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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A

파프리카로 페페로나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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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로 '페페로나타' 만들기
-파프리카속에 파프리카있다-



(ㅋㅋ...일케 귀여울수가...!! ^^)


연두빛 애벌레(?)와 붉은 색의 파프리카 한 조각이 도마 위에 놓인 흔치않은 풍경은 요즘 필자('나'라고 한다)가 심취해 있는 곳. 지난 봄부터 강행군으로 이어지고 있는 내 삶의 중요한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이루어 지리라 굳게 믿고 있다.), 머지않아 이탈리아의 문화와 역사 등이 요리속으로 숨어들어 바실리코 향기처럼 나와 여러분들을 환상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미래의 모습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모습 등을 노래말을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이랬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i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a 

Io son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a in fondo all'anima. 






환상 안에서 나는 올바른 한 세상을 봅니다.

그곳에는 모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영혼의 깊은 곳에 있는 가득찬 관대함.(하략)


...



한 유명한 가수가 불렀고 여러사람들이 좋아했으며 노래 내용은 자세히 잘 몰랐다. 그런데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와 곡 때문에 사람들을 무한 매료시킨 노래 '넬라 환타지아'였다. 텅빈 가슴 한 구석을 아련히 채우고 있었던 것. 그게 어느날 서울 강남의 Y이탈리어 어학원에서 자연스럽게 넬라 환타지아를 이해하게 된 것. 기뻣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정관사와 전치사의 결합에 따라 넬라(Nella)로 시작된 노랫말과 합쳐진 환타지아(fantasia)는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 환상이었을까. 





그게 어느덧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3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듯 바쁘게 보낸 시간들이 한 파프리커 조각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이탈리아 요리를 맛 보기 위해, 혹는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기 위해,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해 보기 위해,어쩌면 이탈리아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지도 모를 일 등을 위해 이탈리아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초보 이탈리아어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건 세프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이탈리아 요리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탈리아 요리를 이해하고 관련 분야의 글을 끼적거리거나 (미식)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가 눈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 속담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아가라'는 말처럼, 세프의 이야기를 잘 끼적거리려면 온갖 미식의 세계가 펼쳐지는 주방과 그들의 문화 등을 잘 알아야 할 게 아닌가. 





파프리카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내 앞에 등장한 파프리카 한 조각은 호랑이굴로 들아가는 관문 앞에서 만난 재밌는 한 풍경. 주말 아침 모처럼 바쁜 시간을 접고 컴 앞에 앉아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난 한 주간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간다. 늘 마주치던 파프리카 한 조각이 환상속으로 이끈 것. 녀석은 낮설지 않았다. 파프리카는 15세기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 콜롬부스에 의해 유럽에 소개되었다. 


제노바의 선원 출신이었던 콜럼부스가 우여곡절 끝에 포르투갈로 건너가 대서양 횡단을 꿈꿨지만 그곳에서 꿈이 좌절된 건 익히 알려진 일이다. 콜럼부스는 이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스페인으로 건너가 마침내 1492년에 남미침탈의 바탕을 이루게 된 것. 아메리카대륙에 살아왔던 인디오들의 살륙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신대륙발견'이라고 불렀다. 





주지하다시피 콜럼부스가 대서양을 건너간 이유는 처음부터 인디오들을 살륙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건 아니었다. 대서양 횡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향신료 때문이었다. 동양에 살던 우리가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게 유럽인들이 심취한 향신료였던 것. (우리가 생각할 때)혹시 금(Oro)이라면 몰라도 향초와 향신료(Spezie e erba)가 뭘 그렇게 대단했을까. 


정말 대단했더라. 유럽의 역사 혹은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 등에 등장하는 요리문화를 이해하면 향신료의 가치가 금붙이를 훨씬 능가하는 것. 향신료 혹은 식재료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으므로 자기를 과시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귀족들과 서민들의 음식문화 내지 요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 주말 아침에 끼적거린 파프리카는 그 중 매우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파프리카에 열광하는 이탈리아인과 현대인


그러나 오늘날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서 빼놓으면 안 될 귀중한 식재료이며, 오늘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재료였던 것. 콜럼부스 일행이 이걸 신기하게 여겨 이탈리아에 도입한 시기는 1531년이었다. 그러니까 신대륙을 발견한 지 대략 10년만에 이탈리아까지 전파되게 된 것. 이후 교배종이 생겨나면서 파프리카의 색과 크기는 다양해졌는데 이탈리아인들은 파프리카를 전채요리,샐러드,소스나 핏짜의 토핑용 등으로 어디에나 애용하고 있었다. 





그중 파프리카로 만드는 '페페로타나(Peperotana)' 준비과정에서, 마치 애벌레처럼 생긴 작은 아가 파프리카가 큼지막한 파프리카 속에 숨어(?)있었던 것. (ㅋ 너무 귀여웠다. ^^) 마치 씨앗만 골라 까 먹는 '귀여운 귀신'같은 모습이랄까. 잠시 다듬기를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녀석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아 봤다. 영상에서 확인되는 부분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페페로나타 만드는 과정의 일부로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Ricetta)을 거쳐 만들어졌다. 





페페로나타를 위한 파프리카 껍질벗기기


식감이 좋은 페페로나타를 요리하기 위해 몇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파프리카는 달콤한 맛을 내는 두터운 과육을 가졌지만 단점이 있다면 질긴 껍질이다. 마치 방울토마토를 씹었을 때와 같은 질긴 껍질이 식감을 떨어뜨리는 것. 따라서 파프리카는 껍질을 벗겨줘야 하는 데 대략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오븐에 조리하기. 둘째,그릴에 조리하기. 셋째,감자깍는 칼(vegetable peeler)로 껍질 벗기기이다.(영상 참조)





참고로 위 사진은 오븐(조리)에 굽기 전에 오일(올리브)를 발라준 파프리카의 모습이다. 오븐에 파프리카를 익히면 부드러운 과육과 최상의 색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붓으로 혹은 손으로 오일을 파프리카 겉면에 바르고 180도로 예열된 가스오븐 혹은 150도(컴백션오븐)에서 굽는다. 180도 오븐은 대략 30분 정도이나 과육껍질의 상태를 봐 가며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파프리카를 그릴에 조리하는 방법으로 가스렌지나 그릴 위에 철망을 올려놓고 위에서 (골고루)돌려가며 껍질을 태우는 방법이있다. 먼저 파프리카의 꼭지를 제거한 뒤 핀셋이나 긴 꼬챙이에 파프리카를 꽂고 사진처럼 익힌 후 찬물(얼음물)에 식힌 후 껍질을 제거한다.(영상참조)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감자깍는 칼(vegetable peeler)로  파프리카 껍질을 벗기는 방법인데 이날 귀여운 아가 파프리카를 발견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한 것.




녀석을 잘 다듬은 페페로나타 재료들과 함께 놓아두니 파프리카 새끼가 아니라 흡사 파프리카 씨앗만 골라먹는 애벌레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과정을 거친 식재료들은 올리브유를 두른 팬 위에서 적당히 볶은 후(천천히 수분을 우려가면서) 마지막으로 토마토 속을 믹서로 간 육즙을 부어 국물을 자작하게 만든 후 먹는다. 희한하다.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남았다.




조리된 페페로나타를 접시에 옮겨담는 모습. 이날 페페로나타와 함께 껍질콩(파졸리니,Fagiolini)과 식물성 강장제로 알려진 아스파라거스(Asparagi) 데치기도 동시에 진행됐다. 그냥 겉 모습만으로는 별 것 아닌 식물 혹은 식재료들이 인간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환상을 심어주게된 것. 불과 500여년 전 유럽에 살고있던 인류들은 보다 나은 요리과 욕망을 쫓아 대서양을 건넜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됐다. (그게 다 밥(?) 때문이라니...ㅜ)





이탈리아 요리에 빠져든 이유 몇 가지


(위 사진은 내가 만든 페페로나타...^^) 참고로 이탈리아 요리와 문화 역사 등에 심취하게 된 배경에는 '넬라 환타지아' 노랫말과 무관치 않다. 노랫말처럼 환상 안에서 올바른 한 세상을 보며, 그곳에서 정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고,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싶은 것. 이탈리아 요리는 매우 단순한 양념(Condimento)으로 구성돼 온갖 조미료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속임수와 거리가 멀었다. 소금과 후추 등으로 맛을 낸 음식들은 양념 맛이 아니라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것들. 거기에 향미요소와 산미요소 등은 음식의 잡맛만 주로 제거했을 뿐, 식재료의 개성을 극대화한 것들이었다. (사람사는 세상도 이래야 하지않을까...!)  


파프리카가 토마토 흉내를 낼 수 없듯, 짝퉁이 난무하는 시대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게 힘들다면, 삶의 패턴을 한 번쯤 바꿔볼 필요도 있을 거라는 생각들. 그게 어느날 나를 환상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것이다. 나는 곧 지구별의 중심지였던 지중해의 어느 요리학교로 떠날 것이다. 그때쯤이면 콜롬부스를 앞세운 귀족들 조차 꿈꾸지 못한 세상이 내 앞에 기다리지 않을까...나는 아가 파프리카처럼 야금야금 바다 건너온 파프리카 맛에 빠져들고 있다. Ciao! buon finesettimana! ^^*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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