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뱃살 떠올리는 '노각오이' 약재랍니다
장맛비가 오시시전 성남 모란시장에 들렀다가 요듬 자주 보기 힘든 노각오이 앞에서 서성 거렸다. 누런 색깔의 노각오이는 잘 구어진 백자항아리의 유약이 갈라진 것 처럼 껍질이 잘게 갈라진 모습이었는데, 피부색을 닮은 노각오이를 보자 마자 오래전 아내의 뱃살이 떠 올랐다. 부풀데로 부푼 만삭의 뱃살은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풍선처럼 부푼 것 까진 좋았지만, 뱃살과 허벅지는 피부가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여 살이 트면서 보기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지막 출산을 끝마칠 때 까지 흉터(?)로 남았는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그 모습도 차츰 사라졌다. 참 묘한 일이었다. 그렇게 만삭이 된 피부로 가끔씩 울퉁불퉁한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발길질을 한다며 또한 신기해 했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모란시장 난장에 펼쳐놓고 팔고있는 노각오이는 그렇게 오래된 추억들을 현재형으로 만들고 있었다.
"...할머니...이거...얼마예요?..."
"...천원!...사 가!~..."
나는 노각오이를 맛있게 먹은 오래전의 추억도 동시에 떠올리고 있었지만 이미 양 손에는 오이와 푸성귀들을 잔뜩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노각오이를 보며 공짜로 추억을 더듬고 있었던 것이다.
토종오이로 불리는 노각오이는 어릴적 흔히 볼 수 있는 오이였지만 개량종 오이에 밀려 요즘은 보기 힘들게 되어 모란시장과 같은 시장 한모퉁이 조금씩 내다팔고 있는 모습이고 잘 찾지도 않게 됐다. 우리나라의 재래종 오이는 요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량종 오이와는 다른 점이 많고 '조선오이'라고 부르는 토종오이는 요즘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산골 오지 같은 데에서 드물게 가꾸는 사람이 있기는 하나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오이는 3월 초순에 씨앗을 심어 5월 중순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열매가 달린다. 덩굴이 길게 뻗지 않고 잎도 드문드문 나며 열매도 많이 맺히지 않고 보기에도 먹음직 스럽지 않으니 개량종에 밀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열매는 개량종보다 가늘고 짧아도 맛이나 향이 훨씬 더 좋다. 열매가 익으면 밝은 갈색으로 익고 굵고 퉁퉁하게 되는데, 표면에 그물 모양의 무늬가 생긴다. 이 무늬가 아내의 뱃살을 떠올리게 한 것이며 글을 끄적이게 만든 동기가 된 것이다.
토종오이는 화상치료에도 효과를 발휘하는데, 끓는 물이나 불에 데었을 때 뿐만 아니라, 바닷가에서 햇볕에 많이 노출되어 피부가 발갛게 화상을 입었을 때 오이를 갈아 마시거나 환부에 붙이면 열독이 사라지고 피부가 살아난다. 그뿐 아니라 생즙을 내어 먹으면 술독을 풀고 화상을 치료하는 데 신통한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귀한 약재로 사용되어 온 열매며 요즘은 그런 처방을 잘 하지 않지만 중한 화상에도 오이 즙을 계속 먹이면 화독이 풀린다는 신비한 열매로 알려져 있다.
또한 노각오이로 불리우는 조선오이는 덜 익은 것을 따서 먹으면 여름철 더위로 식욕이 떨어졌을 때 입맛을 돋워 주는 식품으로 사용되는 한편 몸 안에 쌓인 열독을 풀어주는 식품으로 따를 만한 것이 없다고 전해지며 토종오이는 수박, 토마토 등과 함께 겉이 속보다 색깔이 진하고 수분이 전체의 95%를 넘는 열대성 음성식품인데, 이들 음성식품은 대개 액즙이 많아 무더위를 이겨내는 청량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개량종 오이라 할지라도 산행을 할 때 물 대신 오이를 먹으면 갈증해소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오이의 성분은 대부분이 물이며 그밖에 극소량의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섬유질, 회분, 칼슘, 인, 철분이 들어 있고. 영양가는 별로 없으나 독특한 향기가 있고 맛이 신선하며 다른 음식과 조화가 잘 된다.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 몸 안에 있는 나트륨염을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하므로 몸 안의 노폐물을 제거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량종 오이에는 농약을 많이 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약재로 토종오이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토종오이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 잊지말아야 한다. 개량종 오이는 조선오이보다 약효가 1/10 에도 못 미친다고 알려져 있으니 우리 땅에서 선조님들과 함께 해 온 토종오이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민간에 전해져 오는 토종오이의 증상별 적용법을 알아보니 오늘날 우리가 천대시 하는 토종오이의 효능은 놀라울 정도다.
증상별 적용 및 복용법
-.오이는 약용으로 매우 중요하다. 민간요법에 오이를 반으로 쪼개어 그늘에서 말려 물로 끓여 먹는 것이 있는데 이를 호과차 또는 오이차라고 한다.
이 오이차는 부종을 내리고 숙취, 술독을 푸는 데 으뜸이다. 심장성 부종, 신장성 부종, 또는 중년 여성들이 대사부진으로 아침에 손이 푸석푸석거리다가 오후쯤에야 부기가 내리는 증상에 효과가 신통하다. 술을 많이 마시고 나서 속이 아플 때나 구토, 두통이 심한 때에는 이 오이차 한잔이면 거뜬하게 해결된다.
-.오이는 최고의 해독제인 동시에 화상치료의 명약이다. 끓는 물이나 불에 데었을 때에는 즉시 토종 오이 생즙을 내어 5홉쯤 마신다. 3도 이상의 목숨이 위험한 화상도 오이즙을 계속 먹으면 화독이 풀린다. 화상으로 기절하여 혼수 상태일 때에는 고무관을 목안에 넣고 오이즙을 흘려 넣어 주면 깨어난다.
-.더위를 먹었거나 일사병으로 갑자기 졸도했을 때, 알코올 중독으로 코가 빨갛게 되었을 적에도 오이 생즙을 마시면 모두 회복된다.
-.오이는 오줌소태나 비뇨기과 질병에도 효과가 크다. 오줌소태에는 묵은 조선오이 한 개에 식초를 소주잔으로 한잔 부은 다음 물 세 사발을 붓고 삶아서 하루 세 번씩 2~3일 먹는다. 아니면 오이 뿌리 30~40g을 달여 먹거나 신선한 덩굴 5~12g을 달이거나 생즙을 내어 먹어도 효과가 있다.
-.오이는 피부를 곱게 하는 미용 재료로도 일품이다. 오이즙과 살구씨 찧은 것, 날계란 한 개, 수세미 덩굴에서 받은 물을 섞어 얼굴에 바른 뒤 마른 뒤에 떼어내고 얼굴을 마사지하면 기미나 주근깨를 없애고 주름살을 제거하며 피부를 희게 하는 데 효과가 매우 좋다. 오이 덩굴을 뿌리 쪽에서 30cm쯤에서 자르면 물이 많이 나오는데 그 물을 받아서 화장수로 쓰면 피부가 고와진다. 땀띠에 발라도 잘 낫는다.
-.오이 꼭지 부분의 쓴맛 성분에는 쿠쿠르비타신 A,B,C,D가 있는데, 쿠쿠르비타신 C에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쿠쿠르비타신 B는 간염에 효과가 있음이 최근에 밝혀져 독성이 적은 암 치료약으로 개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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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성남의 모란시장에 장을 보러간다. 그곳에는 토종오이는 아니지만 토종오이의 사촌 벌 쯤 되는 오이를 만날 수 있는데 적당히 개량된 오이여서 먹기에도 편리하지만 무엇보다 안사람의 피부미용을 위해 한보따리 사 들고 온다. 심심할 때 그 아삭거리는 오이를 먹기도 하고 안사람은 얇게 썰어 얼굴에 바르기도 하는데, 토종오이가 아니더라도 오이는 '먹는 화장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피부미용에 좋은 채소다.
얇게 저며서 얼굴에 붙이면 팩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촉촉하고 깨끗한 피부를 만들어 주며 화장을 하기전 이 과정을 거치면 화장이 잘 받아 꽤 오래 전 부터 오이팩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토종오이는 약재로 손색이 없지만 요즘 구하기 쉽지않고 좋은 약들 때문에 잊혀져 가고 있지만 오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인체를 윤택하게 하는 식품이자 약재임이 틀림없다. 혹, 시장에서 노각오이나 토종오이를 발견하면 즉석에서 구입하여 열거한 효험을 보시기 바란다.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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