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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수원화성,전통예절관에서 만난 희귀한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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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의 그리운 4월
-수원화성 전통예절관에서 만난 희귀한 광경-



질서란 이런 것일까...?


어느 봄날, 참 희한한 마술같은 풍경이 필자('나'라고 한다) 앞에 펼쳐졌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행궁동(장안사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전통식생활과 예절관이 생겨 찾아가봤다. 조선의 22대 정조대왕 당시 축성된 화성 안에 새로운 명소가 생긴 것이다. 내년이면 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수원시(시장 염태영)는 바쁜 모습이다. 화성 축성 220주년인 2016년을 '수원 방문의 해'로 정하고 수원의 매력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들. 



전통예절관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수원화성의 4월 어느날

 


모처럼 짬을 내 다시 방문하게 된 수원화성은 새로운 명소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 곁에서 희귀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예절관 뒷편 메타쉐콰이어 나무에 까치들이 둥지를 튼 것. 그동안 봐 왔던 까치 둥지들은 주로 높은 나무 위에 한 채의 둥지를 짓고 살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나무 한 그루에 까치집 네 채가 위 아래로 줄지어 들어선 모습. 그 현장을 천천히 둘러본다.





질서란 이런 것일까...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래 윗집에 살고 있는 까치 둥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게 살아오면서 잊고 살장유유서(長幼有序)를 단박에 떠올리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장유유서란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덕목(五倫을 가리키는데, 이는 구체적인 인간관계를 다섯 가지로 집약하고 서로서로 지켜야 할 의무로 규정한 것을 말한다. 





즉 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 등 다섯 가지이다. 이 다섯 가지가 인륜의 기본이므로 인륜의 오상(五常)이라고도 한다. 까치 둥지를 만나 모처럼 떠올린 인륜의 기본은 곧 질서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질서가 깨뜨려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겪지 않아도 되는 갈등 속에서 불행을 겪는 것이랄까. 





메타쉐콰이어 나무 꼭대기에 4층(?)으로 줄지어선 까치집들은 정조대왕께옵서 친히 화성행궁에 납실 때 맨 처음 들어선 화성의 정문이자 북문인 장안문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전통식생활과 예절관이 위치한 곳도 이곳이므로 까치둥지들은 저만치 높은 곳에서 정조대왕의 행차 내지 수원 화성에 새로운 소식을 맨먼저 전해주고 싶은 망루대 같아 보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19년 전 화성이 축성될 당시에는 유교의 도적지침이 되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이 질서의 기본이었음은 물론이다. 





"삼강(三綱)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군위신강(君爲臣綱):임금은 신하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 

부위자강(父爲子綱):아버지는 자식의 벼리가되어야 한다. 

부위부강(夫爲婦綱):지아비는 지어미의 벼리가 되어야 한다.


*벼리(綱)는 '규제하여 총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각각 임금은 신하의, 아버지는 자식의, 지아비는 지어미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오륜(五倫)에는 다음 다섯 가지가 있다.


부자유친(父子有親): 어버이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 

군신유의(君臣有義):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 

붕우유신(朋友有信):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친함(親)이란 단순히 친밀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仁)을 의미하는 것이며, 구별(別)이란 단순히 구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 간의 역할이 다르며 이를 존중한다는 禮의 정신을 담고 있다. 삼강오륜의 親, 義, 別, 序, 信은 인의예지신(仁, 義, 禮, 知, 信)이라는 유교의 다섯 가지 기본적인 덕목을 반영하고 있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C%82%BC%EA%B0%95%EC%98%A4%EB%A5%9C>





수원화성 안에 지어진 예절관과 까치집 몇 채가 그동안 잊고 살던 삼강오륜을 다시 학습하게 만들며 나를 미소짓게 만들고 있다. 소시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라고 또 학교에서 배운 이같은 질서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낮설다. 최소한 화성 축성 219년의 해를 맞이하는 2015년 현재만 봐도 삼강오륜이 깨지면서 생겨난 사건들이 부지기수로 미디어를 뒤덮고 있다고나 할까. 200여 년전이 아니라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시대에 질서 혹은 예절을 말하는 게 너무 낮설정도이다.그렇다면 '2015년 버전 삼강오륜'으로 대략 따져볼까...?





2015년 버전 삼강오륜


군위신강(君爲臣綱):위정자는 당리당략만 꿈꾸거나 챙긴다.

부위자강(父爲子綱):아버지는 자식들의 눈치를 무시로 살펴야 한다. 

부위부강(夫爲婦綱):지아비와 지어미는 언제 헤어질 지 모르는 경제적 관계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 어버이와 자식 사이에도 돈줄이 지배한다. 

군신유의(君臣有義): 위정자 사이에는 자금리스트가 존재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 부부 사이를 잇는 건 연봉과 연금이다.

장유유서(長幼有序): 가난한 노인이 차지한 건 경로우대석 뿐이다. 

붕우유신(朋友有信): 친구 사이에도 돈과 연줄이 필요한 시대다.




삼강오륜에 빗대 '2015 버전 삼강오륜'을 대략 끼적거리는동안 쓴 웃음이 난다. 삼강오륜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은 온통 돈으로 얼룩져 있거나 잃어버린 정체성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난투극을 벌이는 모습이랄까. 단군이래 우리가 밥술이나 뜨게 되면서 벗어던진 건 시쳇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습들. 삼강오륜이라는 말 조차 있는 지도 모른 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다. 수원화성 안에 신축된 예절관은 이러한 때 생겨난 것으로 시사하는 바 컷다. 




이날 필자의 눈길을 끈 건 예절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궁중음식 조리실이었다. 예절관의 겉모습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전통가옥이었고, 궁중음식 조리실은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 넓직한 공간에 마련된 조리시설에서 만들어질 전통음식이 어떤 것일까 기대되기도 하는 것.




주지하다시피 정조대왕능행차 당시 효심깊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께 드린 삼합죽(미음)은 유명하다. 삼합미음은 홍합과 해삼, 소고기 등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조리법을 살펴보면 연로하신 어른들께 너무 잘 어울리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 해삼은 불려 내장을 다진 다음 잘게 다지고, 홍합은 마른 것을 곱게 빻아 불리거나 생홍합살을 잘 다져서 사용한다. 또 쇠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부위를 골라 잘게 다진 후 먼저 끓이는 등 정성을 다하는 것.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만으로도 어른을 대하는 태도가 짙게 느껴지는 것. (나는 생전에 부모님께 이런 음식을 얼마나 해 드렸을까...!)




예절관 한켠에서 커다란 부채 세개에 새겨진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할아버지께서 옳은 길로 가르치시고, 아버지께서 몸소 실천해 보이시니 그 아이 굳고 슬기롭게 자라더라. 

 할머니께서 자상한 사랑을 베푸시고, 어머니께서 한결같이 웃음 지으시니 그 아이 곧고 어여쁘게 여름하더라."






 

앞서 예절관 곁에 서 있는 메타쉐콰이어 나무에 줄지어선 까치집이 휘귀해 보였지만, 정말 휘귀한 건 우리가 잊고 살던 전통적인 가치들이었다. 그게 오랫동안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었던 인륜이었던 것. 인간이 도덕으로부터 멀어지면 언제인가 '도둑'으로 변해 도덕적 세상이 아니라 '도둑적 세상'으로 만드는 이치랄까.




전통예절관에서는 놀이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며, 부모로부터 출발한 나의 존재가 어떤지 등을 천천히 다시 학습하고 둘러볼 수 있는 곳. 그 귀한 공간이 수원화성에 생긴 것만으로 반갑다. 우리는 가끔씩 드러난 게 전부인 것처럼 여길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다 아는 것 같아도 여전히 베일에 싸여 신비로운 곳.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화성을 방문할 때마다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빠져들기도 한다. 어디를 가나 너무 아름다운 4월 어느날...수원화성으로 발길을 돌리시면 전통예절관(www.suwonyejeol.or.kr, 전화 031-247-5613, 팩스 031-247-5610)을 꼭 한 번 둘러보시길 권유해 드린다. 또 예절관에서 5분정도 발품을 팔면 정조대왕께옵서 머물었던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전통무술 무예24기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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