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만 따뜻해도 행복한 사람들...!"
오늘(30일) 오전, 성남 모란시장 내의 한 단골 집(경원떡방앗간)을 찾아갔다. 명절을 앞두고 가래떡을 좀 뽑고 검은깨 등을 볶아 음료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찾은 곳. 떡시루에 떡가루를 올려놓고 떡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동안 재미있게 생긴 물건(?)하나가 눈에 띈다. 허름하게 생긴 녀석의 이름은 '촛불난로'란다. 쓰다버린 양철통에 환기구를 뚫어 그 속에 초 한 자루를 꽂아둔 것. 촛불이 엉덩이를 따뜻하게 데울 수 있을 지 궁금했지만 의문은 단박에 풀린 것.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뚜껑을 열어 확인해 본 결과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 장면을 영상에 담아봤다.
촛불난로 아랫부분에 뚫어둔 환기창이 재밌다. 촛불은 자기 몸을 태워 이웃을 이롭게 하는 신기한 장면. 우리는 누구를 위해 몸을 불사른 적 있던가. 촛불난로는 철학적인 도구이자, 한 겨울 서민들의 언 몸을 녹여주는 훌륭한 난로였다.
촛불이 자기 몸을 불살라 이웃의 엉덩이를 데운 따뜻한 흔적...!
화력이 꽤 센 편이다. 쌀부대를 태울 정도이므로 자칫 엉덩이에 불이 날 정도...^^
* 한 손님이 촛불난로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따뜻한 풍경.
모란시장에서 35년동안 일해온 터줏대감 경원떡방앗간(031-754-5520)에는 촛불난로를 두 개씩이나 비치해 놓고, 손님들의 엉덩이를 데우기도 하고 추운 겨울을 나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 주인 아주머니(사장님은 모임 때문에 출타 중)의 말씀에 따르면 "초 한 자루면 사흘을 사용한다"고 한다. 볼 품은 없어도 기적의 난로나 다름없는 난방장치이다. 장날(4일,9일)이 없으면 손님이 없을 정도로 모란시장의 요즘 체감 경제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엉덩이만 따뜻하면 겨울이 행복하다는 표정의 경원떡방앗간의 아주머니. 금년 한 해도 사업 번창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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