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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도심의 가을을 만드는 '플라타너스' 길



도심의 가을을 만드는
 '플라타너스'


요즘 설악산을 다녀오지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 거린다. 뉴스속 단풍소식들을 보며 이제나 저제나 하지만 마땅히 시간을 낼 수 없는 형편이고 보면 단풍소식을 전해오는 블로거들이 마냥 부럽기도 하다.

지금쯤 설악산 공룡능선은 그야말로 천상의 나라 모습을 하고 있을 터인데 그 모습을 지금 대하지 못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고 1년을 기다린들 지금과 같이 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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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시내를 다니면서 인도에 무수히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으로 아직 못 본 가을단풍을 위로로 하는데 플라타너스 터널로 유명한 일원동의 벌말길을 지나면서 몇장의 사진을 남겼는데 잠시 바쁘게 스쳐간 그림속 모습들이 너무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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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단풍놀이를 못가서 안달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나로써는 이 가을에 플라타너스 나뭇잎을 바라보며 쓸데없는 걱정거리도 생겼다. 아직 플라타너스 나무가지에서 떨어진 잎들은 몇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도로는 온통 나뒹구는 낙엽들 판이라서 부지런히 쓸고 치워도 또 떨어지는 게 낙엽인데 환경미화원들은 이 계절 내내 낙엽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야속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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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도심의 한 상가앞에 노오랗게 물든 은행나무잎을 쓸다가 쓸다가 화가 나셨는지 빗자루로 은행나무 잎을 두들겨 한번에 떨어뜨리는 모습과 나무를 흔들어 은행잎이 속히 떨어지도록 조치를 하는 분들을 목격한 적 있다. 내가 단풍놀이를 부러워 하는 사이, 아마도 그분들의 일과 속에서는 낙엽처럼 지겨울 게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낙엽이란 하늘이 내려 준 또다른 선물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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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봄이 되어서 연두색 이쁜 잎을 싹 튀울 때나 꽃을 피울 때만 좋아하거나 노오랗고 빠알간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을 선택적으로 좋아 하는데 뒤돌아 보면 그 모습들은 나 자신이 살아 온 지난날과 너무도 흡사하여 나 뒹구는 잎새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게 된다.

이쯤되면 세상을 오래토록 산 사람들이지만 돌이켜 볼 때 뒹구는 잎새만 봐도 괜히 좋았던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인생의 참 맛을 뒤늦게 깨닫게 해 주는 낙엽은 이 계절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귀찮다고 여기는 낙엽도 내가 세상에 존재할 때 느끼는 감정이므로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 만으로도 플라타너스 잎이나 이 가을에 잎을 떨구는 모든 나무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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