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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장마철만 되면 떠오르는 이름 '장마철'!

장마철만 되면 떠오르는 이름 '장마철'!


한 이틀 폭우가 쏟아지더니 잠시 햋볕이 구름사이로 비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일기예보를 통해서 들려오는데
저는 장마철만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잃어버린 아들'의 이름과 같은 그 이름이 '장마철'입니다.
무슨소리냐 구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아내의 배가 점점 불러 오면서 저는 내심 '아들'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초음파검사를 하기도 전에 동네에서는 아내의 배를 보고 아들이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불러오는 배 모양이 '두리두리'하다나 뭐라나...

임신한 여성의 앞 모습이 톡 튀어 나오면 그건 틀림없는 딸이라나 뭐라나...
그런데 알 수 없는 삼신할멈의 점지가 '두리두리'로 되길 저도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직장동료들과 술자리가 있었는데
한 선배가 뱃속아이의 이름을 미리 지어 놓으면 딸을 낳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우스게 소리로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아들이라 믿고 싶었던 저는 그의 농담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8월 초여서 당시엔 장마가 한창이었습니다.
선배의 우스게 이야기 때문에 결국 제가 마음속으로 지어놓은 이름을 말하고 '술내기'를 했습니다.
튼튼하고 사내다운 이름으로 '마철'이라 이름을 지었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제 성을 붙이면 '장마철'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부터 저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의 애비가 되어 '마철이 애비'로 불리며 흐뭇해 했습니다.




 그런 마철이가 어느날 '보라미'로 바뀐 사실을 놓고 또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틀간의 산통 끝에 이 세상에 태어난 놈은 마철이가 아니라 보라미로 바뀌었지만
괜히 저의 욕심으로 지어놓은 이름 때문에 오히려 실망한 사람은 아내였습니다.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고 있던 장모님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서방!...딸이라카네 ㅜ..."

장모님도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위 그림들은 본문의 내용과 관계없는 비오는 날 촛불집회 모습입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 출산병동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도 없는 신생아들을 바라보며
딸 아들 관계없이 건강한 신생아를 얻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랐습니다.

그때 그 마철이는 잃어(?)버렸지만
 우리의 보람이 된 보라미가 마철이의 몫까지 다하는 '살림밑천'일 줄 철없던 초보아빠가 알턱이 없었습니다.
한이틀 장맛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그때가 생각나서 혼자 웃고 있었습니다. 
그놈 마철이 때문에 할 수 없이 한턱 쐈죠. ^^

사랑한다. 보람아!!~ ^^*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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