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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끝내고 나면 남는 게 '사진' 뿐이라고 한다.
여행할 당시에는 그저 스쳐 지나기만 했던 여행지의 추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고 시간이 조금 더 경과하면 기억에서 어슴프레한 모습만 상기될 뿐이어서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요즘에야 인터넷 상에서 그 사진들을 올려 놓으면 되겠지만 예전 같으면 두꺼운 앨범에 꼿아두고 생각날 때 마다 펼쳐보며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되살려 보는데 얼마전 부터 나는 '구글어스'에 여행사진을 올려두는데 열중하고 있다. 전편의 마지막 장면 뻬리또 모레노 빙하로 다가서는 선상에서... 관련 포스팅☞ 빙하가 만든 호수 '라고 아르헨티노' 파타고니아의 비경 '뻬리또 모레노' 빙하가 눈 앞에! 이 포스팅이나 이전 포스팅들이 주로 그러한 작업들인데 내가 사용하는 '파노라미오' 블로그를 통해서 구글어스에 표시된 촬영위치는 구글에 채택되어 아래 그림과 같이 다른 유저들의 그림과 함께 실려있는 것이다. 최소한 구글이 폭발(?)하여 저장소가 사라진다면 모르겠지만 이 그림들은 영원히(최소한 지구가 멸망하기 전 까지 ^^) 내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을 것인데 그림을 재편집하면서 나는 여행지에서 어슴프레 느꼈던 감흥을 새롭게 추억하며 정말, 남는 게 사진 뿐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쉬운 것은 '동영상'도 함께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그 영상들은 '작은 다큐멘터리'로 '내가 꿈꾸는 그곳'을 찾아주시는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될 것이다. 아쉽지만 빙하가 흐르고 있는 장면을 구글어스 속에서 만나시기 바라고 파타고니아 최고의 비경인 뻬리또 모레노 빙하에 다가가며 촬영한 그림으로 대신하시기 바란다. ...
바람의 땅 깔라파테에서 뻬리또 모레노 빙하로 이동하는 동안 바람은 멎었다 불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노 호수면은 너무도 잔잔하여 마치 얼어붙은듯 했고 빙하가 녹아 고인 호숫물은 옥빛이었다. 맨 처음 뻬리또 모레노 빙하를 접하며 일행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탄성을 질러댓다. 그들 속에는 성스러운 이 땅을 침탈한 에스파냐의 후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동양인이라고는 나하고 안사람 둘 뿐이었는데 우리의 모습은 그들과 판이했다. 잉카트레일을 끝내고 안데스의 볕에 얼굴에 화상을 입고 초죽음이 된 내 모습을 아구아깔리엔떼의 한 숙소에 있는 거울에 비춰보자 나는 절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내 모습은 어느덧 오래전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었던 인디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 잇는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네 민족들과 모습이 비슷했던 것이다. 그들은 빙하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 땅에서 살며 안데스 하늘위로 내리 찌는 볕과 아르헨티노 호수 곁 살을 에이는 추위까지도 사랑하며 살았다. 그 시간은 짧게는 수백년 전이고 길게는 수천 수만년전이었다. 태고적 바다속이 융기하여 안데스가 생긴 이래로 그들이 이 땅에서 늘 바라본 것은 빙하였고 그 빙하들은 안데스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서 눈만 뜨면 보기 싫어도 봐야 했다. 나는 뻬리또 모레노 빙하가 솟구쳐 있는 빙하 끝단으로 가고 있었다. 내 눈앞에 펼져진 저 빙하들은 수천 수만년 부터 이곳으로 흘러 내리던 얼음덩이였고 그 얼음덩이는 동태평양의 고온다습한 수분이 안데스를 넘으면서 눈으로 내리고 또 응고된 결정체 였다. 그 결정체는 '얼음'이라는 이름으로 이방인 앞에 우뚝솟아 있는 것인데 나는 이 빙하를 보면서 마치 시간을 저정한 거대한 냉장고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이 빙하는 매년 1m씩 야금야금 저장한 시간들을 호수에 용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호숫물에 용해된 각각의 시간들은 다시 안데스의 볕에 증발되었고, 우리별이 자전과 공전을 하는 동안 동에서 서로 이동하는 동안 오대양 육대주 곳곳을 떠돌다가 다시 이곳에 모여 응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거대한 얼음덩이는 우리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거대한 아나로그식 '메모리 칩'이었고 그 메모리 칩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안데스의 볕과 바람이 재생을 하며 인디오들의 삶에 신비를 더해준 것이었다. 그들은 늘 이 곁에서 빙하가 들려주는 소리를 바람으로 전해듣고 있었고 안데스 볕으로 다시 호수면위에 그려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인디오들이 어떻게 이 성스러운 땅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듯 했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수천 수만년동안 이어져 왔지만 우리와 함께 동행한 이방인의 선조들은 '신대륙발견'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을 침탈했고, 내 모습과 너무도 닮은, 아니 내 모습이 그들과 너무도 닮은 인디오들은 어느날 이 땅에서 모두 살륙되어 사라지고 뻬리도 모레노 빙하는 슬픈 음악을 연주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안데스 바람에 실어 내게 들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그 모습을 다시금 추억하며 시간을 저장한 냉장고 같은 뻬리또 모레노 빙하의 황홀경을 또다른 저장고에 보관하며 그들의 너무도 슬프고 억울한 시간들을 담아 두고 있는 것이다.<다음편에 계속> Boramir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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