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0년전 부산 날씨 '얼음' 꽁꽁!
한이틀 서울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한강지류에 있는 한 연못이 꽁꽁 얼어 붙었다.
이곳은 한강의 지류인 서울 송파구 탄천변 수생식물을 키우던 한 연못인데
생태하천의 모습을 보러가기 위해서 나선 길에 만난 이 연못의 얼음은 얼마나 꽁꽁 얼었는지
두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꽁꽁 언 연못을 찾는 사람이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얼음판을 보면서 국민학교(초딩)를 다니던 40년도 훨씬 더 넘은 부산의 날씨를 떠 올렸다.
그 당시 겨울날씨가 한이틀 서울에 불어닥친 서울의 날씨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그때 겨울방학을 맞이하면 날씨가 더 추워지길 기다렸다.
그래야만 얼음판에서 '썰매'를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 경남지역에는 날씨도 추웠지만 눈도 많이 내렸는데 요즘은 그런 소식을 통 들을 수 없다.
세상과 더불어 날씨도 많이 달라진 것이다.
아마도 당시 부산지역에 이렇게 양질의 얼음판이 있었드라면 썰매로 북새통을 이루었을 것인데
불행하게도(?) 오늘날의 서울의 한 지류에 꽁꽁 언 얼음판위에는 사람구경을 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얼음판의 주인공들이 어디에 있는지 뻔한다.
그 주인공들은 방학을 맞이하여 얼음판에서 친구들과 썰매타기를 겨루기 보다 성적겨루기에 내 몰리고
혹시라도 감기에 걸릴까 봐 오리털파카 등으로 온몸을 칭칭 싸매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모습은 참으로 나약해 보이는 모습이다.
어릴때 하루종일 썰매타기로 시퍼렇게 얼었던 몸은 집으로 돌아오면 금새 풀리고
감기조차 앓지않는 건강한 몸이었는데
최소한 40년만에 그런 모습은 참 무지해 보이는(?) 짓거리 쯤으로 치부되는 것일까?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마련해 놓은 스케이트장이나 지자체 등지에서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스케이트장은
피겨여왕 김연아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더해가겠지만
이런 웅덩이에 언 양질의 얼음판은 지자체 조차도 이용을 꺼려하는지 텅빈채 한파속에 버려져 있다.
이곳은 서울 송파구나 강남구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자전거 도로가 잘 만들어진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우선 자전거를 탈 줄 알아야 하고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이 동네 근처에 살아야 하는데 걸어서 이곳에 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자동차를 타고 이곳에 가고 싶어도 자동차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도 달라진 문화로 인하여 이런 얼음판을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탄천에 간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본 괘도에 오르면 '친환경 녹색공간'을 만들고자 할 것인데
그 사업이 경부대운하건설의 기초공사가 아니라면 사전에 이런 접근성을 고려하고
시민들이 자전거와 같은 수단으로 마음대로 아무때나 4대강 유역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탄천이나 양재천과 같이 비교적 잘 만들어진 생태하천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동네사람들 뿐이다.
자칫 4대강 정비사업에서 수혜를 받는 사람이 동네주민 몇몇이어서는 곤란하고
기껏 비용을 들여서 만든 자전거 도로 등과 같은 값비싼 시설이
'전시행정'의 산물로 남아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탄천변을 종일 돌아보는 동안 서울의 날씨도 40년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언 모습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세월은 많은 것들을 쉽게 망각속으로 빠뜨리고 있는데
이명박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4대강 정비사업의 폐단에 대해서도 망각을 거듭하면
어느날, 우리는 버려진 얼음판 처럼 우리와 동떨어진 생뚱맞은 시설앞에서 아픈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다.
Borami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