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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구룡산을 다녀오는 길에 천의 약수터 아래 등산로를 따라서 구룡마을을 지나치게 되었다. 가끔씩 찾는 이 마을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곳이다. 도시 재개발의 부작용이 만들어 낸 우리사회의 또다른 한 모습인데 이곳에서 달라지는 풍경 하나를 꼽으라면 가난한 이웃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 준 주검들이다. 그 주검들은 아무렇게 버려진 모습 같지만 일정지역에 흩어져 쌓아진 모습들이 마치 공원묘지를 보는듯 하다. 그들은 처음부터 하얗게 색바랜 모습은 아니었고 칠흑같이 어둔 밤 처럼 새까만 모습이었다. 연탄화덕에서 가난한 이웃들의 마음을 졸이며 또 졸이다가 속이 다 타버렸고 마침내 홧병처럼 번진 불덩이가 되어 구룡마을 사람들의 등을 따숩게 만들며 죽어갔다. 얼마전만 해도 이런 모습들이나 구룡마을의 낮선 풍경들은 그저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한 단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이 마을을 보는 시각이 조금 더 달라지고 있다. 용산참사로 불리우는 도시 재개발의 부작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개발이 가져다 줄 이익은 결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일이 아님을 실감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사회 한편에서 속을 끓이다 끓이다 못해 홧병을 안고 좁은 연탄화덕에서 하얗게 타버린 연탄처럼 쓰러져 가는 우리이웃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19공탄에서 22공탄으로 만들어져 화력이 더 센 만큼 더 빨리 타버리는 연탄들 처럼 시간을 더디 진행하면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어서 그랬는지 후다닥 망루를 해체하며 쓰러진 불길들 속에 평생 등 따숩고 배부른 소원을 뒤로한 채 버려지고 만 것이다. 오늘부터 국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어쩌면 보나마나 뻔한 국회의 모습일지 모른다. 산적한 법안처리를 두고 정치인들은 협상을 거듭하기도 전에 전사들의 모습처럼 변해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웃들의 진상은 밝혀지며 악법들은 폐기될까?...아서라! 아서! 이익을 지키려는 자와 최소한의 이익마저도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화덕속에서 타 들어가는 연탄의 운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룡마을의 텃밭에 버려진 하얗게 변한 연탄들의 주검들은 우리 가난한 이웃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며 죽어간 모습이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머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얗게 변한 연탄재 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 모든 추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나랏님은 너무도 뻔뻔하여 연탄화덕에 들어간 들 자신을 태우고 또 태워서 구룡마을을 따뜻하게 만든 이 주검들과 같을 수 있을까? 하얗게 변한 22공탄들로 우리 가난한 이웃들은 봄을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되찾았지만, 용역깡패와 경찰특공대의 행위를 두둔하며 공권력 뒤에 숨어있는 나랏님을 보면 볼수록 봄은 멀어 보인다. 우리 가난한 이웃들의 추웠던 겨울을 위해 하얗게 다 타버린 연탄들 처럼 정치인들아!...가난해도 좋으니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부자들만 사는 나라가 아니고 가난한 이웃들이 훨씬 더 많이 살고있는 나라다. Boramir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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