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한 감자꽃
-감자꽃 필 무렵 VS 메밀꽃 필 무렵-
에로틱한 감자꽃 필 무렵이라니...?
꽤 오래 전 어느 가을 날, 스스로 이효석 선생이 되어 '메밀꽃 필 무렵' 일부를 살짝 재구성해 봤다. 내가 쓴 메밀꽃 필 무렵은 이랬다. (뽀얀 달빛 아래 펼쳐진 연분홍빛 메밀꽃밭이 상상 되시는가) 허 사장(허 생원)은 한때 경기가 좋을 때 한밑천 두둑히 잡아 룸싸롱에서 흥청망청 돈을 뿌리며 다니다가 뉴욕발 증시파탄 때문에 증권에 투자해 둔 돈 전부를 홀라당 다 까먹었다.
허 사장은 너무 허탈하여 바람도 쐴 겸 좀처럼 타 보지 않았던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제천 한방건강축제 구경이나 하며 막걸리나 한잔하고 돌아 오려고 마음 먹었다. 서울에서 늦게 출발한 허 사장이 제천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해가 서쪽을 넘어간지 오래된 시각이었다. 제천의 초가을은 해가 떨어지자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붉은 메밀꽃은 환한 보름달빛에 연분홍 물결로 넘실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허 사장이 한 때 잘 나갈 때 우연히 룸싸롱에서 만난 아리따운 금자씨와 사랑에 푹 빠졌을 때 느끼던 오르가즘과 흡사하여 한편으로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사업은 돌보지 않고 자신을 홀딱 망하게 한 금자씨가 원망스러운 모습으로 교차하며 심란했다. 그때였다. 연분홍 메밀꽃이 넘실 거리는 어둠 저편에서 한 여성이 홀로 붉은 메밀꽃 밭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늦은 시각 축제장 한쪽에서는 술렁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허 사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 온 여성은 금자씨가 분명해 보였다. 금자씨의 미모로 보아 중년이 된 금자씨 모습이 틀림없었다. 흠칫 놀란 표정을 지은 건 금자씨 였다.
"...혹,...허 사장님 아니세요?"
허 사장은 순간 자신을 홀라당 망하게 한 금자씨를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헉,...금자씨?!..."
둘은 약속이나 한듯 단박에 서로 꼭 껴 안았다. 금자씨와 허사장이 쓰러진 붉은 메밀꽃 밭 위로 바람이 살랑 거리며 일고 있었고 가끔 붉은 메밀꽃이 자지러드는 듯 파드득이며 바람에 떨리고 있었다. 금자씨와 허 사장은 의림지 앞 한 모텔에서 다시금 약속을 하고 있었다.
"...금자씨 우리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미쿡으로 도망가 살면 안돼?..."
금자씨는 일행과 함께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축제에 왔고 아이들 때문에 그럴수가 없다고 했지만 허사장의 은밀한 작업에 속수무책이었다. 금자씨는 얼마전 암으로 죽은 남편 이야기를 하며 벌이가 시원찮아 걱정이라고 했다. 허 사장은 재빨리 금자씨의 사정을 눈치채고 가방에 꼬불쳐 둔 뭉치를 보여주며 금자씨를 유혹했다. 허 사장이 홀딱 망한 이후 그는 현금을 주로 가방에 넣고 다녔고 제천에 도착할 당시 오만원권 돈다발이 옷가지 사이로 여럿 보였다. 둘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모텔 창가에 서서 가는 바람에 넘실 거리는 붉은 메밀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사장님...뾰~오~옥!...사랑해요. 그땐 죄송했어요. 흑흑...ㅜ"
"바보 같이 울긴...사는 게 다 그렇지...뚝!...^^*"
허 사장은 깊은 꿈에 빠져 들었다. 그는 뉴욕에서 제기한 후 금자씨 소식을 로펌을 통해 아이들 에게 알리는 한편, 그냥 미국에 눌러 살며 못다한 공부나 하며 여행이나 다니고 싶었다. 허사장이 잠에서 깨어난 시각은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열린 커튼 사이로 붉은 메밀꽃이 볕에 반짝이며 황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자리에 누워 있어야 할 금자씨가 보이지 않았다. 혹 화장실에 있나 싶어 노크를 한 후 문을 열어봤지만 금자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허 사장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가방의 존재를 확인했다. 가방은 PC 아래 그대로 놓여있었다. 그래도 의심쩍어 가방을 열어 본 허 사장은 현기증이 이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메모지를 펴 들었다.
"...허 사장님...이렇게 훌쩍 떠나 죄송해요. 사는 게 다 그렇지요. 그렇다고 바보같이 울지 마세요. -불친절한 금자 올림-"
허 사장은 늦은 밤 다시 의림지 옆 포장마차에서 2차로 마신 연분홍 빛 메밀 막걸리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자씨가 간밤에 일러준 이야기들이 여전히 뻥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호주머니 속에서 잔돈들이 바스락 거렸다.
위의 글은 '불친절한 금자씨'가 등장하는 '내가 쓴 메밀꽃 필 무렵'이었다. 가을이다. 그렇다면 서울 강남의 대모산 기슭에 막 피기 시작한 '감자꽃 필 무렵'은 어떤 모습일까...?
감자꽃 필 무렵 허 사장은 술 김에 금자씨가 끄적여 놓은 대포폰의 행방을 따라 수소문한 끝에 금자씨가 서울 강남의 한 대포집에서 살고있다는 제보에 따라 현금 일부를 되찾는 등 쓸데없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허 사장은 심기가 불편했다. (...츠암...돈을 훔쳐 달아났으면 잘 살던가...겨우 대포집인가...) 그러나 허 사장은 금자씨의 근황이 너무 궁금하기만 했다.
처음엔 그녀를 붙잡기만 하면 머리채를 붙들고 내동댕이 치고 싶은 정도였다. 그러나, 가만히 따지고 보면 그럴 이유도 없었다. 한 때 너무도 사랑한 여인이었다. 오죽하면 사업이 망하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을까. 허 사장은 금자씨가 요즘 태어났기 망정이지 꽤 오래 전에 태어났으면 아마도 서시나 양귀비 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였을 것이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허사장은 그동안 작은 사업체를 차린 이후 주말이면 대모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건강관리를 하며 소일을 하고 있었다. 대모산 입구에서 불국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허사장이 유난히도 좋아하는 코스였는데 그곳에는 연보라빛이 감도는 감자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허사장은 감자꽃을 보자마자 운두령에서 드라이브를 하면서 본 '감자꽃 필 무렵'이라는 카페를 떠 올리며, 수년전 제천에서 사라진 금자씨를 동시에 떠 올리고 있었다. 그땐 기분이 별로였지만 언제나 귀여운 여자가 금자씨였다.
한참 사랑에 빠졌을 무렵 허사장은 금자씨의 뽀얀 피부를 보며 참 탐스러운 감자같다는 생각을 했다. 보기보다 참 촌스러웠다. 알고보니 금자씨가 살고있는 곳은 허사장 집에서 30분이면 도착하는 지척에 살고있었다. 둘은 서울 강북과 강남에서 홀아비와 과부로 살고 있었다. 대모산역에 내린 허사장은 금자씨가 살고있다는 한 대포집을 금방 알아봤다. 허사장 한테 가을은 그런것이었을까. 하필이면 그 대포집 이름이 '감자꽃 필 무렵'이었다. 허사장은 다시금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었다.
*본 포스트는 2009년에 작성되었던 것으로 다음뷰가 정리되면서 다시 작성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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