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짧을수록 좋다?
추석연휴가 끝나면서 본 한 터널 앞에서 잠시 멈추어서 두컷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보다 많은 그림이 필요했으면 몇 컷 더 셔터를 눌렀을 것이나 별로 그럴 필요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미 제 마음 속에는 터널이 암시하는 느낌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터널 속으로 들어갈 때는 느낌이 썩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 터널이 길던 짧던 터널은 자신이 가야하는 길 앞에 놓인 반드시 거쳐야 할 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돌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러가야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왕에 통과하는 터널의 길이가 짧으면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따지고 보면 질러가려 했던 생각 만큼이나
터널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돌아가는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터널을 통과 하면서 속히 빛이 내리쬐는 터널밖이 금방 나타나기를 원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추석연휴 동안 뉴스를 모니터링 하면서 본 세상은 깜깜한 세상속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좌충우돌하면서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뉴스 속 모습들은 우리들 모두가 원치않았던 일 임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힘든 모습들이 자꾸만 나타 납니다.
제가 수퍼맨이라도 된다면 제 앞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이나
여러분들을 힘들게 하는 슬픈 소식들에 대해서 검은 커튼을 내리고 보여 드리고 싶지 않으나
그런 소식들은 보름달 만큼이나 높은데 떠 올라서 보지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뉴스를 타고 우리들 안방에 알려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 관련된 내용은
그동안 정부가 IMF와 무관한 일이라며 사래질 쳐 온 '부정'을 보다 긍정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부정에 부정을 더한 홍보책은 그래서 더욱더 부정적으로 다가 옵니다.
개인적으로 리먼브라더스에 투자한 일도 없고 그럴리도 없지만
타이타닉호 선상에서 벌어진 호화로운 파티중에 침몰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 처럼,
금년 초 부터 쇠고기파동으로 불거진 작은 균열이 우리사회에 더해지면서
그 균열은 마침내 우리사회를 한치앞도 볼 수 없는 깊숙한 바다속으로 침몰케 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만,
제 앞에 나타난 저 터널을 바라보면서 이왕이면 터널의 길이나 깊이가 더했으면 하는 바램을 하고 있습니다.
고통을 자초하는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운명 앞에서 희희락락한 시간들은 또 다른 재무장을 원하는데
기왕이면 저나 우리들 속에 내재한 균열을 도와 줄 작은 기포나 원소 하나까지라도 제거할 수 있도록
압연의 강도가 더해졌으면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터널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고통을 쉽게 덜어 줄 짧은 터널은 또 다른 긴터널을 양산하는 것이므로
언제인가 겪어야 할 고통의 터널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돌아 보면 너무도 힘들어 하는 우리 이웃들...
그 앞에 놓인 터널을 기쁘게 통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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