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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나를 힘들게 한 섹소폰 연주자의 '꽁꽁 언' 손



나를 힘들게 한
섹소폰 연주자의 '꽁꽁 언'

얼마전 충남 보령의 석탄박물관 곁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 현대문학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죠. 원로시인 황금찬 선생님과 여러문인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저도 지인들과 함께 이 행사에 참여했었습니다.  한국 현대문학100주년 기념탑 제막식이 있는 자리에는 시낭송의 배경음악과 행사장의 분위기를 돋구는 테너 섹소폰 연주자도 함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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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진행되던 이 날은 늦은 가을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금방이라도 진눈깨비가 날릴것 같은 분위기였고 바람이 너무도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거의 초겨울 수준이었습니다. 대부분 행사참석자들의 옷차림은 가을옷이었지만 바람을 피할만한 옷차림은 아니어서 몸은 많이도 움츠려들었고 어떤 여성들은 입술이 새파랗게 질리기도 한 모습이었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정말 추운 날씨였습니다.

날씨가 이 모양인데 테너 섹소폰 연주자의 옷차림은 좀 심각했습니다. 그림과 같이 엷은 실크남방이 그의 몸을 가리는 전부였습니다. 행사중 잠시 짬이 날때마다 그는 손을 비비거나 몸을 움직이며 추위를 견디려 애썼지만 그가 만지고 있는 차가운 섹소폰은 그의 체온을 더 많이 앗아가고 있었습니다. 곁으로 다가가서 괜찮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견딜만 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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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만은 했겠지만 시퍼렇게 변해가는 그의 손가락을 보면서 저는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분은 참석자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날때 쯤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섹소폰 연주자가 행사장에 참여한 여러분들을 향해서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며 '신청곡'을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평소 섹소폰음악을 많이도 들어 봤을 텐데, 모두들 행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었을까요? 그 순간 제가 '케니G의 Going Home'을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분위기도 추위 때문에 산만해졌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끝으로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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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소폰 연주자가 자신있게 신청곡을 받고자 했는데 제가 선곡한 곡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섹소폰 음악인 케니G의 '집으로'는 소프라노 섹소폰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섹소폰 연주자가 그런 걸 모를리 없었는데 케니G의 연주곡을 셋팅하고 연주가 시작되자 마자 그의 손가락과 입술은 어느새 꽁꽁 언 상태였습니다.

물론 곡 전부를 연주하지 못하고 중단하며 보는이를 안타깝게 했는데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잠시 워밍업을 한 다음 다시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자 제가 괜히 미안했습니다. 오늘 바람이 몹씨도 불며 영하권에 접어들며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지 모르지만 찬바람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웃들이 안스러워지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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