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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25년간 '약'으로 사신 할아버지!


25년간 '약'
으로
사신 할아버지!
 

볼일 차 S의료원 앞을 지나치다가 수상한(?) 비닐봉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다가 아무래도 비닐봉지 속의 내용물이 궁금하고 대형병원 앞에 버려진 봉지가 수상쩍어서 되돌아와서 그림과 같은 세컷의 그림을 남기고 잠시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비닐봉지 바깥을 살피다가 뒤통수에서 들려온 음성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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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사진은 왜 찍어요?!"

저는 마치 물건을 훔치다 들킨 도둑처럼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니
왠 할아버지가 제 모습에 언잖아 하며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물었습니다.

"...이거...그냥 버려진 것 같고 이상해서...혹, 할아버지 꺼...?"

"네...내껍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이곳을 통과하면서 본 약봉지로 부터 멀리 떨어져 서 있던 할아버지 였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수상쩍었던(?) 비닐봉지의 주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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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는 모두 세개였고 봉지마다 든 것은 모두 약병이거나 조제된 약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약들은 다 누가 먹나?...)
저는 이 비닐봉지 속에 든 약들의 용도가 궁금했습니다.

"...아니 할아버지...이 약들은 다 누가 먹습니까? "

할아버지는 제가 주인도 없이(?) 버려진 약 때문에 수상쩍어서 촬영한 사실을 듣고는

"...내가 먹지요."

"...혼자서 이 많은 약을 다 드세요?"

"아!...나만 먹는게 아니고 우리 마누라하고 내가 먹는거요."

"...약이 적어보이지 않는데...요."

"네...석달치요...당뇨약하고 심장약하고 관절염하고...(기타 등등)..."

저는 할아버지가 '종합병원'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 분위기도 바꿀 겸

"헤...할아버지...종합병원이시네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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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약이 없으면 못살아요. 종합병원인 셈이죠."

"두분이 이렇게 많은 약을 다 드세요?"

생각보다 더 많아 보이는 약 때문에 되물었습니다.

"아...그거...우리딸 것도 포함되어 있어요."

"약을 이렇게 많이 드시지 않으면 안돼요?...도시에서 사시지 말고..."

할아버지 말씀 속에는 딸도 당뇨를 앓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연세를 살짝 여쭈어 보았더니 76세였고
할아버지가 사시는 곳은 '안성'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비닐봉지에 든 약을 지으려 3개월 마다 한번씩 S의료원을 방문하던 차에
버스를 기다리며 약이 든 비닐 봉지를 잠시 내려놓고 있었던 것인데,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25년동안 이 약을 복용하면서 사셨다고 합니다.

"...이제...지겨워!...약 먹고 사는 게..."

할아버지와 돌아서면서 나눈 이야기가 자꾸만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할아버지...약은 독이 잖아요!...그 독을?..."

"...세상은 이 독으로도 해독이 안될 만큼 독해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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