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중에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모산을 다녀오면서 약수터에서 다람쥐 한 마리를 만나며 좋아했다. 다람쥐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다람쥐가 신기해 보였던 것. 녀석은 약수터 근처를 재빠르게 왔다 갔다 하거나, 가만히 쪼구리고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듯 뭔가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한 때 서울 근교의 산에서 쉽게 발견되던 다람쥐가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지않았는데 새해들어 녀석을 처음 발견(?)하게 된 것이다. 반가웠다.
필자가 자주 다니는 대모산에서 다람쥐가 자취를 감추어 무슨일인가 걱정되기도 했다. 녀석들이 자취를 감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텐데, 이유를 찾아보니 대략 이랬다. 첫째,다람쥐가 사라진 이전 보다 등산객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 등산객이 늘어난 이유는 관할 구청에서 등산로 개발을 통해 평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던 곳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게 된 것. 이른바 '둘레길'이 동물들의 서식 환경을 망쳐놓은 것으로 사료되는 것. 소심한 녀석들이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불안해 하지않았을까.
둘째, 다람쥐의 먹잇감이 사람들로부터 남획되고 있었다. 여름끝자락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도토리는 전문 꾼들과 등산객들이 싹쓸이를 할 정도였다. 마음만 먹으면 짧은 시간에 한 자루씩 모을 수 있을 정도다. 사람들이 미식을 위해 취한 도토리는 녀석들의 주식이므로 주식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을까. 나지막한 산속의 밤나무 밑은 사람들의 발자취로 뺀질뺀질 할 정도. 대략 그런 가운데 다람쥐가 사라진 자리를 메꾼 녀석은 청설모였다. 녀석은 다람쥐가 보였던 장소를 '바꿔치기'하고 있었던 것. 그래서 지난해 여름끝자락 녀석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이랬다.
청설모와 다람쥐의 생태 및 습성
청설모(Squirrel)는 다람쥐와 비슷한 습성과 행동을 보이지만 다른 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청설모는 재래종 다람쥐보다 크고 청설모는 온몸이 검은 털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재래종 다람쥐는 갈색의 얼룩 무늬를 가지고 있다. 집을 짓는 습성도 달라서 청설모는 나무 위에 나무가지를 모아 집을 짓고 살지만 재래종 다람쥐는 나무에 굴을 파고 산다.
또 청설모는 털이 많아 겨울에 월동하지 않고 먹이를 찾아다니는데 비해 다람쥐는 자기굴의 식량 창고에 먹이를 모아서 월동을 한다는 것. 반면 청설모는 다람쥐와 공통점도 있다. 자기가 보관한 먹이를 어디에 감추어 두었는 지 까먹어서 못 찾는다는 것. 덕분에 도토리나 밤이 싹을 틔울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재밌는 녀석들이다.
청설모는 다람쥐 보다 크고 야성미가 넘친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을 보면 족재비 같은 모습이다. 청설모의 주식은 잡식으로 다람쥐와 비슷하나 육식 비율이 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굶어죽기 직전에야 육식을 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열대 지방의 청서(청설모,靑鼠)는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거의 육식에 가까운 종도 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다람쥐와 달리 덜 익은 견과류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잣 나무 아래서 잣에 탐닉하는 녀석이 그런 모습일까. 청설모는 풀도 먹지만 섬유소는 전혀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땅 속에)묻어둔 견과류가 싹을 틔우는 봄철이 청설모에게는 보릿고개인 셈이다. 청설모의 이같은 습성 등을 알아보는 건 다람쥐 때문이다. 혹시 청설모 때문에 다람쥐들이 도시 근교의 산에서 밀려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청설모의 정체성과 '사라진 다람쥐' 무슨 관계가 있나
청설모는 한때 한국의 고유종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영어 이름도 Korean squirrel과 Eurasian Red Squirrel을 혼용하고 있었던 것. 결론은 고유종은 아닌 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청서는 붓의 재료로 황모(족제비의 꼬리털) 다음 가는 고급 재료였는 데, 조선시대 때 중국으로 보내던 공물 목록 중에 '청서'가 있던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한반도에 살았던 종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청설모가 다람쥐를 다 잡아먹어서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루머는 확인되지 않은 것. 청설모와 다람쥐는 고도에 따라서 서식환경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설모가 보다 저산지에 서식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로 비롯된 것이란다. 최근 도시 근교의 산행을 통해 그 오해가 풀렸다. 사람들이 다람쥐의 먹이를 다 나꿔챈 것.
이제 다람쥐를 쉽게 만나려면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으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다람쥐는 한 때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할 정도였다. 노랫말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 주변에 흔했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듯 한다'는 말처럼 다람쥐를 포획한 후 가두어 놓고 쳇바퀴를 돌리게 했다. 그땐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런 녀석들이 도시가 비대해지면서 보기 힘들어진 것. 잊혀진 애완동물이 설연휴 기간 중 발견되어 얼마나 신기한 지...또 반갑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