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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halten/Laguna Torre

파타고니아,보석 닮은 파타고니아 베리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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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보석 닮은 파타고니아 베리의 속삭임-
 



"발 아래 널린 보석들의 속삭임...!"


배낭 여행자의 천국 엘찰텐(El Chalten,Argentina)의 라구나또레(Laguna Torre) 가는 길에 만난 발 아래 풍경들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신기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한 것. 우리나라의 까마중 열매 크기 정도의 '파타고니아 베리(patagonia berries)는 익어가면서 알록달록 작은 보석을 닮아가는 것. 


파타고니아에 널리 자라고 있는 전설적인 열매 깔라파떼(calafate berry-칠레에서는 미챠이(Michay)라 부른다)는 다 익으면 까맣게 변하는데 녀석들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로 익어가는 것. 미챠이가 대략 2m정도로 자란다면 녀석들은 바닥에 납짝 엎드린 채 발 아래로 눈길을 주지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식물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라구나 또래가 가까워지자 길옆 혹은 피츠로이 강 상류에서 자주 눈에 띄는 것. 라구나또레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은 주로 앞만 보고 걸었고 아내 또한 그랬다. 하지만 작은 열매가 발산하는 고혹적인 매력은 마법처럼 발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보석 닮은 파타고니아 베리의 속삭임




가끔씩 빗방울이 후드득이는 라구나 또래 가는 길. 곧 우기로 접어드는 이곳은 땅이 매말라 건조했고, 작은 식물들은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거나 바스락 거릴 정도로 말라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밖에서 크고 자란 식물들. 바다속에 산호초가 있다면 이곳은 파타고니아 베리가 지천에 널린 곳. 대략 2억 년전쯤 이곳도 바다 속이어서 그런지, 마치 산호초가 부활한 듯한 풍경들이랄까.




아내는 저만치 사라지고 보이지도 않는 데 

녀석들 옆에 쪼구리고 앉아 삼매경에 빠져있는 것. 

키 작은 깔라파떼도 무리 속에 섞여있다.

정말 아름다웠다.




벌써 언제적인가...

하지만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작은 요정들은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은 채, 

그때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것이다.




빗방울 몇 개가 경계석 위로 톡톡 떨어지는 풍경 조차 놓칠 수 없는 건 

녀석들이 언제부터인가 이곳까지 떠밀려 내려온 것. 

라구나 또래에 도착하면 녀석들은 거대한 빙하에 떠밀려 피츠로이 강 옆까지 이동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라구나 또래는 빙하가 후퇴하면서 만들어진 커다란 물웅덩이(작은 호수)였는 데 

그곳에서 발원한 빙하수가 피츠로이 강을 이루며 엘찰텐으로 흘러드는 것. 

우리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트래킹를 시작한 목적지가 눈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목적지가 코 앞에 다가온 때문인지 자꾸만 한 눈 파는 것. 

한 때 작은 생명들의 흔적이 남은 돌덩어리 조차 신기해 보인 건 왜일까...!




빙하수가 쉼 없이 흘러내리는 피츠로이 강 상류에서 빙하의 냄새를 맡고 자란 파타고니아 베리의 끈질긴 생명력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곧 이곳에선 그냥 서 있기도 힘든 살을 애는 세찬 바람이 불텐데, 녀석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시라도 빨리 열매를 맺는 일. (참 기특하지도 하지...!)




그리고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한 무리의 야생화...!

이게 다 발 아래서 사람들의 눈길을 애타게 기다린 꽃의 요정이었을까.




아내는 저만치서 보이지도 않는 데 보석처럼 여물기 시작한 파타고니아 베리 앞에서 걸음을 뗄줄 모른다. 이런 풍경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말한다. 파타고니아에서 크게 공감한 말이다. 식물이 내게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 어쩌면 우리는 이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만난 인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Loma Del Pliegue Tumbado에서 바라본 라구나 또레의 비경.빙하가 물러선 자국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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