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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곰 닮은 '곰치' 살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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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닮은 '곰치' 살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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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의 아침은 분주했다. 항구 너머로 아침 햇살이 구름사이로 겨우 고개를 내밀었다. 밤새 조업을 마친 작은 어선들이 작은 항구에 물살을 헤치며 들어오고 있었고 먼저 입항한 어선에서는 밤새 잡은 고기들을 어판장으로 옮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생선들은 어판장에 옮겨지자 마자 즉석에서 경매절차를 통해 값이 매겨지며 주인을 찾았다. 어판장에는 동해바다에서 잡히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낮익은 물고기가 눈에 띄어 경매에 나선 아주머니께 물고기의 이름을 재차 확인했다.

"...아주머니...이 물고기...이름이 뭐죠?..."

"...곰치요!..."

"...왜 곰치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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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나를 힐끔 쳐다봤다. 분주한 어판장에서 이름을 묻는 정도는 용서(?)되지만 구매할 의사도 없이 귀찮게 굴며 가격를 물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곰치라면 그런줄 알지 왜 곰치라고 부르냐며 따지는듯한 내가 순간 못마땅했는지 얼른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 던졌다.

"...잘 봐여...곰을 닮았으니 곰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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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곰치 앞에 쪼그려 앉아 곰치가 곰을 닮았다는 아주머니의 답변을 참고 삼아 곰치를 살펴봤지만 곰치가 곰을 닮았다는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만, 곰치의 생김새를 뜯어보는 동안 아주머니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듣고 쪼그려 앉은 내 모습이 슬슬 곰을 닮아가고 있었다.(착하기도 하지? ^^) 아울러 김동인의 단편 '발가락이 닮았다'는 글을 통해 나타난 처연한 모습처럼 억지춘향을 꽤어다 맞추어 보니 날렵하게 생기지 못한 몸집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나 곰치의 머리 주변을 살펴보니 아주머니의 말씀 처럼 곰의 일부 이미지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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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곰치라는 이름은 어부들이 편리하게 부르는 이름일 뿐 곰치의 본명은 꼼치과 '꼼치Liparidae'로 동해안 포구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른데 삼척항 등지에서는 꼼치를 꼼치라 하지 않고 물메기 또는 물미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물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암튼 곰치가 되었건 꼼치가 되었건 물곰이 되었건 생물학자도 아닌 내게 중요한 것은 이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막힌 맛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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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에 관한 이름도 다양하듯 요리이름도 다양하여 곰국 또는 곰치해장국 등으로 불리는 곰치(이게 부르기 편하다.)국 맛을  한번쯤이라도 맛 본 사람이라면 두고 두고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평범한 재료인 김치에 곰치를 넣어 끓이기만 해도 곰치국은 완성되는데, 곰치의 살은 뽀얗고 하늘하늘 하여 마치 풀죽처럼 연해지는데 그 부드러운 살 속에서 우러나는 맛은 곰치의 생김새와 전혀 다르게 입맛을 확 사로잡는다.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이 곰치국을 먹거나 과음한 다음날 이 곰국을 먹으면 금새 속이 확 풀어지며 거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찬바람이 부는 날 동해를 방문하면 늘 그리워지는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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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이 곰치가 주문진항구나 동해의 각 포구 등지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아귀를 비롯하여 곰치는 그물에 걸려들면 (돈이 되지 않아)버리는 생선이었고 겨우 배에 실려 항구에 도착하면 생선 취급을 받지도 못하고 어판장 한쪽 구석에서 냉대를 받던 물고기였다. 하지만 이 곰치는 가난한 어부들이나 주당들에게는 싼 값에 배불리 먹고 해장을 할 수 있는 기막힌 생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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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주문진항구에 입항하는 작은 어선에는 곰치외에도 문어나 대구 열갱이 등 동해 연근에서 잡히는 생선들이 어판장에 속속 들어왔는데 작은 어선에서 내려 놓는 생선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한때 애물단지처럼 취급받던 곰치가 더욱더 돋보이며 생선 대열에 합류한 모습이다.  잘 알려진대로 곰치는 특별한 요리 솜씨가 없어도 그냥 무우나 파 등 기본재료만 넣고 끓여도 곰치국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는데 곰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처음에 내가 본 곰치 크기가 1m는 족히 되지만 더 큰 것은 이 보다 훨씬 더 큰 몸집이라고 하니 가히 곰을 닮았다고(덩치) 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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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곰치는 1814년(순조15년)에 간행된 정약전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 "고기 살이 매우 연하다.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전해지는 것 처럼 애주가들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생선같기도 하다. 생김새는 보통의 생선과 달리 무뚝뚝하여 이 또한 곰을 닮았다고 할 수 있지만 곰치는 보통의 생선과 달리 학명은 '뱀장어목 곰치과'로 깊은 동해바다에서 살며 주로 갑각류나 어류를 먹으며 산다고 알려져 있고, 바다에서 나는 생선 중에서 끓여 놓았을 때 가장 맛있는 맛을 내는 생선이 아닌가 싶다. 아직 곰국(또는 곰치국) 맛을 못본 분들은 동해의 각 항구나 포구에 있는 선창가 작은 식당 등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으므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철 곰치를 만나면 곰과 같은 식욕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생김새 보다 정말 맛있는 녀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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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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