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본 '패트병'의 기막힌 변신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 부터 일기예보가 걱정이 되었지만, 오후 늦게 부터 비가 그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경기가 시작되면서 체념으로 바뀌고 말았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굵은 빗방울이 가늘어졌을 뿐 경기가 끝날 때 까지 계속이어졌다. 이미 카메라는 빗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손으로 경기장면을 촬영하다 보니 팔은 팔대로 아팟지만 무엇보다 피사체를 잘 바라볼 수 없었다. 따라서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우산을 팽개치고 셔터를 누르는 바람에 카메라가 빗물에 젖었던 것이고 빗물을 닦아낸 수건도 축축했을 뿐만 아니라 렌즈도 습기로 뿌옇게 흐려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골대 뒤 포토라인에서 조용히 셔터를 눌러대는 카메라우먼이 눈에 띄었다. 우산을 쓴 채로 셔터를 누르고 있었는데 나처럼 우산을 들고 촬영을 하는 사람이나 우비를 착용하고 카메라에 수건을 덮어씌운 포토기자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림과 같이 이 여성 포토기자는 패트병을 잘라 카메라 받침대에 부착한 후 그곳에 우산을 받쳐놓고 있었던 것이다. 기막힌 장면이었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착안하여 어께에 대각선으로 맨 스포츠백 작은 주머니에 우산 손잡이를 고정 시키며 후반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가 오시는 축구경기장에서 약 2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우산을 받쳐들고 사진 몇컷을 얻기위한 노력들은 경기장에서 열심히 경기를 하는 선수들 만큼 힘든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패트병을 기막히게 재활용한 모습을 본 이후로 우천시 경기장면을 촬영할 때는 저렇게 하면 된다는 귀한 모습을 보게 됐다. 이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거나 실제로 비가 내리고 있어도 쓸데없는 걱정 하나는 덜게 됐다. ^^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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