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볼 수 없는
추억의 '싸리비'와 '담배굴'
한 이틀 겨울비가 오시고 난 후
도회지의 거리는 더욱더 음산해졌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들은 비에 젖어 뒹굴다가
온 몸의 힘이 다 빠졌는지 그대로 쓰러져 있는 풍경입니다.
겨울을 맞이한 도회지 사람들은 옷깃을 점점 더 올리고 있습니다.
한 세월을 또 흘려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모처럼 '앨범'을 정리하면서 버리지 못한 한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속에는 요즘 보기 힘든 몇장의 사진이 '날 좀 봐 달라'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환경기행' 때 찍어 둔 몇 컷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은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이지만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 귀한 풍경도 머지않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과거로 부터 너무 멀게 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담배굴'은 '금연운동'에 떠 밀려 사라져야 할 우리들의 문화며
'싸리비'는 '비닐'로 만든 빗자루에 떠 밀려 가는 우리들의 귀한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오래전에 '농활봉사'때 만난 담배굴에는 담배 뿐만 아니라
고추며 버섯등 말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저 속에서 '찜'을 당했습니다.
마치 요즘 말하는 '황토찜질방'과 같은 역할로 담배를 쪄 내는 곳 입니다.
그 담배굴에 온도를 올리려면 장작불을 지펴야 하는데
그런 장면들 또한 '비닐하우스'에 가려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편리'를 추구하는 동안 공정이 힘든 이런 시설들은 자연 도태되고 맙니다.
그 댓가로 우리는 '환경오염'이라는 '업'을 덤으로 받고 살고 있습니다.
야산에 넘치는 '싸리나무'는
베어져서 저렇게 묶어지고 또 자연 바람에 건조되어 한 해 동안 쓸 빗자루가 만들어 집니다.
지금은 눈 뜨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도 없어 보이는 저 빗자루는 겨우내 쏟아질 눈을 치우는 도구며
몽당연필처럼 닳으면 뒷간을 정리하는 '친환경 제품' 이었지만
아파트에 저런 몰골(?)의 빗자루를 쓸 리 만무 합니다.
모든 사물들이 자연에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를 거부하는 요즘의 세태는
또 다른 자연의 큰재앙을 불러 일으키는데 오늘도 우리는 개인의 '몸보신'에 열중하고 있는 듯 합니다.
1박2일간의 짧은 '환경기행'을 통해서
제 눈에 비친 세상은 담배굴과 싸리비가 시사하는 것 처럼 많이도 달라진 것을 봅니다.
저곳은 영월의 한 마을에 쓸모없이 버려진 담배굴이며 한반도지형이 보이는 서강마루턱에 있는 싸리비입니다.
사람 키만한 담뱃잎은
'쓰레기로 만드는' 시멘트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인체에 유해한 분진때문에 더 재배할 수가 없고
그나마 비닐하우스는 분진이 덮여서 일조량을 막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린 땅입니다.
그곳에서 싸리나무를 꺽어서 빗자루를 만들고 있는 그 주민이 할 일은,
무시로 쌓이는 분진을 훔쳐내는 일 뿐입니다.
서울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싸리비와 담배굴에 대한 작은 추억을 더듬으며 이 아침을 맞습니다.
Boramirang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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