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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Laguna Torre

파타고니아,무작정 걸었던 라구나또레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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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찰텐 라구나또레 가는 길
-무작정 걸었던 라구나또레 트래킹-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일까?..."


참 먼 곳까지 걸었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걷는 것처럼 걷고 또 걸었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후 시드니공항에 잠시 들러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오클랜드공항에서 남태평양을 대권으로 가로질러 산티아고공항에 착륙할 때까지...참 머나먼 여정이었다. 그곳에서 다시 파타고니아로 이어지는 5번국도를 따라 파타고니아에 발을 디딜 때까지 여정은 지금 생각해 봐도 까마득 하다. 


안데스의 남빙하 자락에 위치한 또르뗄을 거쳐 다시 엘찰텐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지구별을 떠나 먼 우주로 떠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는 고향땅의 기억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을 정도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모두 새로운 것들. 오감이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이 땅은 벼르고 또 별렀던 곳이다. 그게 어느덧 8년 전의 일이다. 우리는 엘찰텐에 여장을 푼 후 다시 라구나또래 등 엘찰텐의 명소를 찾아 부지런히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무작정 걸었던 라구나또레 트래킹




엘찰텐을 떠난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저만치 구름 속에서 세로또레가 보일락말락 하는 가운데 빗방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참 무모한 트레킹이었다. 만약 폭우나 푹설이 쏟아지는 날에는 우리는 꼼짝없이 몸 하나 숨길 수 없는 길 위에서 저체온증을 맞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배짱이 동했는 지 빗방울이 흩날리는 라구나또레 가는 길을 무조건 앞만 보고 걸었다. 누가 뒤를 쫒아오는 것도 아니고 반겨줄 사람도 없는 데 피츠로이산군(山群)은 우리를 지독한 유혹으로 발길을 재촉하게 만든 것이다.




차마 발걸음을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발아래로부터 먼 산에 이르기까지 피츠로이 산군의 풍경은 묘한 마력을 지녔다.




곧 우기가 깃드는 이곳에선 바람의 세기와 빗방울의 굵기가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얕은 웅덩이에 고인 옥수같은 물 위로 빗방울이 묻어나고 있는 데...




그 땐 빗방울이 남긴 흔적이 왜 그렇게 애잔해 보이는 지...

태초로부터 이어져 온 '빗물의 노래'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윤회 사이클...!




라구나또레 가는 길을 붙든 건 작은 물웅덩이였다.




물웅덩이 곁에서는 빙하가 녹아 형성된 피츠로이 강이 우렁찬 소리로 흘러내리는 데

녀석들은 물웅덩이에서 잠시 쉬고 갈 생각(?)이었던가.




파타고니아 투어 중에 만난 풍경들은 그래서 더욱더 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 다시 이곳으로 와 볼 수 있겠는가?..."




남미일주와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느낀 점은, 

같은 장소에 두 번 갈 때 처음 느꼈던 감정이 크게 줄어드는 것. 

당시 감동은 그 때 뿐이었다.




그런데 엘찰텐의 피츠로이 산군은 달랐다. 

엘찰텐 입구의 비에드마 호수를 끼고 피츠로이로 달려갈 때쯤, 

알 수 없는 황홀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바로 그 속이었다.




저만치 빙하를 머리에 인 세로또레(Cerro Torre)봉우리가 우리를 굽어보고 있고, 

빗방울이 하나 둘씩 묻어나기 시작한 라구나또레 가는 길은 곧 실체를 드러날 예정이었다.

세로또레의 수목한계선 옆으로 뚜렷이 드러난 물줄기....

이곳에서 다시 '수직으로 흐르는 강'을 보게 될줄이야.




피츠로이가 우리를 껴안았던 것일까. 
느린 걸음이 숙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며 돌아갈 길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라구나또레는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저만치 언덕 너머에서 손짓만 하고 있었다.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빗방울의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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