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자꾸만 해외로 떠나는 것일까?..."
이끼가 콩나물처럼 기다랗게 잘 자라고 있는 이곳은, 지구반대편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의 네그로강 하구이다. 이곳은 캠핑의 천국이라 할 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바캉스 시즌이 되면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곳. 안데스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사철 쉼 없이 흐르는 이곳은 두 강이 흐르는 데 석회질을 품은 리오 블랑꼬와 옥수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리오 네그로강이 합류되는 삼각주. 아내가 모델이 되어 한 웅큼 쥔 이끼들의 생육상태가 희귀해 사진에 담아두었다. 너무 부러운 탓이었다. 그 현장을 잠시 돌아본다.
해외여행 증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한 때 어디를 가나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을 자랑하고 다녔건만, 불과 5~6년 전쯤부터 자랑거리는 사라지고 스트레스만 가중되고 있었던 것. 사람들은 휴가철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해외로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내수 경기는 불황에 허덕인다고 하지만 지난 2분기 해외 관광에 소요된 지출은 사상 최대치란다. 아울러 지난 여름 휴가철 및 연말 해외여행 수요까지 더하면 올해 해외여행객 및 지출액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힘들게 번 돈 다수를 해외여행에 지출하고 있는 것.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우리 국민들의 해외 관광 지출액은 50억 1,870만 달러로 나타났는 데, 지난해 같은 기간 41억 9천만달러보다 20% 가량 늘었다는 것. 엄청난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1인당 평균 해외관광 지출액은 1,344달러로 1분기보다 16%가 늘었고, 상반기 해외 관광객도 760만명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 동안 관광객수 1,484만명의 절반을 넘었단다. 해외여행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동안 해외관광은 55.6%나 증가한 반면 국내관광은 0.6% 감소한 것.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자세한 원인은 파악되고 있지않았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국내 여행은 이미 사람들이 등을 돌린 게 아닐까. 휴가기간 중에 비슷하거나 비용을 조금만 더 쓰면, 평소 가 보고 싶었던 해외여행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미 4대강은 제 모습을 잃은 지 오래됐고 어디를 가나 개발이 한창인 데 관광이나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들이 그런 곳을 찾을 리 있겠는가.
5천억 투입한 인공습지 90% 엉망진창
답답한 건 4대강 공사 후유증이다. 우리나라 4대강은 심각하다 못해 국토가 임종을 맞으며 신음하고 있는 듯한 모습. 지난 여름 내내 녹조에 시달리더니, 4대강 사업을 하면서 파헤쳐진 자연습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인공습지 '열 곳 중 아홉 곳'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단다. 5천억원을 들여만든 대체습지 90%가 엉망진창이라는 것.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조성된 대체습지 147곳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15곳 만이 제대로 정착된 것으로 나타난 것. 김경협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5조 8천억 원의 가치로 평가받는 자연습지가 사라지고 5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예산이 투입돼 대체습지가 조성됐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면서 총 6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 문제를 언급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절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별없이 돈에 눈이 멀어 밀어부친 토목사업이 자국민들을 해외여행으로 내쫓고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고나 할까. 특정 정치 세력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국민적 피로가 가중되고 귀한 외화까지 낭비하게 만든 것.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해 돈을 쓰는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4대강 습지와 오르노삐렌 하구의 습지만 비교해 봐도(비교 조차 안 되지만), 누가 인공하수구로 변한 4대강 곁으로 관광을 떠나겠는가.
지구반대편 북부 빠따고니아 오르노삐렌 하구의 습지에 자생하는 아라야네스 나무 등 풍성한 이끼류와 작은 숲을 통해, 알게 모르게 대한민국 국민이 겪고 사는 피로감을 잠시 덜었으면 싶다.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이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오지 않았드라면 단 하루도 온전한 생각으로 살아가지 못할 곳 같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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