭포.여심폭포.십이폭포.발폭포.오색온천.오색약수.선녀탕 등의 명승지가 가득한데 우리들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목적지를 정해놓고 무작정(?) 그 목적지로 내 빼며 정작 누려야 할 것들 대부분을 누리지 못한채 시간만 허비한 채 조금전 돌아 온 곳을 다시금 되돌아 보거나 뻔한 목적지를 앞에 두고 궁금하여 죽을 지경으로 미래나 과거를 미리 엿보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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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능력 이상으로 지나친 호기심으로 미시세계는 물론 거시세계 까지 미리 들여다 보며 걱정을 하는 세상이 됐다. 걱정을 스스로 만들어서 스트레스를 만들고 있는 셈이며 그 걱정의 근저에는 지식이 만능인 것 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는 그리하여 사람들의 생활을 일부 편리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나 동전의 앞뒷면 처럼 얻은 것 만큼 또 잃어가고 있는데 한계령 안개 속에서 쓸모없이 덩그러니 서 있는 망원경을 보니 한순간 사람들을 낭패케 하는 천적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이고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뭔가를 잃어버린듯한 상실감에 빠져 괜히 서성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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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번 국도 정상 한계령 휴게소가 내 발길을 붙들어 둔 이유가 망원경 때문은 아니지만 늘 봐 오던 풍경 하나가 사라진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 잠시 머물면서, 인간의 천적은 지식이자 지식이 만든 산물인 망원경과 같은 문명의 이기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44번 국도를 따라 양양으로 향했다. 세상을 사노라면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되는 법칙도 있는 법이고 보면 천적으로 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법은 자연에 순응하며 호기심을 떨쳐 버리는 게 스트레스로 부터 멀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름끝자락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자연은 안개 저편의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고 있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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