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어느 '노숙인' 이 가르쳐 준 인문학 강좌!

Sensitive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어느 '노숙인'이 가르쳐 준 인문학 강좌!
2008' 성탄특집, 노숙인 인문학강좌 '졸업식'에 가다!  -제1편-


이틀전 주말,
나는 우리나라의 대학교 켐퍼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경희대학교를 향하여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회기동 전철역에서 경희대학교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주말의 풍경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경희대학교로 향하는 이 거리는 학생들로 붐빌 것이었지만,
방학을 맞은 그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줄지어선 가게들 속을 들여봐도
손님들의 흔적은 찾기가 힘들다.

불경기의 여파가 아니라도 겨울방학이나 여름방학 중
 학생들을 상대하는 가게들도 더불어 방학을 맞이하고 있는 것인데
금년에는 그 방학이 예전같지 않아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0여분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찾아간 경희대학교 정문 곁에는
방학중에도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또는 한 둘씩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 4월 부터 노숙인들이 '인문학 강의'를 듣고 드디어 오늘 졸업식을 하게되는 것인데
여느 졸업식 같으면 시끌벅적할 학교 정문이 너무도 썰렁해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이루어지는 졸업식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 모두가 이방인으로 여기는 '노숙인'들의 졸업잔치가 아니었던가?...

나는 교문을 들어서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문학 강의라?...

한동안 잊고 살았던 학문이지만 그 학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다름이 아니었다.
구구절절 늘어 놓기도 싫은 인문학은 돌이켜 보면 한마디로 '인간이 되라!'는 가르침이었다.

나는 겨울이 되어 잎을 떨군 켐퍼스의 나무들과 아직도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을에 이곳에 왔으면 아름다운 장면 하나 더 추가했을 터 인데, 그때는 설악으로 갔었지!...
아름다운 켐퍼스도 겨울이 되니 별 볼일 없이 초라했다. 우리 인생의 모습도 이러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인문학강의를 주도한 경희대학교와 관련자 및 서울시가 뭔 지랄을 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그래!...그들에게 인문학을 가리켜서 뭔 희망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직도 긁지 못한 표가 그곳에도 남아있는 것인가?...

그래 우리사회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그들도 주권은 행사할 수 있어서
몇년마다 한번씩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환치기 하는 인간들에게도 필요한 사람들이고
'족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했던 감초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을 가리켜 인간이 되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발길은 무거워 졸업식장의 모습이 한시라도 더 빨리 보고 싶었다.
아마도 졸업식장에서는 식순에 의하여 정치인들이 등장하며
저 잘난 맛에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을 게 틀림없어 보였다.

철저히 가난하고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을 어떤 방법으로던  총동원하여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바꾸며
종국에는 자신을 잘난면을 내 보일 텐데...
그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열심히 공부한 그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한다고?...

나는 한편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작 인간이 되어야 할 인간들은 그들을 가리키려 드는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간들이고 인문학 강의를 할 때 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의를 빼 먹었던 인간들이라, 하는 짓은 정말 비인간적인 인간들인데
그들이 대한민국 사람 몇몇 모아두고 인문학 강의를 한다고?...

(웃기고 있네!)...나는 속으로 인문학 강의에 대한 내 생각 일부를 옮기며
(...제발 니나 잘 하세요!...)하는 비뚤어진 생각을 더불어 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노숙자'면 노숙자지 또 '노숙인'은 뭔가? 하고 생각해 봤다.
'자者'나 '인人'이나 거기서 거기 같은 말은 거창하게 '실업자'와 '실업인'을 다르게 부르는 말일까?

나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자주 보게 된, 지하철 역 구내에서 본 '노숙자'를 떠 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거처할 곳이 없는(homeless)사람들이었고
내가 본 그들은 잘 씻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할 뿐더러 차림새는 형편이 없었다.

그러니까 의식주 전반에 걸쳐서 무엇하나 제대로 해결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가리켜 노숙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노숙자와 노숙인에 대해서 딱 부러지게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노숙자들은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삶의 희망조차도 포기한 사람 같았고 ,

노숙인들은 그나마 주어진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사회를 바라본다면 우리사회 곳곳에 넘쳐나는 게 노숙인들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래도 밤이슬과 찬바람과 이웃의 눈에 내 초라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건, 노숙자가 아니라 노숙인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보니까
그런 사람들이 2만불 소득을 눈앞에 둔 선진 대한민국에 부지기수로 널려있는 것이었다.

("...빌어먹을!...그런 사람들에게 빵이나 나눠주지 무슨 넘에 인문학 강의랴!...")
나는 인문학 강의로 시작된 노숙인들의 한 졸업식을 내 맘데로 그려보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숙인들의 인문학강좌를 끝으로 '희망'을 안겨준 경희대 평화의 전당모습

그리고 뚜벅뚜벅 천천히 걸어서 당도한 곳에
 경희대학교가 자랑하는 '평화의 전당'이 바라 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는데,
내 곁으로 버스 한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졸업식이 시작될 때는 멀었지만 평화의 전당 앞에는 졸업자들이 가운을 입고
그리고 머리에는 그들이 평생 소원하던 사각모를 쓰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뒤늦게 도착한 버스에서 사람들이 버스에서 하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졸업식이 거행되는 평화의 전당을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에서 하차한 그들은 꿈인가 생신가 하는 표정이었고
나는 조금전 까지 노숙인들에 대한 여러 상념들은 제쳐두고
당장 그들이 이 졸업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이 카메라에 담겨도 될지 아닐지에 대한 생각들이 겹쳤다.

노숙인이 아니라는 사람들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사래질을 하는 판국에
이들의 사회적 지위가 노출될 것에 대해서 얼마나 싫어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물자
내가 인터뷰하고 싶어하는 내 모습조차 사치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를 나누어 타고 졸업식에 참여한 분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평화의 전당앞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곧 졸업식이 거행될 평화의 전당 앞에서
 졸업가운을 입고 사각모를 쓴 졸업자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그중 누구라도 붙들고
그들이 가진 지금 이 순간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늦깍기 졸업생 한사람(강정희, 서울기능장애인 협회))을 만나며
힘든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내가 그렸던 노숙자나 노숙인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한순간에 정의해 준 사람이었고,
내게 인문학의 정수가 무엇인지 가르쳐 준 한 사람이었다.그가 노숙인이라니!...

그는 카메라 앞에서 담담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노숙인이라는 표현과 노숙자라는 표현은 옳지 못하다.
 ...없이(재물) 산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서야 되겠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문학강좌를 마치고 졸업하는 강정희(서울기능장애인협회)님과 부인

그랬다! 최소한 가진것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가리켜 그렇게 부른다면
우리사회 곳곳에 있는 이웃들이 노숙인이었을 것이며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지면
노숙인들의 숫자는 기하급수학적으로 늘어만 갈 것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앞만 보며 고속성장을 외치며 살아 온 이면에는 서민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되었고
배우지 못한 설움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성장의 그늘에서 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형적사회가 만들어 낸 우리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노숙인들에 대한 인문학 강좌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마침내 졸업식까지 이어졌던 것인데
인문학강좌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편에 싣고자 한다.

어느 '노숙인' 이 가르쳐 준 인문학 강좌!

나는 인터뷰를 하는 순간 부터 금년 봄부터 시작된 노숙인들의 인문학강좌를 끝으로 진행되는 졸업식 내내
그들의 표정과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으며 알지못할 감동에 젖은채 가슴한편이 훈훈했는데,
그들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을 보며 나도 어느새 그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 '어느 '노숙인' 이 가르쳐 준 인문학 강좌!'는 3편으로 '성탄특집'으로 구성했습니다.
첫편에 이은 다음편은 인문학 강좌 개설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꾸몄구요.
마지막 편은 인문학 강좌를 마치고 졸업하는 '노숙인들의 희망'을 담았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