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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나를 허탈하게 만든 '오리들' 얄밉네!



나를 허탈하게 만든
'오리들' 얄밉네!


어제 오후였습니다. 이맘때 쯤이면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양재천 모습을 담아보기 위하여 양재천으로 향했습니다. 양재천은 저의 바램을 저버리지 않고 천변에 풀꽃들을 가득 흩뿌려 놓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양재천 곳곳에는 청둥오리들이 유유히 자멱질을 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보였고 양재천변을 걸으며 풀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저는 양재천 속에서 놀고있는 오리들의 모습도 담고 싶어서 풀숲을 헤치며 조용히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빗방울이 간간히 날리며서 풀숲은 젖고 있었는데 제 관심은 온통 오리에게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잘 놀고 있던 오리들이 갑자기 푸드득! 하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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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멱질에만 열중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낮선 침입자를 발견하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리모습을 담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양재천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에 오리 세마리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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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양재천에 놓인 큼지막한 돌다리 곁에서 쭈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또 몸을 낮추며 그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카메라셔터가 여러번 소리를 냈고 영상카메라도 그들의 모습을 여러차례 담는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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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오리들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서 다가가도 그들은 저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듯 한 게 이 오리들은 세마리 모두 머리를 그들의 깃속에 파묻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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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저는 그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고
마침내 돌다리 곁 까지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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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리들이 외발로 물 가운데 서 있는 모습까지 자세히 관찰할 정도인데 이들은 꿈쩍도 안했습니다.
이들은 눈만 가끔씩 껌뻑이다가 저를 발견했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이런 된장!...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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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오리들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자세를 낮추고 숨박꼭질하듯이 다가온 모습이 오히려 우스광스러웠습니다.
오리들이 저를 비웃고 있는듯 했습니다.

(얘들아!...저 아저씨 왜 저러지?...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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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허탈하더군요. ^^
이 오리들은 작년에 이 돌다리 부근에서 만난 세마리의 오리들이었고 부쩍 커 있었습니다.
털에 윤기가 좔좔흐르며 털빛깔은 너무도 고운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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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 소동이 한창일 때 이 오리들이 궁금했는데 살아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이들은 양재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오리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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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냥도 하지만 이 돌다리 근처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에 맛들려 사람들을 무서워 하지 않았던 것인데,

저는 이 오리들이 당시의 그 오리들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살그머니 우스광스러운 모습으로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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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렇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아는척(?)이라도 해야지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눈만 껌뻑거리고 있지 뭡니까?

(얄미운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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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비가 간간히 흩뿌리자 자신의 부리를 깃털속에 파묻은 채
 한쪽발에만 몸을 의지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언제든지 튈(나를)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을 무서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사람들이 던져준 과자 때문에 이들이 이곳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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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고양이와 같은 동물들이 이들을 해치기도 하고 짖굳은 아이들이 돌을 던지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들에게 양재천은 너무도 소중한 보금자리였고 제가 오히려 침입자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아는체'는 해야쥐!!~~~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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