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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목마른 비둘기 '맨홀뚜껑'에 머리 쳐 박다! <영상>



목마른 비둘기
 '맨홀뚜껑'에 머리 쳐 박다!

오늘 오전 9시 30분경, 나는 '서울시청'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 시청역을 막 빠져 나오는 순간 내 눈에 들어 온 광경은 언제 목욕을 했는지 모를 노숙자의 뒤통수에 엉켜붙은 머리카락과 주검과도 같은 그의 색바랜 까만 발이 시야에 들어왔고 수능시험으로 늦은 출근 시간의 바쁜 걸음들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내 눈에 들어 온 한 모습이 내 시선을 붙들었다. 그곳에는 갈색깃털로 치장을 한 한마리의 비둘기가 곁을 스치듯 지나는 사람들 틈에서 맨홀뚜껑에 막 머리를 쳐 박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 비둘기는 목이 몹시도 말랐지만 그의 목을 축여줄 물 한모금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비둘기가 조금전 머리를 쳐박은 그곳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 오랜동안 이 맨홀뚜껑을 열지 않아서 개폐를 위해서 만들어 둔 구멍에 물이 고여있었던 것인데 그는 작은 구멍속에 고인 물 한모금을 취하기 위하여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가 물 한모금을 머금기 위해서 머리를 쳐 박는 순간 사방을 경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나는 길을 멈추고 왠 기계를 꺼내 든 내가 불편해 보였던 것이고 나의 눈치를 살피다가 겨우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날개짓을 했다. 정말 미안했다. 내가 그 곁에서 영상카메라를 들지 않았다면 그는 몇모금 더 물을 마시며 행복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의지와 의사와 관계없이 저 비둘기 처럼 타인의 눈치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음을 '서울시 창의시정 발표'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구제방법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그의 삶을 방해한 죄를 다수의 사람들 안중에는 없다. 어쩌면 지하철 시청역사를 막 빠져 나오면서 만난 노숙자의 삶도 그러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이웃임에도 그는 비둘기 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해 보이는 것은 그들은 비둘기 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보내는 시간 중에는 너무도 귀중한 '생명'이 포함되어 있다.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명'을 비둘기는 실천하고 있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세상이 더 낫다'는 것은 '빌어 먹어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닌지?...ㅜ...목이 마르면 맨홀뚜껑이 아니라 불도저 날에도 '헤딩'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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