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그릇'이 널린 벚꽃놀이 풍경
서울은 지금 벚꽃들 때문에 난리가 아닙니다.
어느곳을 다녀도 눈에 띄는 게 벚꽃들이고 윤중제 벚꽃놀이도 시작되었지만,
해마다 4월이면 어김없이 하얀속살을 드러내 놓는
동네 아파트단지 뒤편에 있는 벚꽃구경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입니다.
이곳은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주공9단지 뒤편의 공터 모습입니다.
수십년된 벚꽃나무들이 커다란 가지끝에 하얀꽃들을 솜사탕처럼 매달고 있는 곳인데
이곳에 사는 주민들 외에도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볕이 따가울 정도로 따뜻한 오후
화사한 벚꽃나무 아래 이곳 저곳에서 벚꽃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데
이곳에 도착하자 마자 카메라가 시선을 둘 곳이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뷰파인더 속에는 계속해서 자장면 그릇이 포착되었는데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자장면을 시켜먹은 후 그릇을 회수하지 않아
벚꽃 전경에 자장면 그릇이 포함되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아예 자장면 그릇을 포스팅 속에 포함 시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자장면 그릇을 피해서 촬영을 할 수도 있고 촬영 후 이미지를 삭제할수도 있었지만,
혹, 이 장면을 보신분들은 이렇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자장면 그릇을 벚꽃놀이에 포함 시킵니다.
아마도 자장면을 시키신 분은
벚꽃놀이에 빠져 도시락 준비를 하지 못한 사람들 같았고
그릇 숫자를 보니 여러분들이 자장면을 드셨습니다.
벚꽃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꽃구경에 한눈팔려
자장면 한그릇 분량이 남아돌았겠습니까?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와서
그나마 배가 불러야 벚꽃구경도 제 맛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일행중 그 어느분도 자장면을 드신 후
그릇을 한쪽으로 치우는 걸 잊으신 것 같습니다.
다 똑같은 분들이었죠.
솔직히 자장면 그릇 때문에 기분이 매우 상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장면 그릇이 벚꽃놀이 마당에 쌓여있는 모습은 벚꽃놀이를 반감시키는 건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먹다남은 음식을 저런 모습으로 방치해서야 곤란하죠.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꼴불견'이라고 합니다.
그릇을 위쪽으로 치워놓고
다시 아파트단지 뒷편에 있는 벚꽃동산으로 가 보실까요? ^^
저는 아파트단지 뒤편에 마련된 공터에 핀 벚꽃과 같이 오붓한 자리를 좋아합니다.
해마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을 가 봤지만
그런곳에는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제대로 벚꽃을 감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벚꽃축제나 축제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는 사람구경만 하다가 돌아오기 일쑤였죠.
그런데 이곳에는 도시락을 싸 온 소풍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수도 있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머리위에 앉기도 하는 곳입니다.
오늘 오후, 이곳에 소풍을 온 사람들은
이 동네에 살고있는 할머니 몇분이 손자손녀를 데리고 나왔고,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 후
이곳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엄마들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딸과 어머니가 함께 벚꽃그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은 무슨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벚꽃이 흐드러진 이곳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휴대폰 너머에서 들리는 음성과 달리
꽃향기가 진동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아름다운 벚꽃 때문에 넋을 놓은 오후시간이었습니다.
4월...
아무도 모르는 한밤중에
달빛을 듬뿍받은 벚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네 뒤편에는
소풍객들이 소곤 거리는 이야기들이
꽃잎과 함께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딸아이의 하얀 브라우스 옷깃같은 벚꽃을 다시 만나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1년의 세월은 또 나를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게 할것인지...
Boramirang
Sensitive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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