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그곳
옛 여성 '섹시'하게 만들던 피마자
누님은 우리 형제들 보다 나이차가 월등히 많아서
어떨때는 누이라기 보다 이모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주 오랜 추억속 누님의 모습은
어머니와 함께 안방 면경 앞에 앉아서 치장을 했는데,
예고없이 불쑥 방문을 연 면경 앞에서는
고쟁이 차림으로 치마저고리를 갈아 입으려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내가 마치 못 볼 걸 본 거 처럼
훠이~하며 참새 내쫒듯 했다.
요즘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칠남매가 살고있는 우리집에서 여성들의 모습이란
고작 할머니 어머니 누님과 젖비린내 나는 여동생이었고,
종손인 아버지 때문에
행사때 마다 자주 우리집을 드나드는 숙모님이 거의 전부였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화장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면 참새처럼 쫒겨난 나는
면경 서랍에 있는 화장도구며 참빗과 같은 여성용품이 궁금하기도 하고
브래이저가 흔치 않던 시절 엿 본 '앞가리게'가 우스광 스럽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뒷마당 빨래줄에 걸린 혈흔이 깃든 '면생리대'의 용도는 도무지 모를 때 였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을 자주 목격하고 관심이 생길때 쯤
어머니와 누나가 외출준비를 위해
머리를 다듬고 머리카락을 윤기나게 하는 기름이 '피마자유'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하교후 할일없이 안방 면경앞에 서성이다가
어머니와 누나가 남긴 분냄새의 아득한 느낌속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어머니와 누나의 쪽진 머리는 볕을 받아 반들 거렸다.
이틀전,
나는 줄기가 다 마른 피마자나무 곁에서 오래된 추억을 떠 올리고 있었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한때 피마자는 화단곁에 많이 심었던 키가 큰 1년생 식물이었고
'아주까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자라는 동안 잎을 따 대친다음 쌈을 싸 먹기도 한 나무(?)였다.
열매가 콩 처럼 생긴 피마자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린 모습을 보니
오래전 안방 면경 앞에서 본 추억들이 피마자 열매 숫자만큼 떠 오른다.
어릴 적 나는 이 식물에서 풍기는 역한 냄새가 싫었지만 쌈은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고
어머니와 누나가 머리에 바르던 피마자유는
당시 여성들에게 매우 소중했던 화장품 중 하나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주까리기름 또는 ricinus oil이라고도 함.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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