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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늘 그리운 淸溪山

'만추'에 걷고 싶은 길


 '만추'에 걷고 싶은 길

요즘

산이란 산은 모두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날씨가 고르지 못하여 단풍잎의 색이 곱지 못하다는

 불평아닌 불평을 하면서도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단풍이 주는 묘한 심리적 안정감과 기쁨은

 어느것에 비견할 수 없는 귀한것이다.


 


 나는

자주 다니는 청계산을 오르 내리면서 사철중에서도 옷을 갈아 입으려는 이 계절의 산과 봄의 산을 좋아한다.

그 산에 가면 나는 생명의 귀함과 경이로움에 놀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생을 다한 생명들의 노래들 때문에 그 노래에 심취하여 산을 기웃 거리며 귀동냥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산으로 저 산으로 몰려 다닐 때 쯤

왠지 그들과 합류하여 휩쓸려 다니는 게 별로 편하지 않다.




귀동냥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얼마간 사색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면 세상사를 다시 재방송해야 하고 들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수다가 삶의 활력을 더한다고 하지만 왠지 내게는 스트레스와 같이 느껴진다.




산을 내려가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굳이 산에서 또 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그래서 내가 자주가는 청계산만 하더라도 좋아 하는 등산로가 따로 있다.

별로 크지도 않는 이 산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 길을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들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그냥 휩쓸려 가기를 좋아하며

혹시라도 그 대열에서 이탈되면 죽는줄 아는지 꽁지에 꽁지를 물고 줄을 이으며 산을 오르고 있다.

산을 오르는 내내 무슨 하고 싶은 말들이 그렇게 많은지 등산로는 장터와 같고

오와 열을 구분짓지 않은 행렬은 좁은 등산로를 막기 일쑤여서

그 부대낌이 또 싫다.




세상에서 그렇게 부대꼇으면 잠시라도 그 부대낌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그 부대낌으로 부터 소외라도 된다면 외로워서 죽을 것 같은 심정이 드나보다.

그래서 그들은 산을 보지 못하고 등산로만 보고 돌아오며

산에서 까 먹은 도시락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가을이 깊어 간다.

가을이 산허리를 휘감아 계곡 아래로 흘러 내리는 모습이 꼭 산이 우시는 모습같다.

떠나 보내기 싫은 동무를 떠나 보내야 하는 숙명이 너무도 슬퍼서 그렇게 슬피 우는 모습이 계곡 가득한데,

나는 이 작은 산속에

 나만이 다니는 너무도 호젓한 길을 알고 있다.





그 길에 들어서면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는 어미의 뒷모습을 볼 수 있고 이별을 맞이하려는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그 모습들은 평소의 모습과 너무도 달라서 작은 떨림이 있는가 하면

소리내지 못하며 우는 흐느낌을 들을 수 있다.





그 길에 들어서면

평소 떠나는 그에게 해 주지 못했던 회한들이 되살아 나  들썩이는 어깨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한때 같이 기뻐하며 동고동락한 모습을 떠 올릴 수 있는데

이제 그를 떠나 보내는 이별의 행사가 진행되려는지

그 길에 들어서면 또한 분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길이 청계산에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그 길에 들어서면 온갖 상념들이 다 사라지며 마치 제사날 표정과 같이 조심하며 또 엄숙한데

몸과 마음을 조심스레 다독이며 걷는 그 길 옆으로

 또 알 수 없는 고독이 산그림자처럼 드리워 지는 곳이기도 하다.






늘 다녀도 변함없는 길이지만

다닐 때 마다 새로운 길이 또 그 길이다.





가을이

 더 깊어질 수 없는 날

나는

 이 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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