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나 그만 돌아갈래!

SensitiveMedia  


 나 그만 돌아갈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이름은 점수니(jeomsuni, ♀) 입니다.
나이는 생후 2개월째 접어들었구요.

시골에서 밤차를 타고 서울에 왔는데
나를 처음 본 아빠(?)가 내 얼굴을 들여다 보더니
에구...귀엽기도 하지 그런데 점이 있네...하며
점순點順이라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그런데 아기냥이인 내게
점순아 점순아 하고 부르면 너무 클래식하다나요?
그래서 점수니~또는 점수나~하고 불렀습니다.
난생처음 내가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나...점수니...!)

어느날 저녁 시골에서 막 올라온 직후
아빠는 나를 점수니라고 처음 부른 후 생전 처음으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는데
난 그때 아빠가 나를 죽이려는 줄 알았지 뭡니까?
(어푸!~어푸~) 소리를 지를 시간도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오듯 쏟아지는 샤워를 마치자 마자
아빠가 날 사랑해서 목욕을 시켰다는 걸 나중에 알았답니다.
아빠는 내게 마른 수건과 훈풍이 나오는 드라이 기계로 털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었고
나 점수니는 얼마나 상쾌했는지...^^

그리고 아빠는 네모난 통에서 하얀 우유를 손바닥에 따르고
내 입 앞에 내밀었는데
엄마젖이 먹고 싶었던 난 아빠 손바닥에 앞발을 문질러 가며
엄마젖 빨듯 게 눈 감추듯 금방 해치우고 이내 잠이 들었지요.

잠결에 아빠 손길은
내 턱과 앞발에 묻어있는 우유를 닦아내고 있었습니다.
난 시골에 있는 엄마를 까마득히 잊고 행복해 했습니다.
샤워도 하고 배도 부르고 쏟아지는 잠...

눈을 떠 보니
내 코는 아빠 겨드랑이 밑에 박혀있었고
아빠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자 아빠는 컴퓨터 위에 나를 올려놓고
친구들을 구경 시켜주겠다며 <반려동물>에 있는 냥이를 보여주었지만
난 아빠가 더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아빠는 나를 쇼핑백에 넣고 외출을 하며

"점수니...조용히 해야 돼?!..."

난 무슨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지요.

"...미야옹~"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왁자지껄한 호프집에 와 있었습니다.

호프집으로 오는 동안 나는 버스도 타 봤고
버스창 너머 사람들이 살고있는 도회지 구경도 했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은 쇼핑백이 답답하고 창밖 경치도 궁금하여 얼굴을 내밀때 마다
아빠는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들어가...사람들이 본단 말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알았쪄요'하는 소리로 미야옹~ 미야옹~ 했지만
택시를 탈때도 그랬고 커다란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그랬고
이런 일은 호프집에 도착할 때 까지 반복됐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점수니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었습니다.
이상한 예감이 자꾸들게 한 건
호프집에서 어떤 언니들이 나를 너무 귀여워 할 때 부터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빠들도 귀여워 했는데 내가 귀엽다며 막 사진을 찍었어요.
사실 아빠와 호프집에 도착할 때 까지
무섭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호기심도 발동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배가 엄청 고팟는데
 아빠는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걸 몰랐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냐옹 냐옹 신호를 보냈는데도
흠...점수니~배고픈가 본데 우유 없어서 어쩌지...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더 소리쳤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
그제서야 아빠는 참...이거 한번 먹어봐라 하시면서
튀긴 통닭 조각을 조그맣게 뜯어 내 앞에 내밀었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내가 냐~옹! 하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더니
점수니 배고팟었구나...미안!...하시는 거예요.
미야옹...(허겁지겁...미야옹...)

그런데 조금전 부터 언니들과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괜히 불안해 하고 있었답니다.

("...에궁 너무 귀여워요...내가 키우고 싶어...")
그때만 해도 난 언니들이 그냥 이뻐하는 소린줄 알았답니다.
그런 언니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예요.

근데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엿들으며 취중에 하는 소리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곁에 앉아있던 언니의 눈길이 점점 더 내게 다가오는 걸 느꼈습니다.

그게 아빠와 나를 영원히 떨어지게 한
첫번째 사건이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흑흑..
(나...그럴줄 알았다니까요.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그만...돌아갈래!~...흑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그만 돌아갈꺼야!~...
(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냐~~~옹...)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점수니는 언니를 따라 낮선곳에서 4일간 나로 부터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언니로 부터 전화가 왔다. 불길한 전화였다.

"...저요...점수니...때문에...죄송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언니의 목소리 속에는 내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점수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 점수니에게 불행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잘 돌봐 주고 싶지만 사정상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너무많아
점수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점수니를 기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언니에게 점수니를 안겨주었던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며칠전 점수니는 처음 헤어졌을 때 처럼
 다시 쇼핑백 속에서 나와 얼굴을 마주쳤다.

"...미야옹~"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무 반가워 하는 점수니는 며칠새 더 커진 느낌이 들었다.
그새 통닭을 여러번 먹었던지 통닭 다리를 건네주자

"...그르릉...그르릉...그렁..." 하는 소리를 내며
처음 우유를 핥던 때 모습과 많이도 달라져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빠!...안녕하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속에서 점수니는 나를 보고싶어 하고 있었다.
아니 내가 점수니를 그리워 하고 있었다.

점수니는 언니로 부터 다시 내게 돌아온 직후
나를 처음 만난(분양) 장소에서 나와 헤어졌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SensitiveMedia

MB583 미디어 블로그 - 1인 미디어 연합 MEDIA BLOG
   네이버에서 구독        ※ 마우스를 올려놓고 휠을 사용해 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