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 종류와 후추 그라인더(후추갈이): IL PEPE_Antica macinap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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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PEPE_Antica macinapepe

-후추 종류와 후추 그라인더(후추갈이)-

노란 바구니에 담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를 마치고 산티아고에서 망중한을 즐길 때 필자의 시선을 끈 커다란 나무가 산크리스토발 언덕에 심어져 있었다. 녀석의 이름은 '후추나무'였다. 세상 사람들이 모를 리 없는 후추는 후추과의 덩굴 식물로, 그 열매를 양념으로 쓴다. 그런데 어느날 내 앞에 타나난 녀석은 나무에 매달려 짙고 향긋한 후추향을 풍기며 다가온 것이다. 후추가 인류문화사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인류의 역사와 바꾼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메리카 대륙을 피로 적신 열매였던 것. 위키백과는 녀석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후추는 선사시대부터 인도에서 양념으로 쓰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후추는 주요 무역 상품이었으며 종종 실물화폐 로 사용되어 "검은 금"이라 불렸다. 청년사에서 만든 《조 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의하면 조선에서도 후추는 연회에서 손님이 후추를 상에 올리면 기녀들이 다툴 만큼 인기가 있었다. "후추로 지불하는 지대"는 오늘 날에도 무역의 거래조건으로 존재한다.

녀석의 정체에 대해 수도 없이 뒤돌아 봤지만 그 때마다 녀석은 신기했다. 녀석은 인간의 본능을 일깨운 '욕망의 화신'이랄까. 중세 유럽에서는 고기를 소금에 절여 저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누린내가 심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향신료의 존재가 절실했단다. 

일반인들이 구할 수 있는 향신료 타임이었다면, 귀족(기사나 영주급 정도)들은 동방에서 수입된 향신료를 고기에 뿌려 저장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시용이었다는 것. 신선한 고기를 요리해 먹으면 더 나았을 것이나, 요리 과정 등을 통해 (값비싼)향신료의 향을 마음껏 과시하는 것. 요즘은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땐 그랬단다. 

요즘은 정향이나 육두구 혹은 샤프란 같은 고급 향신료가 등장하지만 대항해 시대의 물꼬를 튼 배경에는 후추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 인류문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오늘날까지 음식문화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향신료가 후추란 녀석이다. 그와 함께 등장한 게 후추갈이(후추 그라인더,macinapepe)란 도구였다. 후추가 인류의 미각을 지배한 후 최소한 수백년이 흐른 지금까지 변치않는 지위를 누리는 게 오래된 후추갈이(Antica macinapepe)에 묻어나 보이는 것.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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