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서 열리는 '예수'재?
교회에서 목탁소리가 들리지 않듯 사찰에서 찬송가를 들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제 오후 인사동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조계사를 둘러 보기로 했는데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모습이 발견됐다.
불기 2553년 생전예수재...
불기 2553년이라는 말은 얼른 이해가 가지만 '생전예수재'라는 말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 생전의 모습을 기리기 위한 의식일까?
그렇다면 그 의식을 왜 사찰에서?...
의문은 금방 풀렸다.
생전예수재는 '生前預修齎'의 한글로 '살아생전에 미리 수행과 공덕을 닦아두는 '재齎' 였을 뿐
예수(Jesus)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예수재였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렴 사찰에서?...^^)
예수재 기간동안 실천할 수 있는 세가지 공덕쌓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수행> 사경을 할 때 청정한 마음으로 불경을 옮겨 써서 이를 독경하고 남을 위해 해설하면,
삼재팔난과 업장을 소멸하고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현세의 복락을 성취하게 된다고 합니다.
금강경,아미타경,반야심경 사경을 통해 부처님의 말씀을 쓰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수행을 합니다.
두 번째,<지장보살예찬문 참회 정진하기> 지옥세계의 모든 중생이 성불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고 발원하신 지장보살님의 서원과 마음을 자신의 자신의 마음속에 옮겨 닮을 수 있게
매일 지장보살예찬문을 독송합니다.
세 번째,<보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계율을 지킴과 동시에 '베풂'을 강조하셨습니다.
인색한 사람은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베풀줄을 모른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베푸는 걸 좋아하니
그는 선행으로 인하여 보다 높은 세상에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법구경-
예수재를 알리는 안내문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그러니까 (죽을)때가 되어서 내세의 복락을 비는 인색한 사람이 되지말고
살아생전에 이웃에게 많이 베푸는 삶을 통하여 하늘나라에 거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생전예수재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가야 할 만큼 꽤 오래되었다.
당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불자들의 여러가지 복덕과 함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예수재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행사를 통해 공양 공덕을 쌓는 정도로 이해하거나
내 생의 복락을 누리려는 개인적 기복으로만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전예수재는 이보다 깊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첫 번째 뜻은, <오늘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어야 하며,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삶에 충실한 것처럼 불시에 닥쳐오는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하여
내생을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생을 대비하는 것은 오로지 선한공덕을 쌓는 길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뜻은, <참회하라는 것> 입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잘못한 것, 나쁜 생각을 가졌던 것, 나쁜말을 입에 담았던 것, 등을
매일, 매순간을 참회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중생의 삶은 다른 중생의 생명과 봉사로 인하여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무상에 대한 깊은 인식과 교만과 죄업에 대한 뼈저린 참회야 말로
예수재에 담겨져 있는 진정한 의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나쁜버릇은 예수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예수Jesus'를 떠 올리고 있었다.
바이블 속에서 로고스로 탄생한 예수도 결국 죽음에 이르는 '불합리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하느님의 아들로 영원히 죽지않고 살 수도 있었지만
우리들 인생을 향하여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일깨우며
골고다 언덕으로 향했건만
그저...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구원'에 이르는 편리한 구세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계사의 생전예수재를 보며 예수의 모습을 보니
생전예수재와 예수의 얼굴이 하나로 보인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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