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뭐하냥...? ^^
고양이 한 마리가 지붕 위에서 한 여행자를 째려보고 있다. 녀석이 우리나라에 살았다면 별명은 '지붕냥'일 것. 포털에선 고양이가 지붕에 있으면 지붕냥이란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째려보고 있는 지붕은 의외로 먼 곳에 위치해 있다. 지구 반대편 칠레의 파타고니아(PATAGONIA) 깊숙한 곳.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로부터 시작되는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ra Austral)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Caleta Tortel)이라는 곳이다.
낮선 나라 처음보는 풍경들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술렁이는 이곳에서 진귀한 장면들을 만나 홀딱 반한 곳이다. 너무 아름답고 진귀한 풍경들이 널린 곳. 또르뗄 사람들은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는다. 왜일까?...흙이 너무 귀한 곳이자 마을은 피오르드에 기댄채 형성되었으므로 길은 모두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는 것. 마을 전체가 나무데크로 만든 길로 이어져 있다.
우리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 중 귀중한 몇일을 이곳에서 보내게 됐다. 또르뗄의 중심부로 나서자면 해변의 나무데크 길을 통해 지붕냥이 위치한 집을 지나가야 하는 것. 녀석은 그때 만났다. 인동초 덤불이 숲을 이룬 길 옆에서 녀석이 여행자를 째려보자 이렇게 대응했다.
"나비야...^^"
여행자는 미소를 지으며 지붕냥을 대했지만 녀석의 표정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건 경계의 눈초리. 지붕냥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비 아니거덩...(누구냥)...생긴 모습이 다르넹...말도 그렇고...갸우뚱~"
대략 1200km에 이르는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의 종점이자 반화점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숙박비를 지불하며 여행을 이어갔다. 우리가 묵었던 또르뗄 입구의 민박집은 마을의 수준에 비하면 거의 호텔급이었다. 비록 또르뗄 전경이 보이는 작은 창문 하나와 허술한 더블침대 하나가 전부이지만, 생활용품 다수를 파타고니아 중심부 꼬자이께(Coyhaique) 혹은 뿌에르또 몬뜨로부터 공수해서 쓰는 이곳은 물가가 엄청나게 비쌌다. 예컨데 한 물간 토마토 한 개 가격이 우리돈 2천원 정도된다면 기절할까. 그러나 우리는 150일간의 빠따고니아 투어를 발품에 의지한 채 비용을 최소한으로 지불했다. 이유가 뭘까.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편지 한 통
오늘은 2월 끝자락이다. 모처럼 블로그 앞에서 망중한을 즐기는데 이탈리아에서 편지(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발신자를 보니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있었던 친구였다. 그녀는 이탈리아 요리학교(ALMA)에서 두 번째 스테이지 과정을 이수하며 졸업을 앞 두고 있었다. 그녀가 보내온 편지속에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담겨있었다. 이탈리아에 유학 오는 친구들을 위한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충고한 것이다. 그 중에 눈에 띈게 있었다. 이랬다.
마지막으로 언어
그럼 남은 기간 언어공부 절대 놓치지 마시고 다른 거 다 신경 끄고 언어만 준비해 오셔도 여기 1년 정말 재미있게 알차게 보내실 꺼에요! 전 6개월 준비하고 왔는데도 오자마자 말 생각 안 나고 백지장이었거든요. 스테이지 가자마자 삼 개월 내내 밤마다 울면서 공부한 거 같아요. 살라고… 밥 달라고 말하고, 아프다고 말하고, 내 잘못 아니라고 말할 수 정도는 있어야 조금 더 덜 서럽고 행복한 스테이지 되겠죠^^
막상 스테이지가면 서러워요. 외국 와서 한국인 아무도 없고 청소부터 하는데 애가 뭐라는 건지, 내 욕하나? 에효… 일이나 하자 했는데, 이 새끼들은 나 청소하는데 웃고 떠들고 담배 피러 나가고..근데 언어가 되면 말을 할 수 있잖아요. 야! 같이 청소하고 우리 같이 맥주 마시러 가자! 라고요^^ 수다 떠는 거 엄청 좋아하고, 특히 남부 쪽 사람들은 정이 너무 많아서 1분만에 친구 돼서 맨날 같이 놀러 가고 그래요. 언어만 되면 반은 즐길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상처 안받을 방법이 있다면 당장 알려드리고 싶지만, 없어요. 문화차이로 받는 선입견과 소통문제, 타지생활 외로움 다 잇죠. 하지만 그 안에서 여기 돈 들여 온 목적 '배움' 절대 잊지 마시고, 최대한 내가 배울 수 있는 거 다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힘내서 잘 이겨내시고 즐기시길 바래요~
ALMA 15esimo jieun Bek
그녀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이탈리아 현지 (스테이지)생활을 스케치 하면서 마지막(아홉 번째)으로 중요한 충고를 잊지않았다. 편지 내용 일부를 보면 "이 새끼들은"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애를 먹었던 체험담이다.ㅋ 그녀의 페이스북에서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는 지 알 수 있을 정도여서 응원한 바 있고 친구로 지낸다. 그런 그녀의 입을 통해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 그녀는 이랬지.
"스테이지 가자마자 3개월 내내 밤마다 울면서 공부한 거 같아요..."
정말 용기있는 고백이다. 시쳇말로 웬만하면 '쪽팔려서' 입을 다물 것 같은 데도 자기의 고통을 같은 처지의 후배들에게 일러주는 것. 참 고마운 모습이자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해 주는 대목이다. 꽤 오랜동안 해외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 필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편지에 나타난 고백처럼 '소통의 벽'에 막혀 고통을 받지않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 먼 여정을 앞 두고 언어공부에 매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같거나 비슷한 이유 등으로 우리가 보낸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도 언어만 해결된다면 만사형통이다. 비록 발품을 팔아 다소 피곤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150일간을 먹고 자고 여행 다니는 걸림돌을 해결하면 여행지 전부가 자기 것인양 착각하게 될 것. 우리가 묵었던 또르뗄의 한 민박집은 비수기 때라 1일 만원(1인 5천원)에 묵었다. 나머지는 상상에 맞긴다. ^^
흥정을 해 놓고 보니 가격이 너무 쌌던 지 주인 아주머니가 자꾸만 (1인당)2천원을 더 내고 응접실이 달린 고급(?)을 권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처음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대신 저녁이 되면 어슴프레한 바닷가 조명이 비치는 주방에서 난로에 불을 켜 놓은 채, 먼나라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어수룩한 스페인어로 들려주곤 했다. 먼나라 낮선땅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려면 언어가 맨 먼저이다.
-나비야 뭐하냥...? ^^
-나비 아니거덩...(누구냥)...생긴 모습이 다르넹...말도 그렇고...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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