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래치 속에 끼어든 삐라냐 닮은 녀석...!"
사흘에 걸쳐 죽방렴 멸치를 손질하는동안 멸치 틈바구니에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식인 물고기 삐라냐(
piranha)를 닮았다. 녀석의 표정을 보니 매래치 속에 끼어들어 기분이 언잖다는 삐친 표정. 녀석은 수 많은 매래치 대가리들 속에서 발견됐다. 크기가 매래치 대가리만 하다. 갱상도에선 멸치를 '매래치'로 부르고, 비슷한 말로 미리치, 며르치, 이루꾸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매래치를 몸통과 대가리와 내장('똥'으로 불리우는)을 삼단분리하며 다듬는 과정은 쉽지않다. 처음은 재밌지만 나중은 심히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구입한 죽방렴 멸치 3kg(1.5kg 두 봉지)을, 한 마리씩 일일이 삼단분리 과정을 공정을 거치다 보면 득도의 과정에 이른다고나 할까. 매래치를 삼단분리에 성공하면 득도에 이를 것 같은 사흘간의 기록을 영상과 사진에 담았다.
사흘 전-2015년 2월 6일
녀석은 매래치 틈 속에서 발견된 운 나쁜 녀석이었다. 매래치가 아닌 것. 녀석의 표정이 나를 닮았다. ㅜ
다수 매래치 속에서 녀석은 삼단분리 조차 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펴 놓고 매래치의 몸통과 대가리 그리고 내장(똥)을 삼단분리하기 시작했다. 매래치 한 봉지에 든 녀석들을 일일이 삼단분리 공정을 거치자 도를 닦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한테 이같은 일을 시켰다면 언제 도망간 지도 모를 일. 시어머니 잘 못 만난 며느리에게 이같은 일을 시켰다면 집 나갈 판국이다.(흠...딱 붙들렸다.ㅜ) 신문지는 이럴 때 필요한 것. ^^
오며가며 거실에 신문지를 펴 놓고 짬짬이 분리한 매래치 대가리와 똥을 보면 인내심과 수고가 느껴지지 않으신가...ㅜ
사흘 후-2015년 2월 8일
죽방렴 한 봉지를 삼단분리한 후 하루를 쉬기로 했다. 여간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이런 걸 '지겨웠다'라고 말해야 옳을 것. 만약 잔치국숫집에서 이런 공정을 거친 매래치로 국물을 우려냈다면 무조건 단골이 될 것. 매래치 똥을 제거해 국물을 내면 쓴맛이 사라지고 달짝지근한 매래치 본연의 맛이 우러난다. 꽈리고추를 넣고 조리면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는 것. 우리가 매래치를 들여놓는 날이면 도를 닦는 과정은 으례히 겪게 되는 게 맛있는 매래치를 먹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거의 도를 닦는 수준이자 도에 이르는 과정이랄까.
매래치 삼단분리 공정이 끝날 때쯤 카메라를 세워두고 아예 기록을 남겼다.
제거된 매래치 똥은 매래치의 참 맛을 버린 녀석들. 비록 삼단분리 과정은 힘들었지만 행복한 식감을 전해줄 것. 맛있는 음식은 재료도 좋아야 하겠지만 식감을 덜어내는 부위를 잘 손질하는 과정도 더 없이 중요하다. 녀석들 때문에 도를 닦고 인내심을 기른 사흘간의 기록이다.
* PS: 매래치 대가리는 따로 육수를 낼 때 사용한다. 어두일미(魚頭一味)를 관장하는 곳. 매래치도 생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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