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영과 화난 고대녀 & '천진난만'한 시민들
어제 오후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끝으로 가까운 산에 다녀 왔습니다.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명박대통령의 회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예스'와 '노'가 명확하지 않은 화법은
그의 '진성성'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한반도대운하 계획에 대해서 사실상 물건너 간 사업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발언속에는 꼭 따라다니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무엇 하지 않으면..."이 그것입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새벽에 끝난 100분 토론에서 부산에서 전화한 '박선생님'이 그것을 다시 지적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사업을 포기하겠다 라고 대통령이 말씀을 하셨는데
아니 대통령이 국민들 80%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 이야깁니까?"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전경들 방패앞에서 즐거워 하고 있다. 전경이 내려다 보는 모습이 정겹다.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 속에는
여전히 국민들의 뜻(민심)에 따라 국정을 최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의 국정은 대통령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이른바 당.정.청이 하나가 되어서 일을 해야 할 것인데 100분토론에 등장한 한나라당 주성영의원을 보면서
저는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나 한나라당이 참 힘들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근의 지지율이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긴 하지요.
그는 토론 처음부터 FTA문제를 들고 나와서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반대편에 질문했는데
그 질문의 내용은 고사하고 표정을 바라보니
마치 공안검사가 특정 '답안'을 만들어 놓고 피의자를 심문하는 것 같은 태도여서 매우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그는 평생 남에게 '지시'만 한 했지 '경청'이라는 짧은 단어를 모르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는 토론의 주제와 다른 동문서답으로 시간을 떼우고 있다가 마침내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방패를 방패삼아 즐거워 하는 촛불시민들...
그것도 100분토론이 끝나기 직전에 든 하나의 '카드' 때문이었습니다.
'서강대녀'와 '고려대녀'이야기를 뜬금없이 하면서 대뜸 고려대녀의 신상정보가 적힌 메모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녀 또는 김다르크로 불린 김지윤 학생(사회학과 4학년)의 프로필이 담긴 메모였습니다.
"고려대녀라는 학생은 사실 학생이 아니다. 이력을 보면 민주노동당원이고
각종선거에 개입하는 등 정치인으로 봐야 한다"고 하자
손석희사회자가 "복학한것으로 아는데요?..."하고 넘어 갔지만
그의 고등검사 이력과 습관 때문에 그는 구설수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허위사실로 '고대녀'에 시비 건 주성영... "용서 못해" 라는 기사가 오늘아침 뉴스로 등장했습니다.
뿔난 고대녀가 한 인터넷뉴스에 그녀의 심경을 담았습니다.
"한 나라의 의원이 어쩌면 그렇게 경솔할 수 있나.
대학생 한 명의 정보도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공중파에서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 하다니···.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고소고발 등 법적 소송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 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지윤 학생은
"한 정당의 대표로 공중파에 나와서 어떻게 그토록 한 학생의 명예를 짓밟을 수 있느냐"며
"한나라당이 현재 촛불 정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100분토론에 등장한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의 면모를 보면서 걱정되던 부분이었습니다.
주성영의원의 발언을 통해서 보면 이명박대통령이나 한나라당내의 모습이 환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의 발언을 통해서 유추되는 것은 주성영의원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정부의 사람들은
단 한차례도 촛불현장에 나와 보지 않은 사람들이며
머리속에서만 촛불을 든 사람들을 마음데로 그리고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그가 '천민민주주의'를 들고 나왔다가 진중권교수로 부터 역공을 받은 사례는 참으로 허탈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림속에 등장한 전경과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시민들은 주성영의원이 생각하는 만큼 어리석지도 않으며 천하지 않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고
천진난만하기 까지 하여 '빨갱이'를 물리치려는(?)는 전경이 오히려 당혹감을 느낍니다.
촛불정서가 말하는 것 처럼 우리 국민들이 정치권에 '혐오감'을 보인지 오래 되었습니다.
뉴라이트는 물론이고 적지않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대통령지지자들이 요즘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 구설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스스로 만든 '허상'속에서 본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 허상들이 대통령에게 전해지고 대통령이 그 허상을 정리하다 보니 판단이 느려지는 것일까요?
촛불집회를 방어하기 위해서 나온 전경은 촛불을 든 시민들의 적이 아니다. 위정자들이 사용하는 방패일 뿐이다.
이명박대통령이 고의던 자의던 그의 화법속에 등장하는 '~~한다면'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도 많은 허상들의 '잔머리'들을 상대해서
조건이 충분히 마련된 다음 일을 추진하려고 하니 늘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이시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비행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말을 아끼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는지 여부는 그의 귀국후의 일입니다.
100분토론의 주성영의원처럼
섣부르게 한 시민의 프로필을 공개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타의 명예를 심히 훼손하는 것과 같은
경솔한 짓을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잘 하질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권에 있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국민들의 의사와 상반된 언행을 함부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대의 민주주의'를 내 팽개친 작은 이유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촛불정국은 결코 다가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나라당이나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북파공작원이나 고엽제 전우들을 맞불집회에 보내지말고
촛불현장에 직접나와서 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명박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이명박대통령은 6.10 촛불집회를 청와대 뒷산에서 지켜 볼 만큼 관심(?)이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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