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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노래 되어버린 '님을 위한 행진곡'

 흘러간 노래 되어버린 '님을 위한 행진곡'


구랍 22일,
성남 모란시장 곁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확성기를 타고 흘러 나왔다.
그곳에는 성남시가 '순환정비방식'을 기본으로한 성남시 도시정비(재개발)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시행자를 '대한주택공사'로 지정하여
중동3구역 및 단대구역 주민들의 반발이 시위로 이어진 곳이었다.


 

그들은 재개발 구역내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가 개발에 밀려 졸지에 생계.생활대책을 잃은자들이며
 재개발로 인하여 그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상가를 잃고 거리로 내 몰린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대책위 'ㄱ'부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가게를 운영해 오면서 쌓아 온 권리금하고 상가인테리어비용과 지속적인 영업이익이 없어지잖아요...
개발도 좋죠. 그러나 개발에 따른 보상이 터무니 없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한주택공사의 전시홍보관앞에서 생존권을 위한 투쟁에 돌입했고
재개발 기간동안 한시적으로라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을 성남시에 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가까운 'ㅍ'치킨집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사람들...세금도 안내고 돈 많이 벌었어요. 무조건 떼거지 써서 요구를 하면 다 들어주는 세상도 문제지요."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맞은 편에서는 확성기에서 들리는 노래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X나 X나 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니...츠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알려진대로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한 노래였고 민주화운동을 위한 운동권노래의 단골이었다.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가사를 따와 광주지역 문화운동가인 김종률씨가 작곡을 한 이 노래는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시민군 대변인으로 도청에서 전사한 윤상원과
 79년 겨울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굿 '넋풀이'에서
영혼 결혼을 하는 두 남녀의 영혼이 부르는 노래로 발표되었다.
이후 82년에 제작된 음반<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 뜻깊고 의미있는 노래가 이제 전국 방방곡곡 집회가 있는 곳이면 불려지게 되었고
노랫말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에서 이 노래를 연신 틀어 재껴서 뜻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인데
 주변의 젊은 사람들은 이 노래와 생계대책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지 하는 표정을 짓고 외면했다.  



10년도 넘게 써 먹었던 민주화운동의 대명사 같았던 이 노랫말 처럼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서 그런지
공교롭게도 민주의 최대 적이라고 불렸던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하면서 '건설'바람이 세차게 몰아 부칠텐데
그때 재개발에 밀린 영세상인들은 또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자신들의 투혼을 달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며
시위문화도 이제 시위양상과 걸맞는 '메뉴'를 찾아야 될 것 같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흘러간 노래가 되어버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당분간 듣지 않아도 좋지 않은가?...
암튼 영세상인들의 생계대책은 합리적으로 세워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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