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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손잡고 다니면 '애인' 맞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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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고 다니면 '애인' 맞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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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벚꽃이 흐더러지게 핀 아파트단지 속을 거니는 한 부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았다. 벚꽃에 심취하여 벚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나의 곁을 지나치던 부부는 내 카메라가 향하는 곳을 마주보며 참 아름답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내 곁에서 부부가 함께 꽃구경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그런데 부부는 나로 부터 저만치 멀어지면서 재밋는 모습을 더불어 연출했다.
 
그림과 같이 부부는 두분 다  뒷짐을 지고 있었다. 당시 이곳에는 부부와 나 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산책을 다녀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부의 뒷짐진 모습을 보며 기왕이면 벚꽃이 아름답게 핀 곳을 지나치면서 손이라도 잡고 걸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뒷짐진 모습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일 텐데 말이다. ^^

얼마전 안사람과 함께 사람들이 북적이는 종로거리를 걸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절차(?)가 신경쓰여 손을 잡고가자고 제안했는데 손을 잡고 가면서 별로 재미없는 말 한마디를 듣게 됐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사람은 '애인사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손을 잡고 다니는 다수의 사람들은 애인사이일 뿐 부부사이가 아니라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 돌게 된 이유는 우리들 문화속에서 부부나 연인이 손을 잡고 다니는 행위는 사랑의 열병에 빠졌을 당시 한 때일 뿐, 어쩌면 손을 잡아서는 안되는 사회적풍토가 한몫 거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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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죽자살자 연애를 할 당시에는 남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잡거나 아무데서나 거리낌 없이 뽀뽀를 해도 괜찮았지만 알 것 다 알고 나니 시들해졌다는 표시가 뒷짐을 진 경우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마음을 청춘기 때 처럼 오버(?)할 필요 까지는 없을 망정, 손을 잡고 다니는 행위 하나만으로 '애인사이'라는 말이 나오게된 이유 속에는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보게만든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때문이다.

한 탤런트의 죽음으로 요즘 한창 '명예훼손'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유력일간지'의 한 남자는 성상납이라는 오명 속 실체중 한사람이라고 알려졌고,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남자는 물론 웬만한 위치에 있는 적지않은 남자들이 아내를 둔 유부남이자, 일간지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취했다고 알려진 여성은 그의 딸과 같은 여성과 놀아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들은 세상사람들이 볼 수 없는 밀실에서 사랑을 나누었겠지만 아마도 그들이 종로 바닥에서 활보를 하면 안사람의 재미없는 말이 딱 들어맞는 형편인 것이다.
 
좀 살만한 남성들 중에서는 '애인 없으면 XX' 소리 듣는것도 남성들이 만든 능력의 척도처럼 여겨져서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심정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행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경우 결국 애정으로 충만했던 부부사이의 신뢰에 금이가고, 마침내 뒷짐을 지고 함께 걷기는 커녕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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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부부나 애인사이의 애정표시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도 달라졌지만, 예전 어른들이 외출을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게 남성이 서너발자국 앞서 걷고 여성이 그 뒤를 쫒는 형국이었다. 그 모습은 결코 애정이 식어서도 아니고 조강지처에 대한 사랑이 사라진 행위의 표시도 아니었다. 우리네 사람들은 서양사람들과 달라서 애정표시가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인 반면,  한때 서양사람들이 적극적인 사랑의 표시를 했지만 이혼률이 그 어느곳 보다 높았고 소극적인 사랑을 표시한 것 같았던 우리네 사람들은 대부분 무덤까지 동행하며 이혼이라는 말 자체를 실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도 변해서 서양문화를 충실히 답습해 가는 우리들도 어느덧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는 한편 최고의 이혼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설이 존재하지만 '성격차이'가 다수를 지배하고 있는데, 생면부지의 남녀가 처음 만나서 결혼에 이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은 '성격이 맞아서' 이루어진 행위가 아님을 볼 때 성격차이를 주장하고 나선 부부중 어느 한쪽은 반드시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런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는 것 보다 어쩌면 뒷짐을 진 채 같은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더 나아보이기도 한다. 안사람이 나의 제안에 불쑥 '애인사이'를 끄집어 내며 웃은 것도 손은 잡지 않아도 좋으니 '사랑하는 마음 변치않고 오래토록 함께 살자'는 의미가 내포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뒷짐을 진 부부의 뒷모습을 향하여 '차라리 손이라도 잡고 같으면'했던 내 마음은 '뒷짐을 진 부부'가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더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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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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