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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금세기에 맛보지 못 할 '봉하마을'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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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에 맛보지 못 할 '봉하마을' 육개장
-추모 다큐 제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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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며 '맛있다'라는 찬사를 들으려면 몇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 음식을 만드는 재료 선정이 중요하다. 음식재료는 신선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재료여야 한다. 식재가 아무리 신선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자주 또는 오랜동안 찾아 길들여지지 않은 식재료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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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다. 똑같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 맛은 천차별 만차별이고 세계의 음식들은 각각 그들만의 고유 풍습에 따라 만든 음식으로 인하여 맛 또한 천양지차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만 해도 같은 식재료라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 요리방법이 다르고 맛 또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예컨데 칼국수 하나만 봐도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에서는 해물을 곁들인 칼국수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내륙지방에서는 국물맛을 내는 해산물 대신 닭이나 그 지방의 특산물을 넣어 끓여낸 칼국수가 맛을 달리하며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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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음식을 먹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음식의 맛도 달라진다. 똑같아 보이는 라면 하나를 끓여 먹어도 집에서 끓여먹는 라면맛과 야외에서 끓여먹는 라면맛은 달라도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혼자 먹는 음식과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의 맛은 이상할 정도로 맛의 차이를 내며 오랜동안 추억을 할 수 있는 음식과 그렇지 못한 음식으로 구별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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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조건 중에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음식의 모양과 향기도 아니며 식재료나 음식의 조리방법이나 장소도 아니다. 무엇보다 배가 고파야 한다. 제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음식이라 할지라도 배부른 사람들이 먹는 음식맛이 제 맛을 낼 리가 없다. 배가 고프면 세상의 어떤 음식도 맛없는 음식이 없고 평소 잘 쳐다보지도 않던 음식들이 '진수성찬'으로 성큼 다가올 것이며 허겁지겁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조차도 모를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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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분들은 불행하게도(?) 금방 그 맛을 떠올리지 못하겠지만 단 한차례라도 그런 경험을 겪은 분이라면 금방 당시에 먹은 음식맛이 떠오를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요리가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며 '맛있다'라는 찬사를 들으며 오랜동안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단지 배고픔만으로는 곤란할 것이며 나열한 몇가지 조건 전부를 충족시키면 금상첨화일 텐데, 실제로 그런일이 김해 봉하마을에서 일어나서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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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노 전대통령 서거 직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구름처럼 밀려드는 조문객들을 위해 자원봉사들이 밤낮없이 음식을 장만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며 육개장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커다란 솥에 광주리 가득 콩나물을 쏟아붓고 있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가정에서 끓여내는 육개장 조리방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자 좀체로 만나기 힘든 광경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같이 육개장은 지방에 따라서 조리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봉하마을에서 끓여대던 육개장은 군대에서 끓이는 육개장 모습과 비슷할 지언정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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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을 끓이는 방법(레시피)도 매우 간단해 보여 얼핏 보기에는 콩나물과 무우와 쇠고기와 대파 등 양념이 전부로 보였다. 먼저 커다란 솥에 쇠고기와 무우를 넣고 푹 끓인 다음 육수가 만들어지면 거기에 콩나물만 더한 모습이다. 물론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조리된 육개장이 금세기에 맛보지 못 할 '봉하마을' 육개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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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의 서거 직후 봉하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이미 알져진대로 정확한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였고 김해 봉하마을로 조문을 가려면 봉하마을 입구에서 차에서 내리자 마자 걸어서 30분은 족히 걸려야 당도할 수 있는 곳이어서 먼길을 오신분들은 식사를 제 때 하지못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시에 슬픔이 가슴 가득하여 입맛을 잃고 있을 즈음이었다. 그러나 당신의 그림움을 분향소에 내려 놓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한편, 그동안 비어있던 속이 먹을 것을 찾느라 아우성을 더할 시간이 되는 것이다. 대체로 상가喪家에서 먹는 음식들이 맛있는 이유가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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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펼져진 육개장 만드는 모습은 나를 껄떡이게 만들고 있었는데 벌써 이틀째 노 전대통령 사저가 있던 봉하마을 노사모회관에서 이틀동안 밤을 꼬박새고 있던 참이었다. 나름의 취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밤을 샌 터라 오르가든 몸을 풀어줄 따뜻한 국물이 필요했고 취재삼아 괜히 육개장 끓이는 주방을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 아마도 이 육개장 만드는 광경을 만나기 전 다른 음식을 취하며 배를 든든히 했다면 다시금 이 장면을 봐도 침을 삼키며 껄떡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금세기에 맛보지 못 할 '봉하마을' 육개장이라는 제목과 같이 생전에 이와 같은 음식을 맛 볼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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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쉽게도 현재 살아있는 전현직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한다 해도 노 전대통령 만큼 나나 우리를 애통하게 할 만큼 감동을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국민들 마음속으로 부터 멀어져 간 몇몇 대통령의 상가를 방문한다고 해도 이와 같은 장면은 연출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어떤 대통령의 죽음을 놓고는 (기뻐서) '떡을 돌리겠다'고 말한 차마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을 정도이므로, 허기진 빈속을 달래며 오그라든 몸을 풀어주었던 시원한 육개장 맛은 두고두고 맛보지 못할 육개장 맛으로 기억된다.

엊그제 우리나라 제16대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제가 끝났다. 그 현장에 가 보고 싶었지만 사정상 가보지 못하고 당신에 대한 작은 그리움들을 육개장을 붙들고 달래고 있는 것이다. 봉하마을에서 영면에 들어간 노 전대통령과 봉하마을의 육개장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이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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