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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형장으로 끌려가는 누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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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장으로 끌려가는 누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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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11시경, 모란시장에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 누렁이는 안간힘을 다하여 버티며 끌려자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목줄대신 밧줄로 맨 올가미는 누렁이가 힘을 쓰면 쓸수록 조여가는듯 했다. 발자국대신 두어줄의 선을 그으며 누렁이는 형장으로 끌려가고 있었던 것인데, 누렁이를 길렀던 주인은 누렁이의 목줄을 쥐고 누렁이의 운명을 지켜볼 요량이었는지 아무런 일도 없다는듯 끙끙대는 누렁이 곁을 걷고 있었다. 차마 쳐다볼 광경이 아니었지만 돌아서는 즉시 두어컷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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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날씨는 오전이었지만 무척 뜨거운 날씨였다. 마치 복날을 연상케 할 정도로 뜨거운 날씨였는데 누렁이의 운명은 곧 다가올 복날에 보신용으로 쓰여질 '식재료'였던 것이다. 누렁이가 지나가는 골목에는 그 식재료들이 널려있는 곳인데 문득 아직도 '반려동물'을 식용으로 먹어야 하는 새삼스러운 질문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 예전 정말 먹을 게 없어서 애지중지 키우던 누렁이를 할 수 없이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굳이 누렁이를 먹지 않아도 될만큼 음식들이 다양하고 넘쳐나는데 여전히 보양탕.영양탕이라는 이름으로 식도락가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니 식습관은 어쩔수 없나보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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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개장사'는 몰인정하여 누렁이가 식재료로 밖에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누렁이를 조그만 새끼일 때 부터 키웠을 주인은 자신이 기르던 누렁이가 형장으로 끌려가는대도 아무런 느낌도 없다는 게 나를 가슴아프게 한 것이다. 그는 누렁이를 키우는 동안 누렁이가 커 가면 갈수록 누렁이 값을 계수했을 테고 그것도 모르는 누렁이는 그런 주인을 보고 꼬리를 흔들었을 텐데, 얄궂은 누렁이의 운명은 결국 주인을 잘못 만나 모란시장에서 식재료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아픈 순간이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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