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배터리와
'파워블로거'에 대한 소고
지난주 목요일(13일), 나는 서울시청 13층에 마련된 대회의실에 '고객감동 창의발표회'라는 곳에 초대를 받았다. 얼핏 발표회 이름만 보면 잘나가는 특정 회사가 주최하는 이벤트 같은 곳이었지만 실상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고객' 삼아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하여 시공무원의 창의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동기부여'를 하는 행사인데, 나는 시민평가단으로 초대 되었고 시민대표가 된 셈이다.
내가 도착한 회의실 입구에서 나를 귀빈 대접해 준 것도 고마웠는데 내 자리를 안내한 직원을 따라가 본 그곳에는 내 이름 석자위에 '파워블로거'라는 프로필이 씌여져 있었다. 최근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내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인 파워블로거에 대해서 일면 듣기는 좋은 말이지만 또 얼마나 허울좋은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 였다. 하긴 그 자리에 모인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과 고위직함을 가진 여러분들 보다 인터넷 상에서 블로깅을 열심히 한 것만은 사실이고 최소한 그분들 보다 블로깅의 실적에 관한한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적잖은 위로(?)를 받으며 행사를 잘 끝내고 돌아 왔는데, 나와 함께 점심을 한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나의 좌표를 점검하는 한 계기가 있었고 블로깅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나는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노트북이 있는 서랍을 열다가 배터리를 발견하면서 제목과 같은 소고를 하게 된 것이다.
내가 '미디어 2.0'을 접한 시간은 대략 1년전 쯤이었다. 그동안은 '마실문화'와 같은 블로깅을 주로 하다가 여행기를 쓰면서 내 눈에 띈 게 '블로거뉴스'였다. 당시 내게 블로거뉴스의 발견이란 쇼킹한 것이어서 기회가 닿기만 하면 언제 어느때라도 '블로거기자'가 되어서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과 아름다운 모습을 동시에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몇가지 원칙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 첫번째로 남들과 똑 같은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다짐과 하루에 최소한 3건 이상을 포스팅 한다는 약속과 나의 블로그 이름 '내가 꿈꾸는 그곳'과 다른 생뚱맞은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몸 담은 곳이 'Daum블로그' 였고, '미디어 다음'이었으며 나는 어느새 '블로거기자'라는 낮선 이름으로 어줍잖은 글을 끄적이고 있었던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내가 처음 발 디딘 이곳은 앞으로도 계속 발을 디뎌놓을 곳이라서 몇몇의 블로거들 처럼 제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지천에 널린 포털을 기웃 거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나 관계에서 쉽게 스스로를 무너 뜨리는 약속을 잘 하지 않는다. 다만, 나를 만난 상대가 나를 싫다고 외면하는데 그를 쫒아서 찌질거리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포스팅을 하면서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를 부지런히 모니터링도 하면서 신세대들의 감각도 이해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 기자(저널리스트)들의 애환도 접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새 '편견'도 동시에 가지게 된 것이다. 불합리한 사회적 모순들에 대해서 접근을 하는 동안 나는 내 감성에 의지한 채 객관성을 놓치기 일쑤였고 특히나 나의 '콘텐츠'와 어울리지 않는 포스팅을 하면서 다시 블로거뉴스의 여러 기사들과 비교를 해 보기도 했다. 오십보 백보였다.
블로거리즘으로 포장된 블로거들은 하나같이 조중동을 욕하고 권력자나 가진자를 비판하고 비난하면서도 그들을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중요성을 말하는 블로거들이나 뉴스편집자 까지도 스스로 모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모순은 다름이 아니었다. 열린편집을 말하면서 폐쇄된 편집을 하고 있었고 특정 사회계층을 비판하는 블로거들 조차 어느새 특정계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특정 블로거나 단체등을 숙주로 삼아서 블로거뉴스에 편승하는가 하면 나중에는 블로거뉴스를 말하는 블로거리즘을 한낱 저널리스트를 양산하는 아카데미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뉴스편집자 스스로 편향된 시각으로 블로거들을 대하고 있었고 그 시각 방송과 언론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마련되자 그들은 블로거리즘을 통하여 대리만족을 얻는듯 했다. 이때 빛을 발하는 블로거가 이른바 '파워블로거'라는 말인데, 얼마나 허울좋은 말인가?
나는 서두에 밝힌바와 같이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로 부터 수혜를 입은 사람중 한사람이다. 블로거인 나를 등단시킨 곳이 블로거뉴스라는 말이다. 그건 나 스스로 글을 잘 썼다기 보다 얼마간의 시대상황이 내게 유리하게 적용되었고 운 좋게도 내가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말이 된다. 그리하여 수차 삼차 재차 내 글이 메인에 등극하고 그 결과 매월 80만 가까운 트래픽이 주변으로 부터 '파워블로거'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파워블로거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기 보다 '폐쇄된 편집(?)'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얼마전 부터 정확히 말하면 지난 8월 부터 나 스스로 마음을 비우는 일에 몰두했다. 내가 포스팅을 하는 이유가 포털이나 뉴스편집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면서 단 몇사람일 망정 내 블로그를 방문 하는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고 그들을 위해서 이전보다 더 자유로운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내 글이 '뉴스'가 되면 좋고 안되어도 내 블로그 속에서 빛을 발할 것인데 굳이 비용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결심전 포스팅과 같은 습관을 계속이어나갈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결심을 하게 해 준 것도 블로거뉴스였고 블로거뉴스담당자 였다. 블로거뉴스는 마치 새끼를 거느린 어미같이 높은 둥지에 낳은 알이 잘 부화되도록 밤낮으로 품어주었고 알에서 깨어나자 마자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 주었으며 어미가 날라주는 먹이를 부지런히 받아먹은 결과 마침내 뽀송한 털을 만들고 몇가닥 안되 보이는 털들 곁으로 뼈와 근육이 자라면서 어느새 둥지를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나는 서툰 날개짓으로 둥지를 박차고 천길 만길 낭떠러지를 향해 비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두렵기만 했던 인터넷 바다를 향해서 힘찬 날개짓을 했는데, 왠걸...막상 둥지를 떠나자 말자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박수를 치는 쪽은 나를 날게해 준 뉴스담당자 였고 비행의 쾌감을 본 사람은 나 였다.
서두에 파워배터리와 파워블로거에 대한 이야기를 기다린 사람들은 장황하게 늘어놓은 '블로깅 다큐'를 읽으면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을 했을 거라 믿는다. 파워블로거란, 파워배터리 처럼 언제 어떠한 상황에 처하드라도 몇 남지 않은 파워만 가동하면 블로깅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블로거들은 글을 쓸 소재가 없어서 '뉴스'를 쓰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적지않은 블로거들은 재미없는(?) 소재를 찾아서 열심히 포스팅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말하면 나는 블로거뉴스가 될만한 소재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런 포스팅을 하면 트래픽이 폭주할 것이란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포스팅은 바람직한 포스팅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조중동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블로거가 조중동의 버릇에 심취하고 정권에 대한 독설과 언론과 방송의 폐해를 말하는 사람 스스로가 폐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이렇쿵 저렇쿵 하고 태클 걸듯이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해 왔던 것인데 어느날 결심을 굳힌 후 위젯이 그리고 있는 그래프를 보면서 나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어라!...어라!...하며 위젯이 그리고 있는 트래픽을 보고 있으면서 나는 둥지를 떠나 드 높은 하늘을 맘껏 비상하는 성취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파워블로거를 이야기 하는 동안 파워배터리는 어떤 것인가 하고 뒤적여 봤더니 그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파워배터리가 종류별로 쓰임새 별로 쭈욱 나열돼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배터리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되었는데 그 중 한 종류는 '건전지'라 불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충전지'로 불리고 있었다. 건전지 중에서도 알카라인,망간,버튼셀,리튬.코인형,리튬.원통형,열량계용,소변기용,시계용,의료기용,리모콘용,디카.카메라용,홀더.코인용,홀더.원통형 등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이 수두룩 했고 충전지만 해도 니카드(조립용,조립품 등),니켈수소,리튬이온,리튬폴리머,연축전지,태양전지,무전기용,전자사전용 등과 같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종류로 구분해 놓고 있었다.
그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파워배터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종류대로 각기 다 쓰임새가 달랐으나 분명한 건 이런 배터리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되지 않으면 배터리로 굴러가거나 움직이는 메카니즘들은 금방이라도 멈추게 되는데 우리 블로거뉴스에 글을 송고하는 여러분들이야 말로 그 누구라도 파워블로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굳이 파워블로거가 되기위한 조건 한가지를 말한다면 언제 어느때라도 파워를 낼 수 있는 '충전'과 같은 꾸준한 포스팅을 하라는 것이다. 단 한줄의 기사로 수십 수백만의 트래픽을 유발 시키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다시금 충고 하지만 누구를 위한 포스팅이 아니라 나를 위한 포스팅을 하고 내 블로그를 즐겨찾는 단 몇사람의 네티즌을 위한 포스팅을 하라. 어느날 포털이 그대를 속인다고 생각되면 그대는 또 얼마나 슬퍼할 것인가?
파워블로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분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새로운 용어인 '파워블로거'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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