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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사우나 하는 '담배굴' 요즘 뭐하나? 지난주 한 동물농장을 방문하는 길에 춘천시 사북면 인람리에 있는 한 농가를 지나치다가 농촌지역에서 가끔씩 만날 수 있는 '담배굴'이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몇장의 그림을 남겼다. 담배굴은 흙벽돌을 잘 다져서 짓고 커다란 나무기둥으로 서까래를 삼으며 지붕은 쓰레트를 올려 놓았다. 우선 담배굴을 바라보면 흙벽돌이 풍기는 질감이 좋았고 생김새 부터 정감이 있었는데 오래전에 농활 때 본 모습 그대로 였다. 특별히 이 담배굴이 정감이 가는 것은 우리네 농촌사람들의 수입원이어서 더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담배잎을 널어놓고 말리며 최상품으로 전매되길 바랐던 농부들의 모습이 떠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에 누이가 안동에서 매형과 함께 담배농사 얼마간 지었기 때문에 떠 오른 추억이기도 하다. 그때 매형은 가을철 농번기가 끝나고 나면 노오랗게 잘 말려진 담배잎을 돌돌 말아서 아버지께 진상(?)하기도 했던 것이다. 인람리에 있는 담배굴 곁에 흩어져 있는 농기구들이나 농지의 규모나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을 봤을 때 담배굴은 원래의 역할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담배굴 곁에는 고추포기를 세웠던 지주들이 널려있었고 근처는 고추농사를 지은 흔적이 역력했다. 한때 정부의 전매사업으로 담배는 제한적으로 전량 수매되었고 수매되는 담배는 농사의 정도와 건조상태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졌었다. 아이들 키만한 담배잎은 벌레도 잘 잡아주어야 했고 잎만 키우는 농사여서 꽃대궁은 잘라야 했다. 그렇게 해서 수확한 담배잎은 그림과 같은 담배굴 속에서 사우나(찜)를 하며 잘 말렸던 것인데 나는 담배굴을 보면서 우리네 농촌이 담배잎과 같이 찜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필요에 의해서 수매를 할 작정으로 장려한 담배농사는 어느날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등의 이유로 농사가 중단되었으나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담배는 널려있고 백해무익을 주장하는 의사들이나 운동가들도 그저 몸에 해롭다는 주장만 되풀이 할 뿐 정부의 담배판매에 대해서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꼭 담배만 그런게 아니지만 농촌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궁핍하다거나 죽을지경이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농촌은 쓸모없이 버려진 담배굴 처럼 세상속에서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었고 마침내 자유무역협정 속에서도 쏙 빠진 채 홀대를 받게 되었다. 그 까지만 해도 농촌 사람들은 얼마간 위안이 됐다.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할 농촌사람들을 위한(?) 자유무역협정을 두고 전쟁이 일어났다. 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둘러싼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었다. 말이좋아 물리적 충돌이지 정치 지도자들이라는 어른들의 싸움질이었고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개판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주저하지 않는다. 겨울속의 담배굴은 연기를 피워 올리지도 않고 담배가 사우나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볕더위에서 땀을 흘리고 농사를 짓던 사람들을 추억하기 위해서 담배굴이 남아있는지, 아니면 농촌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에만 몰두한 정치인들의 산 교육장으로 남겨둔지 모를 담배굴이 아무말없이 겨울햇살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담배를 수매한 세월이 제법 오래 지났건만 대한민국의 담배는 줄어들지 않고 넘쳐나는 것은 조삼모사와 같은 이해타산으로 살아 온 정치인들이 만든 산물이어서 잠시 자유무역협정에서 농촌을 위한다는 정치인들의 배려는,...세월이 지나봐라! 또다시 원점에 가 있을 것이며 그때 담배굴이라는 이름은 간데없고 이름도 낮선 '고추굴' 속에서 땀흘리는 농부가 이렇게 중얼 거릴지 모른다. "끙!...그때 그 넘들 모조리 담배굴에 쳐 넣어 사우나 시켜 말려버릴 걸 그랬나?...에고...!" 세월이 조금더 흐르면 여의도 한쪽 모퉁이에 있는 국회라는 건물도 어느날 담배굴 처럼 버려질지 모르는데, 정치인들아! 너나할 것 없이 똑같은 잡배들아! 제발 정신차려라! Boramir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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