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임신'했거든요?!
구룡마을의 오후는 한산했다.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고 이 마을 사람들도 모두 벌이에 나섰다.
몇몇 할일을 찾지못한 사람들이 움막집 그늘처럼 서성거릴 뿐
적막이 감도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유령마을이라 불렀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이 마을을 '유령마을'이라고 고쳐부르는 이유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이 마을은 '구룡마을'일 뿐이지 행정구역상 번지수가 없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각 움막집마다 번호를 붙여놓고 스스로 번지수를 만들어놓고 살고 있다.
이곳에는 사람들로 부터 냉대를 받고있는 사람만 살고있는 게 아니라
길냥이가 무리를 지어 살고있는 길냥이 천국이기도 하다.
유령마을이라 불려서 그럴까?
길냥이들도 사람들을 구속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행정구역으로 부터 자유롭고
이 마을 사람들도 길냥이에 대해서 이웃처럼 생각하고 살고있는듯 했다.
해가 뉘엿거릴 무렵,
나는 걸음을 천천히 옮기는 한 길냥이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걸음을 얼마 떼지 않았는데 길냥이는 아까부터 낮선 나를 의식했던지
뒤돌아 보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녀석은 낮선 내가 누군지 알아보려고 애쓰는듯 했다.
그때였다.
녀석은 내가 나쁜사람이 아닌것 만은 확실하다고 판단했던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시금 나를 쳐다봤다.
녀석이 옆으로 드러누운 자세 사이로 발그레한 젖꼭지가 드러났다.
녀석은 임신을 한 것이다.
내게 임신한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더디게 걷고있던 걸음걸이는 만삭의 몸 때문이었다.
녀석은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변변히 먹을 것도 없어 보이는 이 마을에서 임신을 하게된 녀석은
꽤 긴 시간 지친몸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먹이를 찾아나선 것 같았다.
많이도 지쳐보이는 녀석을 보니 안스러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고양이는 새끼를 임신하면
보통 60여일을 보내고 너댓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녀석들의 교미모습도 보지못했지만 아직 고양이의 출산모습도 본적 없다.
그러나 인간이나 동물이나 임신을 하면 더 많은 먹이를 필요하게 되는데
기록들을 보니 어떤 고양이는 사람처럼 입덧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녀석의 뒤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한 내가 우스운 꼴이 되었다.
녀석이 내게 가슴을 열어 보인 건
스스로 태아들을 보호하려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다 보며
"...나!...'임신'했거든요?!..." 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녀석을 힘들게 했다.
그나저나 녀석의 출산이 임박했는데
구룡마을은 다시금 귀여운 냥이들을 키워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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