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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거미나라에서 만난 '호랑거미'를 보며!


거미나라에서 만난
 '호랑거미'
를 보며!


내가 만난 호랑거미는 결코 허둥대거나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쳐 둔 투명한 거미줄에 걸려든 곤충이 파닥이며 안간힘을 다하여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팍닥거림을 거듭할 때 마다 그 곤충은 힘이 빠졌고 마침내 그의 움직임이 멎었을 때도 그는 먹이를 응시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거미줄을 치는 동안 많이도 지쳤을 터인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쳐 둔 거미줄에는 많은 곤충들의 빈 껍데기 즐비했다. 조금전 까지 파닥이던 덩치 큰 매미도 다시 찾아갈 때 쯤이면 빈 껍데기만 남은 채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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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먹잇감에 주입한 소화액은 거미줄에 달라붙은 곤충의 체액을 쥬스처럼 만들고
 그가 들이킨 그 쥬스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데,

 그가 사냥하는 곤충들은 몸이 머리·가슴·배의 3부분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들이며
 거미는 곤충과 다른 다리가 여덟개나 되는 절지동물이다.

거미는 머리와 배 밖에 없다. 또한 날개도 없기 때문에 날아다닐 수 없다.
 대부분의 거미는 점액을 만드는 특수한 기관을 이용하여 거미줄을 만드는데 그렇지 않은 거미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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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나라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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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거미의 집단 서식지인 이곳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대모산 아래에 있는 궁마을 골짜기의 '거미나라' 입니다.
조만간 이곳이 개발되어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이 모습들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모산자락을 헐면서 까지 개발을 시도하는 서울시에 대해서 반발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호랑거미의 운명은 개발과 함께 마무리 되겠죠.

내가 만난 호랑거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거미들과 같이
 자연의 지지대를 이용하여 기가막힌 건축기술로 거미줄을 만들고

 그의 먹잇감인 곤충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투명한 실로 촘촘하게 엮어서
 곤충들이 거미줄에 걸려들 때 까지 허공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가는 거미줄 위를 헛디디는 법 하나 없이 줄타기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거미줄이 있다.
그 하나는 호랑거미 등이 쳐 둔 육안으로 식별되는 거미줄과
 또 하나의 거미줄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인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은 주로 인간들이 사용하는 거미줄이다.

그들은 '호랑거미'와 같이 특정한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서 '사업'하며 그들만의 노하우로 먹잇감을 챙긴다.

 요즘은 그 거미줄이 더욱 세련되어서 '인터넷'이라는 광범위한 거미줄을 동원하여
세계속으로 거미줄을 쳐 둔 상태고 우리는 그 거미줄 위에서 곡예하듯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틀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에 이르자
그 소식은 금새 사방으로 알려지며 세상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그들의 거미줄에서 먹잇감을 찾던 사람들은
 뻥뚤린 거미줄과 같은 파산 소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가 만난 거미줄은 촘촘하게 잘 짜여진 건축물과 같지만
먹잇감의 파닥거림 때문에 찢어진 거미줄을 보수하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은 자신이 쳐 둔 거미줄이 손상되면
 다시 장소를 이동하여 거미줄을 만들고 새로운 삶을 이어 나갔다.
 참 대단한 동물이다.

그에게 닥친 운명 앞에서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으며 좌절이나 절망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뻐하다가 한순간 허둥대고 슬퍼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사는 나라에서는 꿀벌들이 매일 실종되고 있었고
 실종된 꿀벌들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눈을 들어 본 허공에 실종된 꿀벌들이 가는 바람에 대롱거리며
빈껍데기만 남은 채 거미줄에 붙어있었다.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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