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보다 더 '아름다운' 꽃받침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무색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 뿐만 아니겠지만, 봄은 오는듯 느끼는 순간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란 열흘동안 붉은 꽃이 없라는 뜻이지만 한차례 성한 모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쇠잔해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바라보고 있었던 건 화무십일백이었고 정말 거짓말 같이 하얀 살구꽃은 열흘을 채 넘기지 못하고 하얀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화려한 것들은 생명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주연을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이나 스탭들의 각고의 노력은 잘 알아주지도 않는데 살구꽃의 꽃받침이 그러한 것 같고,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하는 정치인들의 행보도 '권불십년 權不十年'이라는 말 한마디로 살구꽃 처럼 어느날 내 곁에서 꽃잎을 떨구고 사라지는 것을 무수히도 많이 봐 왔는데 그들은 여전히 천년만년 권좌에 앉아있을 것 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봄볕을 받아 화사한 살구꽃들이 꽃잎을 떨구고 새빨간 꽃받침을 드러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세상에 먼저 꽃을 피운 살구꽃이 마지막 까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얀속살을 한잎이라도 더 오랜동안 보듬고 있는 꽃받침은 다시금 눈물처럼 매달릴 파란 살구를 위해서 뜬눈으로 또 밤을 얼마나 지새야 할까?
apricot blossoms
花無十日紅
영화 '타이타닉'은 '벤허 Ben-Hur'와 함께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 수상(14개 부문 후보 가운데 11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는데, 이 블록버스터 영화는 그냥 대충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 역사적인 드라마는 제작비에 2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어 가장 비싸게 만든 영화였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시각적인 힘은 거대하면서도 세밀한 세트와 정교한 특수효과를 통해 얻은 것이라고 전하고 있는데, 작은 꽃 하나를 피우기 위한 노력도 따지고 보면 이런 거대한 산업보다 더 많은 자연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우리는 봄 꽃들에 대해서 열광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타이타닉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의 불운한 운명과 더불어 잘생긴 방랑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상류층의 미인(케이트 윈슬릿) 사이의 평범 하지만 감동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잘 연출했기 때문이고,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에 등장한 엄청난 비용과 주연을 빛나게 한 조연들과 엑스트라와 스탭들이 빚은 세기의 걸작이 타이타닉이라면, 봄철 해마다 우리들 뜨락에서 하얀속살을 드러내게 만든 것이 살구꽃의 빨간 꽃받침이었다. 그는 화무십일홍의 부정적 이미지를 다시금 되살리며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름답고 멋진 조연이자 연출자였던 것이다. 참 위대한 조연이다.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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