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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로드킬 '꽃뱀'의 경고 귀담아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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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들 '경고' 무시 자동차에 목숨 잃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 이야기 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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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로 유명한 오지중의 오지 부연동(강원도 연곡면 삼산3리)을 떠나는 아쉬움에 내가 탄 자동차는 거의 굴러가다시피 했다.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부연동에 해가 뉘엿거릴 무렵이었다. 어성전에 다다랐을 때 먼 발치로 이상한 물체가 도로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동차를 세웠다. 틀림없는 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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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동차의 속도를 높였드라면 이 뱀은 내 자동차에 '로드킬' 당할 게 분명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뱀을 풀섶으로 쫒아내기 위해 자동차를 세우고 다가간 순간 깜짝 놀랬다. 몸을 웅크리고 있는 뱀은 꽃뱀이었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꽃뱀을 자동차 바퀴로 치고 달아난(?) 게 틀림없었다. 참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현장 모습을 몇 컷 촬영한 후 근처의 꼬챙이로 꽃뱀이 출몰했을 작은 도랑이 있는 풀섶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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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한 꽃뱀의 길이는 대략 1m가 더 되어 보였다. 녀석은 로드킬 직후 뙤약볕 아래에서 고통을 참으며 인간들을 원망하며 죽어간 것일까? 녀석의 시선은 상처가 심한 꼬리부분으로 향해 있었고 조금전 그가 지나온 길을 향해 있었다. 부연동을 떠나는 길에서 본 두번째 로드킬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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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로드킬 장면은 부연동 삼산3리에 있는 야영장 부근이었다. 녀석은 처음 본 꽃뱀 보다 많이도 어려보였고 금년에 태어난 녀석 같아 보였다. 50cm정도 길이의 가녀린 녀석은 로드킬 직후 두어대의 자동차가 그의 몸체 위를 더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로드킬 당한 시간이 얼마되지 않은듯 아직 피가 채 마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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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느린 걸음(?)은 편도 차선밖에 없는 부연동 길 조차 너무 멀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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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부연동을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부연동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명성을 아직은 간직하고 있는 곳이어서 부연동에는 '작은 동물이 지나가고 있으니 서행 합시다'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여름휴가철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의 자동차들을 보면 경고문이 무색할 뿐만 아니라 편도차선을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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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동이 외지에 알려지면서 부연동에도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가지 숙제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부연동에서 실거주자는 11가구 정도에 불과 하지만 펜션 등 사업을 하며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적지않고 원주민들과 이들 외지인들과의 보이지 않는 견해차가 뚜렸했다. 원주민들은 부연동의 발전을 위하여 강릉시에 도로포장 등 기반시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연동이 좋아 이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도로를 2차선으로 늘리거나 포장하는 일에 반대를 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부연동에서 4박 5일 동안 머무는 동안 원주민 다수와 펜션업을 하는 외지인들을 만나 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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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부연동 원주민들의 고된 삶을 백분 이해하고 있었지만 원주민들의 바램에 쉽게 동의하고 있지 못했다. 부연동이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지중의 오지' 다운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연동에서 오지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두 곳의 부연동으로 향하는 길목과 오대산 국립공원에 면한 수령 500년된 제왕송 뒤편 골자기가 대부분이며 꽃뱀이 로드킬 당한 주변에는 개발이 많이도 진행되어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부연동은 평범한 산골짜기의 모습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꽃뱀들이 로드킬 당한 도로가 비포장 도로였다면 참사는 면했을지도 모를 일이며, 도회지에서 온 조심성 없는 운전자들이 가속 페달을 함부로 밟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연동 사람들은 무조건 개발을 원하는게 아니라 외지인들을 위한 배려로 최소한 도로를 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임으로, 부연동으로 발길을 옮기는 분들은 작고 아담하게 만든 경고문과 같이, 도회지와 다른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 놓을 때 도로 위로 지나 다니는 '작은동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하지 않다면 자연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처참하게 로드킬 당한 꽃뱀의 이미지가 아직도 머리속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꽃뱀은 숨이 넘어가는 순간 인간들을 향하여 힘겹게 한마디 했을 법 하다. "...우리가 살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인간들에게도 같은 자연의 법칙이 적용될 거 예요..."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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