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 바다
주문진의 아침은
바다 까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 채 긴 침묵 속에서 허우적이는듯 했다.
동해 저 먼곳에서 희뿌연 여명이 밝아올 무렵
나는 방파제 틈바구니에서 가는 파도소리에 맞추어
두팔을 벌린 채 기지개를 켜는 녀석들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들은 작지만 총기 넘치는 두 눈알에 나를 비추어 보며
내 걸음과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다가 서면 더 멀리 뒷걸음 치다가
그들로 부터 조금만 멀어져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오곤 했다.
그새 주문진은 이부자리를 걷고 속살을 드러냈다.
나는 조그만 녀석들의 움직임을 따라 동시에 시선을 옮기며
방파제 둑길 옆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마치 건빵 봉지속에 들어있는 별사탕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네개의 발을 가진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서로 엉겨붙어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닻의 구조를 하고 있었지만
바다물에 몸을 적신 별사탕들은 서서히 동해로 녹아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동해가 좋아하는 별사탕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짠물 투성이 바다지만 콘크리트 까지 좋아할 리 없을 것이지만
바다는 어느새 별사탕의 겉 표면에 묻어있는 콘크리트 가루를 씻어내고
야금 야금 별사탕을 핥기 시작했다.
나는 주문진 앞 바다가 너무 핥아 속이 투명해진
별사탕 너머로 비치는 주문진 항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몇점 있었던 것일까?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동해바다 저편에서 실어 온
바다내음이 코를 살살 간지럽혔다.
이 바다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온갖 중상모략을 일삼는 도회지와 달리
동해의 아침이 버럭 이불을 걷는 무례를 범해도 아무 말이 없었고,
작은 게들이 겨드랑이를 간지럽혀도 몸을 비트는 법이 없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엄지 손가락만한 게들을 바라보며
별사탕이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 바다를 도둑처럼 서성 거렸다.
도망치듯 서울을 빠져 나온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주문진 앞바다는 세상 모든 것을 껴 안고
다독거리는 어머니의 넉넉한 품 처럼 나를 편안하게 했다.
그 어머니가 울며 보채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 물려준 작은 별사탕...
나는 그 달콤함에 빠져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런 내 마음을 주문진은 알고 있었을 것이며
별사탕 곁을 서성이며 혀 끝을 적시고 싶어하는 나는
주문진 항구를 향하여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별사탕이 녹아든 이 바다에서
넉넉히 살아온 물고기들이 박제되어 있었고,
더러는 파닥이는 물고기들이
주문진 새벽을 깨우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여름끝자락을 붙들고 떠난 여행을 끝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면
나는 다시금 별사탕을 핥고있는 이 바다를 그리워 할 것 이어서,
바다 저편에서 떠 오른 태양도 못 본 채
한동안 별사탕 곁을 서성이며
가끔은 짠맛도 묻어나는 별사탕 맛에 혀를 온통 내 맡기고 있었다.
내가 주문진 바닷가를 서성거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연곡해수욕장이 있고
연곡천의 냄새를 맡으며 회귀한 연어들의 고향인
오대산 자락의 내음이 얼마간 녹아들었을 것 같은 바다가 주문진 앞바다였던 것이다.
연곡천과 남대천을 다시 찾는 연어들은
이 바다에 녹아든 별사탕의 몇알 안되는 단 맛을 쫏아 고향을 찾았고
나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 오대산 자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 하늘 아래서 코와 혀를 훔치고 적신 우리 산하의 냄새가
젖비린내 나는 어머니의 옷고름 냄새와 닮았을 것이며,
바람이 거의 불지않는 이른 아침
주문진 앞바다에 코를 들이밀면
그곳에...
도회지에서 콘크리트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꾀죄죄한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면서도
별사탕을 떠 올리게 만드는 주문진 앞 바다
그 별사탕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의 바다를 다시금 그리워 하며
한동안 도회지의 콘크리트 내음을 잊을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하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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