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이 그리워한 '논둑길'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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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노무현이 그리워한 '논둑길' 걷다
-추모 다큐 제16편-

노 전대통령 서거 직후 봉하마을에서 이틀밤을 세우고 나선곳은 노 전대통령 사저에서 바라보이는 봉하마을 들녁의 논둑길이다. 아마 당신이 봉화산 부엉이 비위로 향하지 않았다면 그 시각 모내기를 앞둔 이 논둑길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짙은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당신의 서거 시각에 맞추어 논둑길을 걸어봤다.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었던 봉하마을 논둑길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했고 풀꽃들이 논둑길 옆에서 수줍은듯 소박한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았는데 신발에 흙덩이가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당신이
이 논둑길을 걸었을 때도
풀꽃들이 보였을 텐데...

아마도
그 풀꽃들은
당신의 눈과 마주치며
얼마나 기뻐했을런지...

그런데
 주인을 잃은 풀꽃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의 소원이
이런 길을 걷고자 해서
사람들은 당신을 가리켜 바보라 했다.
그래서
 바보 노무현...

얼마든지 세상과 타협하며
 오랜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선택한 외길은
논둑길을 너무도 닮아 있었다.

존재하는 듯
언제든지 자리를 내주고 마는
논둑길...

그 곁을 지나며
수로 가득한 물풀들을
사랑했을 텐데...

이제 퇴임후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무뚝뚝한 한 사내의 약속은
지켜져도 소용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다.

당신은 이 길을 걸으면서도 행복하지 못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는데...

당신이 그토록 가고 싶었던 이 논둑길에서
여전히 풀꽃들을 그리워 하듯
가난한 이웃들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들이
구름이 되고
 또 비가되어
 이 들녘을 적시고 있는데

당신은 대체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른 아침 사저를 출발하여 봉하마을 논둑길을 걸어
사저로 돌아가는 길도
 편치않았겠지만...

아직도 이 길을 걷고자 하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그저 편히 쉬시길요...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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