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나를 유혹한 시장표 '파전' 기가막혀

SensitiveMedia  


나를 유혹한 시장표 '파전' 기가막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어서 5일장이 서는 모란시장의 상황이 궁금했다. 그곳에는 정확히 5일전 부터 별르고 별렀던 '도토리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남의 모란시장은 예전보다 모습이 변하긴 했지만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들 께서 장에 내 놓고 파는 도토리묵이나 귀한 푸성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여 가끔 찾는 곳이기도 했다. 억수같은 비는 오전 9시가 넘어서자 거짓말 같이 멈췄고 포기하려고 했던 장보기를 급히 서둘렀다.

모란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햋볕이 쨍쨍 내리쬤다. 장이 분명 열릴 것이었다. 나는 벌써부터 입에착 달라붙는 도토리묵 맛을 머리에 떠 올리며 침샘을 자극하고 있었다. 짙은 갈색의 도토리는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도토리무침'으로 변하여 늘 먹던 음식에 익숙한 입안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모란시장 한쪽 구석 골목에 쪼구려 계시던 도토리묵 할머니(이렇게 부른다)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신 것일까? 곁에서 노각과 오이를 파시는 할머니께 물어봤더니 친척이 상을 당해서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틀렸다. 그래서 그 할머니에게 다시 물었다.
 
"...할머니 혹시 여기 말고 다른곳에 도토리묵 파는 곳은 없나요?..."

괜한 질문이었다.

 "...모르지!..."

할머니들이 자리잡고 앉은 자리는 장이 서는 날이면 지름길로 이동하여 겨우 자리잡은 다음 엉덩이를 약간 움직이는 것 뿐, 내다 팔 물건이 다 팔릴 때 까지 꿈쩍도 하지 않는데 닷새만에 한번씩 열리는 장 곳곳을 다닐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안사람이 야채를 구경하고 있는 동안 나는 시장입구에 사람들이 우글 거리던 파전집을 떠 올리고 있었다. 괜히 그 파전집이 눈 앞을 어른 거렸던 것이다. 정오가 다 됐다.
 
참 이상도 하지?...머리속에는 파전과 함께 김이 뽀얗게 서린 시원한 막걸리가 동시에 오버랩되고 있었다. 햋볕은 더 쨍쨍 내리쬤다.(...아니 구질구질 비오시는 날도 아니고 이렇게 햋볕이 쨍쨍한데...먼 파전이여?...) 시장입구에 들어서며 파전을 굽는 아주머니를 향해 맛있겠다!...고 던진 한마디가 도토리를 살 수 없는 결과와 맞물렸던 것일까? 뱃속에서 난리가 아니다. (먹어 봐! 맛있어!...쥑인다니까?!...) 이미 내 발길은 잘 달궈진 커다란 철판앞에 와 있었다. 지독한 유혹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이 파전이 나를 유혹한 문제의 파전이었다.
간단한 레시피 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선 잘 다듬어진 쪽파를 기름이 지글 거리는 철판 위에 올려놓은 다음
묽은 밀가루 반죽을 끼얹고, 그 위에 해물 두가지(오징어+생새우)와 함께
 잘게 썬 청양고추를 올린 다음
 미리 풀어둔 계란을 끼얹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모습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한쪽면이 다 익으면 뒤집어 다른 한쪽을 마저 익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파전맛은 벌써부터 먹음직스러워 보나마나 맛이 기막힐 것이나
무엇보다 가격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과 같이 커다란 파전 한장 가격이 글쎄...3,000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한 테이블을 기웃 거리자
조금전 부터 껄떡이고 있던 내 모습이 불쌍했던지...^^
한 손님이 내게 파전과 함께 막걸리 한잔을 권했다.

난...완전히 막거리와 파전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아이고오~감사합니다. 그보다 우선 사진 한 컷만 촬영하면...(안되겠습니까?)
(일케요?...) 내게 막걸리와 파전을 건넨 손님은 내 카메라를 의식하며
금방 젖가락에 파전 한조각을 들고 내 밀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이 모습이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파전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손님 몫 파전 서너 조각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한편
그가 아껴(?) 마시던 막거리 두잔을 해치우고 말았다.

(어떤 맛이냐구요?...말이 필요없다...ㅜㅜ ^^)
파전 맛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토리묵 대신 늘 먹던 음식에 익숙한 입안에 신선한 자극을 준 건 다름이 아니라
그림속의 이 모습들이었다.

쪽파 대가리(머리 아니다)가 입안 한쪽에서 톡 터지며 달짝지근한 물을 입안에 돌게 할 때 쯤
쪽파를 감싸고 있던 계란반죽은 고소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고
쪽파와 함께 씹히는 오징어와 새우 조각들은 금방 하얀 액체를 요구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주문한 파전이 도착하자 마자 이런 모습을 그냥 흘려 보낼 수 없었다.
'내가 꿈꾸는 그곳'을 방문 하신분들이
'내가 꿈꾸는 파전'을 껄떡이며 돌아가시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

모란시장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이 파전집의 간장소스는 특별했다.
큼지막한 파전과 함께 등장한 양념간장에는 간장으로 만든 양파피클이 함께 나왔는데
짭쪼름하면서도 짜지않고 양파향기가 적당하여 파전맛을 배가 시키고 있었다.

파전과 막걸리가 구질구질 비가 오시는 날 입맛을 당기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햋볕이 쨍쨍 내리쬐는 장바닥에서도 나를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를 유혹한 시장표 '파전' 모습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녀석은 나를 또 얼마나 더 유혹할런지...^^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SensitiveMedia

MB583 미디어 블로그 - 1인 미디어 연합 MEDIA BLOG
   네이버에서 구독        ※ 마우스를 올려놓고 휠을 사용해 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