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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미더덕 먹다가 입천정 '까져'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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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더덕 먹다가 입천정 '까져'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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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운명은 부지불신간에 어느날 갑자기 도둑처럼 깃들어 아픔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일까? 세상은 늘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들로 가득찬 곳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것은 한 순간이었다. 바다속 이야기 전부와 달콤한 사랑으로 암수가 한 몸을 이루고 사는 '미더덕'이 된장찌게 속에서 내 입속으로 들어와 몇번을 오도독이며 전설과도 같은 맛을 전했는데, 다시금 깨문 미더덕은 한순간 내 입천정의 감각을 무디게 했다. 그게 전부였다. 입천정은 녀석이 품고있던 뜨겁디 뜨거운 액체로 화상을 입히고 내게서 멀어져 갔다.

바다의 더덕이라고 불리며 멍게와 함께 바다의 향긋하고 묘한 맛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미더덕과 그를 닮은 오만디가 요즘 제 철을 맞이하고 있고 미더덕 산지인 남해에서는 미더덕 축제가 한창이다. 생긴 모습이 길쭉한 도토리 를 닮은 미더덕은 못생긴 외모와 달리 멍게(우렁쉥이) 속살이 전해주는 맛과 향을 손가락 한마디만한 몸속에 액체 따위로 저장하고 있는데 보글보글 끓고있는 된장찌게 속에서 더불어 뜨거워진 미더덕이 입속에서 뜨겁게 작렬하며 입천정을 까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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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크기가 작은 미더덕이나 미더덕을 닮은 오만디로 부터 이런 불상사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살집이 꽤 붙어있는 미더덕은 된장찌게와 같이 끓이는 요리로 먹을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더덕은 봄철 달래와 냉이 와 버섯등을 넣어 된장찌게에 넣어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 미더덕 본래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 찜을 많이 해 먹고 콩나물과 미나리 등을 넣어 만든 미더덕찜은 재료만 다를 뿐 아귀(아구)찜과 별 다를 바 없는 기막힌 요리재료이기도 하다.

어제 아침 가락시장에 들러서 미더덕을 보는 순간 녀석이 내게 준  작은 아픔을 떠올렸는데, 아직 미더덕 맛을 보지못한 사람들이나 맛있게 먹은 음식의 맛을 표현하기란 참 쉽지않은 일이다. 미더덕 맛에대하여 그냥 바다의 향기라고 말하면  각자 취향에 따라서 판단될 일이고 비릿한 갯내음이 바다의 향기라고 여겨 미더덕 맛도 그럴것이라는 생각을 가질지 몰라서 노파심으로 서두에 '사람들의 운명'과 같은 거대한 명제를 던져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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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살고있는 수많은 생물들은 어쩌면 뻔한 결과가 예견될지라도 우선 달콤함에 취하고 싶고 향기로운 것들에 취하고 싶을 것인데, 아마도 전설과도 같이 바다 이야기가 듬뿍 담긴 미더덕의 맛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입천정이 다 까져가며 미더덕에 심취했겠는가?...^^

미더덕의 영어 명칭은 'Warty sea squirt'로 불리운다. 바다속 바위에 혹처럼 달라붙어 살면서 바다속 이야기와 향기를 모조리 채집한 작은 자루라 할까?  미더덕은 그 작은 자루속에 암수가 한몸을 이루며 뜨겁게 사랑하며 알콩달콩 살았던 것인데 내 입천정을 까지게 만든 건 내가 미더덕을 너무 뜨겁게 사랑한 탓도 없지않아 보인다.ㅎ 그 결과 내 입속은 작은 놀라움 때문에 그로 부터 한발짝 물러선 채 전설속 아득한 사랑처럼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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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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