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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든 100원짜리 동전!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든
'100원'짜리 동전!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한 광고 앞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때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는데, 그는 여전히 지하철 소음이 가득한 스크린도어의 한 벽면속에서 생전의 노래를 들려 주는듯 하다.

한 광고속에 등장한 그는 우리에게 친숙한 100원 짜리 동전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 동전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주화를 생산한 년도가 2002년이었고 '한국은행'이 발행한 주화가 틀림없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손 끝에 들고 있는 주화는 년도를 일부러 연출한 것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년도여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광고속 그의 모습을 몇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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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우리가 쉽게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그해 우리는 '축구'라는 놀이를 통하여 하나가 된 즐거운 한해였고 당시 우리는 너와 나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고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준 한해였다. 붉은악마를 통해서 제17회 '2002 FIFA World Cup Korea/Japan'은 꿈같은 결과를 만들어 마침내 '꿈은 이루어 진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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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당시를 까맣게 잊고 살면서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월드컵의 기억 저편으로 밀려가고 하루도 편할날이 없는 정쟁을 일삼고 있다. 당시는 이른바 '민주정부'가 들어서 있을때고 민주화가 절정에 이른듯 우리 국민들은 '민주'를 향한 꿈에 들떠 있었다. IMF를 막 극복하고 세계속에 '코리아'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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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사진이 언제 촬영된 것인지 모르지만 그가 손끝에 들어 보여주는 주화의 가치는 정확히 100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한 기록을 보니 "당시에 발행한 주화가 '4억 9천만개'로 다른 년도에 비하여 비교적 많은 량의 주화를 발행했고 2002년 주화로 월드컵 민트와. 조폐공사 상평봉보, 그리고 시집.장가가는날 민트로 만들만큼 2002년에 발행한 100원 짜리 동전은 비교적 가치가 작은 편입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경제사정은 씀씀이가 적지 않아서 월드컵4강 신화와 함께 우리도 선진국 문턱을 넘고 있다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들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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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오, 원화의 '달러환율'을 보니 1440원/1달러 였다. 우리나라가 달러가 바닥이 드러나서 국제통화기금에 손을 내밀며 구걸(?) 할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간 원·달러 환율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0원 이상 뛰어올라 1,44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고 환율이 현 수준으로 거래를 마치면 1998년 6월 중순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시장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도 모를 만큼 우리경제는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낙관론'만 외치고 있고 국감장 풍경은 기온이 많이도 떨어진 가을날의 허허벌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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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속에서 동전 한닢을 들고 있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이자율'을 외치고 있는 것인데, 이런 광고가 아니라도 적지않은 금융상품들이 유혹한 것은 다수의 시민들을 향한 '돈 끌어 모으기'였고 그 돈들은 '생산적인' 산업에 투자된 게 아니라 농사를 지어도 시원찮을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재투자 되고 있었다. 그 부동산이 투자자들에게 남겨준 것은 동전 한닢과 같은 '빈털털이'를 만들고 100원짜리 동전 14개 하고 반쪽을 더 합해야 1달러를 만들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2년에 들뜬 자신감이 소비만 부추기고 정작 생산은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 건설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실용정부의 경제관은 어쩌면 또다른 허황된 꿈을 심어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들 허리띠가 늘어난 것은 '과소비'와 무관하지 않고 지나친 자신감으로 방종한 탓이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2002년에 '꿈은 이루어 진다'는 카피로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하나로 뭉치게 만든 월드컵 신화는 그저 '우연'일 뿐 신화는 아니었고 거품이었다. FIFA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순위는 세계 4위가 아니란 점 간과해서는 안되고 세계속 우리나라는 결코 경제대국이 아니란 점이다.  함께 나누어야 할 '파이'가 너무도 줄어 든 지금 파바로티가 들고 있는 동전 한닢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100원 짜리 동전이 위대해 보인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지하철 구내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100원 짜리 동전 한닢도 귀하게 여기라는 뜻이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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