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엉덩이'라 불리우는 땅끝섬 ISLA "H"
더이상 갈곳이 없었다.
지구 땅끝마을 '우수아이아'에 도착하자 말자
바로 코 앞에 펼쳐진 '비글해협'을 바라보며 '불의 땅' Tierra del Fuego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땅끝섬 ISLA "H"에 정박중인 9인승 보트...선장은 경력 30년의 베테랑 어부 출신이다.
마젤란은 이곳 비글해협을 통과하며 사방에 널린 불빛을 보았다.
그곳에는 인디오들이 모닥불을 피우며 밤의 추위를 견디며 살던 곳이자
'창세기'이후 줄곧 외부 인간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던 '금단의 당'이었지만
마침내 서구의 한 모험가에게 순결을 내주고만 곳이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비글해협에 있는 이 작은섬을
'지구의 엉덩이'라 불렀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똥꼬'라 하며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남위 55도에 접한 비글해협은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이기도 한데
그 한가운데 우리가 당도한 작은 섬 ISLA "H"가 있는 것이다.
원내의 작은 원이 '우수아이아'의 땅끝섬 ISLA "H"가 위치한 곳이다.
칠레의 뿌에르또 몬뜨항에서 NAVIMAC을 타고
뿐따아레나스 까지 와서 세종기지가 있는 곳 까지 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그곳은 대형선박이나 비행기 조차 항해나 비행을 할 수 있는 계절이 되지 못했다.
Boramirang 함께 가는 南美旅行68
-태초의 땅과 하늘을 바라보며-
이 섬에는 접안 시설이 따로 없으며 함부로 상륙할 수 없는 보호구역이다.
지금은 땅끝섬 ISLA "H"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에 인디오가 살지 않지만
그 옛날 선사시대에는 이곳에서 인디오들이 대대손손 살아 온 곳이었다.
서구의 사람들은 그들이 항해를 통하여 만난 처음보는 땅을 '발견'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정복'의 당위성을 펼치고 있지만
엄연히 이곳은 인디오들이 살고 있었던 인디오들의 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착하기만 했던 인디오들은 결국 정복자들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그들이 대대로 살아 온 땅을 내주고 말았다.
그리하여 이 땅에는 그들이 살고 있던 '주거혈'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 다닐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그러나 태초의 사람 인디오들이 살던 이곳에는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식물들과 동물들이 이 아름다운 해협을 지키며
이방인들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잿빛 하늘과 잔잔한 바다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하고 있었다.
땅끝마을 Tierra del Fuego에 봄이 오고 있었다.
이끼류의 이 식물은 1년에 고작 1mm만 자라는 희귀한 식물이다.
9월의 비글해협과 우수아이아에는 봄을 재촉하는 눈발이 쉼없이 날렸고
쏟아져 내린 함박눈은 이 작은 도시의 집들을 하얗게 만들기도 했다가
구름사이로 비친 한줄기 빛만으로도 금새 수채화처럼 담백하고 아름답게 바꾸어 놓기도 했다.
내가 아는 유일한 이 식물은 '고사리'를 닮은 모습이지만 고사리는 아니었다.
9인승 작은 보트를 빌려서 당도한 '지구의 엉덩이'라 불리우는 땅끝섬 ISLA "H"는 마치 꿈속처럼 술렁거렸는데
가만히 보니 이 작은 섬이 술렁인 게 아니라
섬에 상륙하기 위해서 보트가 접안을 시도하면서 파도에 넘실거린 보트가 롤링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술렁임은 여전히 꿈결같이 이상과 현실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어떤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황홀한 오르가즘이 있는 곳이었다.
비글해협을 바라보고 있는 희귀식물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미지의 땅에 혜은과 내가 발을 디딘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처럼 이제 더 이상 지구남단으로 갈 곳이 없어졌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극지를 제외한 최남단 땅끝마을과
'지구본'에서 본 꼭지점 아래에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지구상 적도의 둘레를 가리켜 '초침'이라하면 이곳은 '시침'이 되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태양이 뜨고 별이 지는 것은 그 어디나 똑 같다.
다만 소용돌이가 다를 뿐이었다.
곳곳에 동물들이 자연사한 흔적이 있는 곳이다.
남미여행을 하면서 이 땅끝마을 Tierra del Fuego와 땅끝섬 ISLA "H"를 방문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른 누군가가 이런 그림을 올려 놓기라도 하고 또 보았다면
그 먼길을 다시 가야 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혜은과 나는 그렇게 그리워하던 '태초의 모습'을 눈앞에 두고 입을 다물지 못하며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늘 그리워 했던 모습은 아이들처럼 해맑은 어른들의 모습이었고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 자연의 모습이었다.
그것이 우리들의 신앙이었고 만나고 싶었던 모습이었던 것이며 곧 '태초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식물들의 이름은 무엇이란 말인가?...식물학자와 동행하여 이름을 들었어도...ㅜ
이 작은 섬에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동식물이
이방인들의 출입에 놀라 몸을 숨기고 있었고
삐죽이 내민 작은 풀꽃과 이끼들이 아이들의 웃음처럼 해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바람이 부는대로 땅끝섬 ISLA "H"로 떠 밀려온 해초와 나무들...
마치 진공상태의 유리병 속에 갇힌 것 같은 침묵의 땅에는
소리가 너무도 커서 들리지 않는 심박동 같은 울림만 있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 자궁속이 이곳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금방 들었다.
땅끝섬 ISLA "H"를 둘러싼 비글해협의 잔잔한 바다가 양수처럼 일렁였고
고개를 들어 본 하늘에서는 희뿌연 빛이 장차 바라 볼 하늘과도 같았다.
어른들의 키 두배만한 다시마가 많이도 떠 밀려 와 있었다.
혜은과 나는 땅끝섬 ISLA "H"를 떠나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 보았다.
이곳은 선사시대로 부터 인디오들이 살아 온 '주거혈' 흔적이 있는 곳이다. 패총과 더불어...
우리가 돌아 본 그곳에는
낮선땅에 발을 디딘 이방인을 배웅하는
작은 손놀림이 가득했고,
그 손놀림 곁에는
우리를 향해 미소지으며 눈가에 이슬이 맺힌 깔라파테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땅끝섬 ISLA "H"에서 바라보는 비글해협은 너무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지구땅끝 비글해협에 있는 그 작은 섬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깔라파떼'를 씹으면 다시돌아 와야 되는 땅이라던 인디오들의 땅...
우리들을 정겹게 맞이햇던 태초의 땅이자 '불의 땅Tierra del Fuego' 이라 불리우는 이곳
나는 언제인가 가 보았던 곳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영원'의 기억 저편에서 나는 '불의 땅'에 살고 있었다.
장차 내가 돌아 갈 곳이다.
이방인의 출현에 브끄러워(?)하며 고개를 감추는 갈매기류
수면위로 보이는 것은 모두 다시마와 같은 해초류다.
이 근처에는 바다표범과 가마우지가 대량 서식하는 자연사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저 너머가 '불의 땅'이라 불리우는 우수아이아의 땅끝마을이 있는 곳이다.
나즈막한 동산...이곳이 땅끝섬 ISLA "H"다.
이 그림을 다시보는 순간...숨이 막혀온다.
저쪽 구릉을 지나 왔다.
빠알간 열매는 그 유명한 '깔라파떼'다.
달짝지근한 저 열매를 씹으면 이곳(인디오의 땅)으로 다시 돌아와야 된다는 전설을 간직한 열매다.
우리는 여러번 저 열매를 깨물었다.
이곳이 '지구의 엉덩이Culo del Mundo'라 불리우는
땅끝섬 ISLA "H"의 꼭지점이다.
땅끝섬 ISLA "H"에서 기념으로
이곳 땅끝섬 ISLA "H"에서만 자생하는 이끼류의 식물속에 자라고 있는 깔라파떼가
혹한에 자라지 못하여 납작 엎드려 있으나 열매는 맺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잊을 수 없는 정경들이다.
비글해협의 낙조...저 너머 지구 반대편에 동태평양과 대한민국이 있는 곳...멀리도 갔었다.
오른쪽부터... 땅끝섬 ISLA "H"가이드, 스페인에서 온 식물학자와 선생님 그리고...인디오를 닮은 ^^
저 등대는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등장한 유명세를 탄 구조물이며 우수아이아를 대표(?)하는 그림중의 하나다.
Tierra del Fuego로 돌아가는 길
Tierra del Fuego 방문 기념엽서
www.tso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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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그곳-Boramirang
제작지원:그린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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