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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내가 만난 야생마 '서혜경' 유방암 수술전 모습


 내가 만난 야생마 '서혜경',
유방암 수술전 모습

SensitiveMedia
내가 꿈꾸는 그곳

'피아니스트 서혜경'에 대해서 찬사를 늘어 놓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 할 것 같아서 그녀에 대한 찬사는 생략한다. 다만, 피아노가 만들어진 이유는 서혜경을 위한 악기였고 그 어떤 야생마 같은 피아노라 할지라도 그녀 앞에서는 고분고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야생마 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야생마였고 그녀가 두 손에 든 채찍은 때로는 산들바람처럼 야생마의 엉덩이를 간지럽히는가 하면 때로는 폭풍과 같이 질주하며 평원과 산악을 번갈아 가며 휘몰아 쳤다. 서혜경은 '피아노의 여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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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30일 '2005 희망음악회' 연주직후 무대 앞에서 환하게 미소짓는 서혜경의 모습

나는 그녀가 평원과 산악을 번갈아 가며 질주하는 동안 숨도 쉴 수 없었다. 그냥 멍하니 넋을 빼앗긴 채 그녀가 채찍을 휘두르며 달리고 있는 야생마와 허공을 가르는 듯한 채찍만 바라만 봤다. 그녀는 야생마를 길들이듯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피아노가 어떤 악기며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에 왜 열광하는지 비로소 알게해 준 서혜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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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30일, 나는 서혜경을 만나보기 위해서 국회문광위가 주최한 '2005 희망음악회'에 초대되어 맨 앞좌석에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면서 그녀의 매력에 깊이 빠져 들고 있었다. 피아노의 여제를 위해서 특별히 공수돼 온 '
C.BECHSTEIN 그랜드피아노'는 그녀 앞에서 그녀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주하며 행복해 했고 비로소 주인을 만나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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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숨가쁘게 사람들을 긴장케 하고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은 질주를 끝마치고 드디어 말(?)에서 내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꼭두각시)를 찬찬히 설명하며 자신이 방금 부드럽고 세차게 휘몰아친 야생마의 질주에 넋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다시금 혼을 불어 넣어 주고 있었다. 서혜경의 프로필에 대해서 언론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 Pianist, Hai-Kyung Suh,

2004년 3월, 뉴욕의 원로 비평가 해리스 골드스미스는 “내게 특별한 만족감을 주었던 저녁”이라 묘사한 연주회 현장에 있었다. 바로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뉴욕 리사이틀이었다. 그는 이 공연에 대해 “어린 천재들은 많지만 이들이 음악적 자신감으로 무장한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다. 이 어려운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을 서혜경은 포효하는듯한 피아노소리로 들려주었다”라고 언급했다.

리사이틀 무대와 세계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을 통해 세계 미디어들로부터 이미 환호와 갈채를 얻었던 그녀에게 이 공연에 대한 찬사는 별로 새로운 일이라 할 수 없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더 타임즈’지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에 대해 “작품의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말미암아 이 작품은 신선하고도 강렬한 힘을 지니게 되었고 커다란 갈채를 이끌어 내었다”고 썼으며 같은 작품을 베를린에서 지휘자 프란트 뵐저 뫼스트와 연주한 공연에 대해 ‘데어 타게슈피겔’지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바탕을 이룬 그녀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끝없는 브라보를 외쳤다” 도쿄의 ‘아사히 신문’도 그녀의 연주를 두고 “좀처럼 보기 힘든 열정적인 음악성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라 평했다. 줄리어드 음악학교의 ‘윌리암 퍼첵상’ 수상자로서 그녀가 뉴욕 리사이틀 데뷔 무대를 가졌을 때, ‘뉴욕 타임스’의 평론가 팀 페이지는 “음악적 건축이 요구하는 구조적 음의 구성에 의한 역동적이고 환상적인 연주”라고 말했다.

뵐저 뫼스트 외에 서혜경과 협연한 지휘자로는 리카르도 무티, 즈네데크 마칼, 샤를 뒤투아, 지안루이지 겔메티, 파올로 올미, 모세 아츠몬 등 수없이 많다. 그녀는 베를린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피츠버그 심포니,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슈투트가르트 심포니, 로얄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콜롬비아 국립 교향악단을 비롯하여 유럽, 미국, 남아메리카, 일본, 중국, 한국 등지의 주요 오케스트라들과 협연 무대를 가졌다. 특히 러시아 레파토리의 탁월한 해석가로 인정받고 있는 서혜경은 프로코피예프,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을 모스크바 필하모니, 모스크바 스테이트 심포니, 소비에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공연했다.

또 서혜경은 1988년, 이 시대를 이끄는 20인의 피아니스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피아노의 명가 ‘스타인웨이’ 창립 135주년 기념 공연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 공연에 초청된 20인의 피아니스트는 카네기 홀에서 스타인웨이 50만 번째 피아노로 축하 공연을 가졌다. 바로 이듬해에 그녀는 도쿄 산토리 홀이 기획한 ‘현존하는 11인의 세계적 클래식 아티스트’ 시리즈 연주회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어 아이작 스턴, 이착 펄만, 요요마, 제시 노먼 등과 함께 출연했다.

서혜경의 연주는 뉴욕의 클래식 라디오 채널인 WNCN과 WQXR을 통해 ‘오늘의 연주’란 타이틀로 중계되기도 했다. 또한 유럽 전역에 생중계되었던 신년 전야 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두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프랑크프루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한 바 있다.

놀라운 힘과 역동적인 연주로 널리 알려져있는 서혜경은 피아니스트로서 국제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첫 한국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연주 투어에서 “머리카락이 설 정도의 놀라운 기교와 함께 도도한 낭만의 흐름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들었으며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피츠버그 심포니와의 협연에서는 “당당한 기품에 화려한 기교, 열정과 아울러 섬세함이 가득한 연주”라는 등의 찬사를 받으며 그녀의 화려한 연주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그녀의 손가락은 팬들 중의 한 사람에 의해 신동아 해상화재 보험에 백 만 불의 보험이 들어 있다.


이렇듯 그녀를 만나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찬사 때문에 '서혜경'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오히려 그녀를 더욱더 빛나게 할 것이다. 내가 만나 본 '서혜경'은 어느날 유방암 수술로 그녀가 길들이던 피아노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신년음악회'를 통하여 그녀가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며 얼마나 기뻣는지 모르며 그녀가 유방암 수술 후유증으로 연주도중 곡을 잊어버리는 순간을 접하며 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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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쁜 일상속에서 잊고 산 그녀를 드라마 '베토밴 바이러스' 속에서 발견(?)하며 나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안사람이 '서혜경이다'라고 외치며 빨리 와 보라고 해서 들여다 본 티비 속 서혜경은 그녀의 대명사와 같았던 야생마와 닮은 '삼손 머리카락'이 다 잘린 채 '숏커트'된 머리카락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는데,

'아!...이럴수가!...'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 나왔다. 그녀가 유방암을 극복하고 다시 연주를 할 수 있었음을 고마워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유방암이라는 혹독한 시련이 있기전, 2004년 12월 30일 'C.BECHSTEIN 그랜드피아노'앞에 앉아 있는 그녀와 내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잡아 준 그녀를 떠 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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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랴부랴 서혜경의 모습을 '디카'로 담은 사진을 찾아내고 편집하며 드라마 속의 서혜경과 비교해 보고 그녀에 대한 감동을 뒤돌아 보고 있다. 불과 3년전, 세계 3대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의 여제'로 불리우던 그녀는 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두 아이와 함께 서 있었다. 서혜경 때문에 얼마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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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드라마 제목이  '베토밴 바이러스'여서 혹, 그녀가 길들이던 'C.BECHSTEIN 그랜드피아노'에 유방암으로 그녀를 힘들게 했던 바이러스가 묻어 있지 않았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3년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서혜경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욕심많은 바램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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